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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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담합鐵’?

이한구 인천시의원 “건설사 4~5곳 담합 사실 시인” 15개 공구 평균 낙찰률 97.56%… 공정위는 3년째 조사 중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2-03-12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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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담합鐵’?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현장을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가운데).

    2009년 진행된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하 2호선)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 간 대규모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호선 건설공사는 인천 서구 오류동에서 남동구 인천대공원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29.2km 구간에 역 27개소와 차량기지 2개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2조1839억 원(국비 9390억 원, 시비 1조2449억 원)이며 인천에서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2호선 공사구간은 총 16개(201~216공구). 2009년 1월 13개 공구에 대한 입찰공고가 났고, 2009년 7월 대안구간(206공구) 입찰공고 등을 거쳐 사업자 선정이 이뤄졌다. 현재 공정률은 40% 정도다. 담합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16개 공구 중 206공구를 제외한 15개 공구의 낙찰률이 비상식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낙찰받은 211공구의 경우 99.9%에 달했으며, 최저 수치를 보인 215공구(롯데건설 컨소시엄) 낙찰률도 94.7%였다. 15개 공구의 평균 낙찰률은 97.56%였다. 2호선 건설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P사의 공사 책임자는 “솔직히 담합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낙찰률”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져

    이 의혹은 이한구 인천시의원(민주통합당·계양4)이 처음 제기했다. 이 의원은 1월 19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호선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건설공사 입찰 과정 외에 2호선에 들어가는 차량·운행 시스템 입찰 과정에서도 1000억 원가량의 인천시 예산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2호선 16개 공구의 낙찰률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공구별 낙찰 기업과 낙찰률은 표 참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6공구 한 곳을 뺀 나머지 공구의 낙찰률은 대부분 95% 이상이었다. 반면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낙찰받은 206공구는 63.68%에 불과했다.



    16개 공구 중 14개 공구 입찰에는 모두 컨소시엄이 2개씩 참가했다. 그러나 각 컨소시엄이 써낸 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낙찰률이 낮았던 206공구에만 이례적으로 5개 컨소시엄이 참가해 경쟁을 벌였다. 3개 컨소시엄이 경쟁한 207공구의 낙찰률도 99.95%(대우건설 컨소시엄)였다. 컨소시엄 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16개 공구 중 2개 공구(201, 206공구)에서 낙찰받은 포스코건설을 제외하면 약속이나 한 듯 대형 건설사들이 사이좋게 한 공구씩 나눠 가졌다. 이 의원은 “정상적으로 경쟁이 이뤄졌다면 나오기 힘든 결과”라고 말했다.

    2호선 입찰 결과는 비슷한 성격의 다른 지역 공사와 비교된다. 2004년 12월 착공한 인천도시철도 1호선 송도신도시연장사업 1공구 토목공사의 경우 낙찰률이 60.3%에 불과했다. 같은 구간 2공구 입찰에서도 한신공영이 61.83%의 낙찰률로 공사를 따낸 바 있다. 2010년 발주한 수도권도시철도(수서~평택) 건설공사와 비교해도 낙찰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도시철도 9공구에서 GS건설은 낙찰률 65.4%로 공사를 수주했고,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다대구간) 6공구 건설공사의 낙찰률도 68.72%였다. 대림산업은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23공구 건설공사를 예산액 대비 63.78%에 각각 수주한 바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펴낸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공종별 평균 낙찰률’ 통계(2001~2006년)에 따르면, 사업별 평균 낙찰률은 철도 60.35%, 도로 59.06%, 공항 61.88%, 댐 77.41%(평균 62.15%)다. 2006년 5월 국가계약법령이 개정된 이후 평균 낙찰률이 67.95%로 상향됐지만,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공사 낙찰률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온다. 이렇게 본다면 2호선 낙찰률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입찰 유찰, 수의계약으로 사업자 결정

    이한구 의원은 2호선 관련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난 건설업체 4~5곳의 관계자들이 사실상 담합 사실을 인정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조사 과정에서 건설사 관계자들을 만났나.

    “4~5곳의 관계자들을 만났다.”

    ▼ 그들은 뭐라고 주장하나.

    “담합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뭘 뻔한 걸 묻느냐. 담합 아니면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합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공식적으로는 처음부터 인천시가 책정한 공사 예정가가 너무 낮아서 (담합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는 ‘(높은 낙찰률이) 2009년 인천시가 추진한 인천세계도시축전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것에 대한 보상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자신들이 낸 실제 후원금과 인천시가 공개한 금액이 다르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공개한 것보다 더 냈다는 말이다.”

    인천시와 건설사들에 따르면,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 당시 기업들이 인천시에 낸 후원금과 협찬금은 모두 600억 원을 웃돈다. 일부 기업의 후원금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포스코건설이 120억 원(협찬금 포함)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70억 원, 동양제철화학(OCI) 30억 원, SK건설 8억 원, 대우건설(10억 원 미만), 현대건설(금액 미공개), 롯데건설 30억 원, 한양 5억 원 등이다.

    ▼ 담합 사실을 인정한 기업을 공개할 수 있나.

    “기업을 공개하긴 힘들다. 이번 담합 의혹은 감사를 통해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를 통해서라도 밝혀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

    ▼ 의혹을 제기하자 인천시는 어떤 견해를 밝혔나.

    “2009년 입찰이 끝난 뒤 조달청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16개 공구 중 최소 8개 공구에서 담합이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인천시는 담합 의혹이 제기된 후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자’고 전해왔다. 그런데 조달청이 조사를 의뢰한 지 3년이 돼 가는데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인천시는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셈인데.

    “기자회견에서도 얘기했지만, 2호선은 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 2014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잘못되면 아시아경기대회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이 사업은 인천시가 지방채를 발행해서 수행하는 사업이다. 정부 지원은 2015년부터 나온다. 현재 인천시 재정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위기지자체(지방자치단체) 판정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담합해서 부당이익을 취한 건설사들이 자진해서 공사비 일부를 반납했으면 좋겠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담합鐵’?
    조달청으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은 공정위 측은 2호선 담합 의혹과 관련한 취재 요청에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 담합사건의 경우 밀려 있는 것이 많아서 조사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몇몇 업체가 담합 사실을 시인했다는 이 의원의 증언에 대해서는 “조사에 참고하겠다”고 전했다.

    이한구 의원은 2호선 차량·운행 시스템 입찰 과정에도 의혹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단 낙찰률이 95.89%로 너무 높다는 것이다. 차량과 운행 시스템(신호, 전력, 통신)을 분리 발주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합 발주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통합 발주 탓에 경쟁입찰이 구조적으로 제한됐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의 주장처럼 차량과 운영 시스템을 분리 발주한 대구도시철도의 경우 운행 시스템 낙찰률이 72%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차량만 생산, 공급하는 현대로템이 45%의 지분을 가지고 컨소시엄을 주도하면서 자기들과 아무 관련도 없는 운행 시스템에서도 부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낙찰받은 차량·운행 시스템 사업의 총 계약금액은 5778억 원이다. 이 중 차량 부문은 1807억 원(31.3%)에 불과하다. 운행 시스템의 신호, 전력, 통신 부문은 각각 대아티아이, LS산전, SK C·C가 맡았다.

    2007년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 인천시는 차량·운행 시스템을 용인경전철을 수주한 캐나다 봄바르디아사 컨소시엄(삼성 SDS, LS산전)과 수의계약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봄바르디아사에 대해 감사원에 진정을 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이후 감사원은 수의계약을 경쟁입찰로 바꾸도록 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추진된 계약은 두 번 유찰됐다. 현대로템 1개사만 입찰에 응하면서 사실상 경쟁입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입찰방식이 변경된 이후 현대로템 컨소시엄으로 사업권이 넘어갔다.

    철도 건설 관계자 “경전철 특성상 일괄 발주”

    현대로템이 생산, 납품하는 차량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량당 24억5500만 원(총 1816억여 원)꼴인데, 역시 현대로템이 제작한 부산김해경전철의 동일 기종 차량가 13억4000만 원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게 이 의원과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감사원이 인천시에 대한 정기감사를 진행하면서 차량 가격의 적정성을 조사했다. 그러나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차량·운행 시스템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측 관계자는 “2호선 차량 가격은 물가상승률을 적용하지 않은 금액이다. 반면 부산김해경전철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적용되도록 처음부터 설계돼 있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금액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2호선 차량이 좀 더 길어 가격은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또 경전철의 특성상 차량에 맞춰 신호, 통신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차량과 운행 시스템을 일괄 발주한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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