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공감하리라 생각하지만 모든 ‘시험’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남에게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또 그 결과가 한 개인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험이 가진 이런 본질적 속성은 사람을 근본적으로 긴장하게 만든다. 그래서 시험은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자진해 외국어 능력시험이란 굴레에 뛰어든 이유는 어쩌면 앞글(‘주간동아’ 934호 참조)에서도 밝힌 대로 합격 여부에 구속될 이유가 없다는 정신적 편안함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결심이 서기 전까지 생각일 뿐이었다. 일단 시험을 치르기로 했으면, 내 인생에 그 합격증이 꼭 필요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중국어 능력시험이 4개 외국어 도전으로 확장한 데도 또 한 번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2011년 2월, 3월에 있을 중국어평가시험에 대비해 공부하면서 합격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을 때였다. 물론 당시엔 당면한 중국어 능력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것 외에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동시에 배우고 있는 다른 언어의 능력시험에 도전하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외국어 능력시험 생각조차 안 했는데…
그런데 상황을 묘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 알고 지내는 잡지사 기자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은 게 발단이었다. 국내 대표적 시사 월간지 ‘신동아’ 기자로부터 온 그 e메일은 원고 청탁서였다. 내용은 생뚱맞게도 ‘내 생애에 꼭 하고 싶은 소중한 일들을 적은 목록’, 즉 버킷 리스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기자로부터 받은 e메일 내용을 공개하는 게 폐가 될지 모르겠지만 청탁 내용에 ‘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 공개하기로 했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꿈’은 하나의 에너지입니다. 이루고 싶은 크고 작은 꿈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추스르고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취지에서 신동아는 2011년 4월호 별책부록 ‘명사의 버킷 리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따뜻한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버킷 리스트’는 내 생애에 꼭 하고 싶은 소중한 일들을 적은 목록을 말합니다. 신동아는 이 특별한 별책부록에서 명사 25명으로부터 ‘버킷 리스트’ 관련 에세이를 받고자 합니다.
‘신동아’는 버킷 리스트 원고 청탁 이전부터 역시 우연한 일이 계기가 돼 영화와 술에 관한 글을 장기 연재해온 곳이라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인연으로만 보면 당연히 원고 청탁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버킷 리스트 내용이었다.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버킷 리스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제가 약간 막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니 이번 기회에 공개적으로 내가 앞으로 이뤘으면 하는 일들을 주위에 표방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약속의 굴레를 씌우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버킷 리스트의 진정한 묘미가 생전에 그 바람들을 실천에 옮기는 데 있다면, 이 기회에 한 번 그러한 항목들을 개인적으로 정리해보고 이를 성취하려고 노력해보자는 발상이었다. 실제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큰 보람이 있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1년 2월 28일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낸 원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그해 ‘신동아’ 4월호 별책부록에 ‘일탈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어떤 경우라도 생의 어느 순간에 이런 종류의 리스트를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은 지난 삶을 의미 있게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보다 가치 있게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따지고 보면 버킷 리스트는 일종의 긍정적 일탈에 관한 목록으로도 볼 수 있다. 만일 과학자가 죽기 전 반드시 노벨상을 받아야 하겠다든지, 아니면 어떤 정치가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없다라고 한다면 이는 야심찬 개인적 목표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진정한 의미의 버킷 리스트의 범주에 넣기는 힘들다. (중략)
첫째, 지금 공부하고 있는 4개 외국어 즉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의 고급 어학능력 자격시험에 도전해 모두 합격한다. 둘째, 누드사진집을 만든다. 셋째, 술집에서 일주일간이라도 근무해본다.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여행을 할 것이다. (후략)
당시 내가 만들었던 버킷 리스트에서 가장 핵심은 역시 첫째와 둘째 항목이었다. 그런데 당시 중국어 능력시험 합격도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로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능력시험 합격에까지 도전하겠다는 목표는 버킷 리스트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또한 객관적 여건으로 봐도 무모한 계획이었다.
도전 의지와 노력이 삶의 자산
하지만 내가 이렇게 무모하다 싶은 버킷리스트를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었던 데는 살아온 인생 경험들이 작용했다. 개인적으로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보면, 내 삶은 우연히 다가온 일들을 필연으로 바꿔 진정한 삶의 자산으로 만든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일의 성패는 결국 본인의 도전 의지와 그에 상응하는 노력 유무에 달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중국어 능력시험에 도전한 것부터가 학원에서 우연히 나눈 일상적 대화가 계기가 됐다. 그런 맥락에서 틈틈이 외국어 공부나 해보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 ‘4개 외국어 능력시험 도전’이라는 거창한 목표로 발전한 것 또한 우연한 ‘버킷 리스트’ 작성이 결정적 이유가 된 게 아닐까 한다.
아무튼 나는 버킷 리스트가 ‘신동아’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된 이후, 어느 날 문득 나비처럼 다가온 우연한 계기들을 필생의 보람으로 만들려고 나 나름대로 노력했다. 목표를 향해 벌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다행히 큰 운까지 따라줘 1년이란 기간 내에 4개 외국어 능력시험을 모두 통과하는 과분한 결과를 얻었다. 그러면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 분에 넘치는 성과를 얻은 과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그럼에도 내가 자진해 외국어 능력시험이란 굴레에 뛰어든 이유는 어쩌면 앞글(‘주간동아’ 934호 참조)에서도 밝힌 대로 합격 여부에 구속될 이유가 없다는 정신적 편안함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결심이 서기 전까지 생각일 뿐이었다. 일단 시험을 치르기로 했으면, 내 인생에 그 합격증이 꼭 필요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중국어 능력시험이 4개 외국어 도전으로 확장한 데도 또 한 번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2011년 2월, 3월에 있을 중국어평가시험에 대비해 공부하면서 합격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을 때였다. 물론 당시엔 당면한 중국어 능력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것 외에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동시에 배우고 있는 다른 언어의 능력시험에 도전하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외국어 능력시험 생각조차 안 했는데…
그런데 상황을 묘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 알고 지내는 잡지사 기자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은 게 발단이었다. 국내 대표적 시사 월간지 ‘신동아’ 기자로부터 온 그 e메일은 원고 청탁서였다. 내용은 생뚱맞게도 ‘내 생애에 꼭 하고 싶은 소중한 일들을 적은 목록’, 즉 버킷 리스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기자로부터 받은 e메일 내용을 공개하는 게 폐가 될지 모르겠지만 청탁 내용에 ‘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 공개하기로 했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꿈’은 하나의 에너지입니다. 이루고 싶은 크고 작은 꿈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추스르고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취지에서 신동아는 2011년 4월호 별책부록 ‘명사의 버킷 리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따뜻한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버킷 리스트’는 내 생애에 꼭 하고 싶은 소중한 일들을 적은 목록을 말합니다. 신동아는 이 특별한 별책부록에서 명사 25명으로부터 ‘버킷 리스트’ 관련 에세이를 받고자 합니다.
‘신동아’는 버킷 리스트 원고 청탁 이전부터 역시 우연한 일이 계기가 돼 영화와 술에 관한 글을 장기 연재해온 곳이라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인연으로만 보면 당연히 원고 청탁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버킷 리스트 내용이었다.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버킷 리스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제가 약간 막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니 이번 기회에 공개적으로 내가 앞으로 이뤘으면 하는 일들을 주위에 표방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약속의 굴레를 씌우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버킷 리스트의 진정한 묘미가 생전에 그 바람들을 실천에 옮기는 데 있다면, 이 기회에 한 번 그러한 항목들을 개인적으로 정리해보고 이를 성취하려고 노력해보자는 발상이었다. 실제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큰 보람이 있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1년 2월 28일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낸 원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그해 ‘신동아’ 4월호 별책부록에 ‘일탈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어떤 경우라도 생의 어느 순간에 이런 종류의 리스트를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은 지난 삶을 의미 있게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보다 가치 있게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따지고 보면 버킷 리스트는 일종의 긍정적 일탈에 관한 목록으로도 볼 수 있다. 만일 과학자가 죽기 전 반드시 노벨상을 받아야 하겠다든지, 아니면 어떤 정치가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없다라고 한다면 이는 야심찬 개인적 목표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진정한 의미의 버킷 리스트의 범주에 넣기는 힘들다. (중략)
첫째, 지금 공부하고 있는 4개 외국어 즉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의 고급 어학능력 자격시험에 도전해 모두 합격한다. 둘째, 누드사진집을 만든다. 셋째, 술집에서 일주일간이라도 근무해본다.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여행을 할 것이다. (후략)
당시 내가 만들었던 버킷 리스트에서 가장 핵심은 역시 첫째와 둘째 항목이었다. 그런데 당시 중국어 능력시험 합격도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로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능력시험 합격에까지 도전하겠다는 목표는 버킷 리스트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또한 객관적 여건으로 봐도 무모한 계획이었다.
도전 의지와 노력이 삶의 자산
하지만 내가 이렇게 무모하다 싶은 버킷리스트를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었던 데는 살아온 인생 경험들이 작용했다. 개인적으로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보면, 내 삶은 우연히 다가온 일들을 필연으로 바꿔 진정한 삶의 자산으로 만든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일의 성패는 결국 본인의 도전 의지와 그에 상응하는 노력 유무에 달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중국어 능력시험에 도전한 것부터가 학원에서 우연히 나눈 일상적 대화가 계기가 됐다. 그런 맥락에서 틈틈이 외국어 공부나 해보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 ‘4개 외국어 능력시험 도전’이라는 거창한 목표로 발전한 것 또한 우연한 ‘버킷 리스트’ 작성이 결정적 이유가 된 게 아닐까 한다.
아무튼 나는 버킷 리스트가 ‘신동아’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된 이후, 어느 날 문득 나비처럼 다가온 우연한 계기들을 필생의 보람으로 만들려고 나 나름대로 노력했다. 목표를 향해 벌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다행히 큰 운까지 따라줘 1년이란 기간 내에 4개 외국어 능력시험을 모두 통과하는 과분한 결과를 얻었다. 그러면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 분에 넘치는 성과를 얻은 과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