주간동아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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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주민 발의 의료원 파행

성남시의료원, 입찰 무효 시비에 저가 수주 논란 계속…업체 선정 1년, 본공사 난망

  • 윤영호 출판국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14-08-29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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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첫 주민 발의 의료원 파행
    경기 성남시 태평동 옛 성남시청사 땅에 들어설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로 주민 발의에 의해 시작돼 10년 만에 결실을 맺은 성남시 최대 숙원사업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6·4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의료원 건설공사 현장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했을 정도다. 2017년 초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14일 착공한 이 의료원은 건축 연면적 8만2819㎡, 지하 4층, 지상 9층, 501개 병상 규모로 건립된다.

    성남시는 2008년 1월 이 사업의 입찰 방식을 턴키 발주(건설업체가 설계와 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로 결정한 이후 지난해 4월 입찰 공고를 거쳐 경기도 지방건설기술심의원회 주관으로 같은 해 5월과 8월 각각 현장설명회와 입찰 및 기본설계 심의를 완료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초 울트라건설 컨소시엄(울트라건설)을 실시설계 적격업체로 선정했다. 입찰 가격은 1131억 원으로 예정가 1436억 원보다 300억 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울트라건설의 ‘버티기’ 모드

    그러나 요즘 건설업계에선 성남시가 의료원 건설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입찰 무효 시비가 이는 데다 울트라건설의 저가 수주로 사업이 파행으로 치달을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관급공사가 결제 조건이 좋다 보니 울트라건설이 무조건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태도를 보인 게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건설업계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배경은 실시설계 적격업체를 선정한 지 1년이 다돼 가는데도 아직 본공사를 착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공고한 입찰 안내서에 따르면 적격업체 선정일로부터 6개월 내 공사 실시와 공사비 명세 작성에 필요한 실시설계를 완성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한 건 건설업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빠른 시일 내 본계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무시됐다.



    실시설계 완성이 늦어진 것은 울트라건설의 ‘버티기’ 때문이다. 기본설계에서 제안한 내용을 실시설계에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모든 입찰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울트라건설의 낙찰금액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어 실시설계 완성을 미루고 있다는 것. 일부에서는 기본설계 제안 내용대로 공사를 했다간 울트라건설이 휘청거릴 정도의 손실이 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8월 25일 울트라건설 강현정 사장이 이재명 시장을 면담해 관심을 끌었다. 이날 강 사장은 “공사를 진행하겠다. 기본설계 제안 내용 가운데 일부를 반영하지 못한 것을 양해해달라”는 취지로 사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실무자들과 협의해 빨리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하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첫 주민 발의 의료원 파행

    성남시의료원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

    성남시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성남시가 시간만 질질 끄는 울트라건설 측에 원칙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울트라건설에 끌려 다니는 듯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 자칫 성남시가 울트라건설을 봐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성남시가 시공사 교체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공약사업이라고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부실공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울트라건설은 실시설계와 함께 진행하는 본공사 준비 성격의 가설울타리 설치, 수목 이식, 터 파기 등과 같은 간단한 공사도 공기를 맞추지 못해 지체상금을 2000여만 원이나 물었다. 건설업계에서는 “한마디로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경기도와 성남시 책임 떠넘기기

    한편 입찰 무효 시비도 인다. 이 문제는 5월 1일 성남시가 전기 설계 및 감리업체 일신E&C를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면서 불거졌다. 이 업체가 울트라건설에 참여하기로 계약했으면서도 실시설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조치가 확정되면 일신E&C는 6개월간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관급공사를 주로 해온 일신E&C로선 실질적으로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하는 셈이다.

    일신E&C는 “지난해 4월 설계용역비 협의 과정에서 울트라건설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을 제시해 못하겠다고 했더니 일방적으로 컨소시엄에서 탈퇴하라고 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울트라건설의 뜻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울트라건설 관계자는 “일신E&C가 자체 결정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의료원 설계 관련 인력이 빠져나간 탓인지 못 하겠다고 했다. 일신E&C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일신E&C는 성남시장을 상대로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냈다. 5월 20일 법원 결정으로 성남시의 제재조치가 효력이 정지된 가운데 현재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 과정에서 울트라건설이 결과적으로 입찰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입찰서류에는 일신E&C를 컨소시엄 구성원이라고 해놓았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전기 설계업체 건일엠이씨가 기본설계에 참여했다. 고의든 아니든 입찰서류를 잘못 기재한 셈이다. 이는 계약 해지에 해당하는 중대 문제다.

    성남시 관계자는 “검토 결과 계약을 해지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 판단했고, 조달청의 조언을 받아 컨소시엄 구성원을 변경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감사원 관계자는 “갑 위치에 있는 울트라건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일신E&C만 제재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전기 분야 설계는 일신E&C가 분담하는 분담이행 방식이었기 때문에 일신E&C만 개별적으로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성남시가 입찰 과정을 제대로 감독했다면 울트라건설의 허위 입찰서류를 어렵지 않게 적발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주관으로 열린 기본설계 심의 때 울트라건설 관계자들의 신분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입찰서류 내용과 달리 건일엠이씨가 일신E&C를 대신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입찰 심의를 맡은 경기도와 발주처인 성남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신E&C 관계자를 사칭한 걸 경기도나 성남시가 알았다면 입찰 참가 업체와 짜고 묵인해준 셈이어서 큰 문제고, 몰랐더라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성남시의료원 건설은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성남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건설업계에서도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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