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현장을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가운데).
2호선 공사구간은 총 16개(201~216공구). 2009년 1월 13개 공구에 대한 입찰공고가 났고, 2009년 7월 대안구간(206공구) 입찰공고 등을 거쳐 사업자 선정이 이뤄졌다. 현재 공정률은 40% 정도다. 담합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16개 공구 중 206공구를 제외한 15개 공구의 낙찰률이 비상식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낙찰받은 211공구의 경우 99.9%에 달했으며, 최저 수치를 보인 215공구(롯데건설 컨소시엄) 낙찰률도 94.7%였다. 15개 공구의 평균 낙찰률은 97.56%였다. 2호선 건설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P사의 공사 책임자는 “솔직히 담합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낙찰률”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져
이 의혹은 이한구 인천시의원(민주통합당·계양4)이 처음 제기했다. 이 의원은 1월 19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호선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건설공사 입찰 과정 외에 2호선에 들어가는 차량·운행 시스템 입찰 과정에서도 1000억 원가량의 인천시 예산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2호선 16개 공구의 낙찰률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공구별 낙찰 기업과 낙찰률은 표 참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6공구 한 곳을 뺀 나머지 공구의 낙찰률은 대부분 95% 이상이었다. 반면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낙찰받은 206공구는 63.68%에 불과했다.
16개 공구 중 14개 공구 입찰에는 모두 컨소시엄이 2개씩 참가했다. 그러나 각 컨소시엄이 써낸 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낙찰률이 낮았던 206공구에만 이례적으로 5개 컨소시엄이 참가해 경쟁을 벌였다. 3개 컨소시엄이 경쟁한 207공구의 낙찰률도 99.95%(대우건설 컨소시엄)였다. 컨소시엄 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16개 공구 중 2개 공구(201, 206공구)에서 낙찰받은 포스코건설을 제외하면 약속이나 한 듯 대형 건설사들이 사이좋게 한 공구씩 나눠 가졌다. 이 의원은 “정상적으로 경쟁이 이뤄졌다면 나오기 힘든 결과”라고 말했다.
2호선 입찰 결과는 비슷한 성격의 다른 지역 공사와 비교된다. 2004년 12월 착공한 인천도시철도 1호선 송도신도시연장사업 1공구 토목공사의 경우 낙찰률이 60.3%에 불과했다. 같은 구간 2공구 입찰에서도 한신공영이 61.83%의 낙찰률로 공사를 따낸 바 있다. 2010년 발주한 수도권도시철도(수서~평택) 건설공사와 비교해도 낙찰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도시철도 9공구에서 GS건설은 낙찰률 65.4%로 공사를 수주했고,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다대구간) 6공구 건설공사의 낙찰률도 68.72%였다. 대림산업은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23공구 건설공사를 예산액 대비 63.78%에 각각 수주한 바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펴낸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공종별 평균 낙찰률’ 통계(2001~2006년)에 따르면, 사업별 평균 낙찰률은 철도 60.35%, 도로 59.06%, 공항 61.88%, 댐 77.41%(평균 62.15%)다. 2006년 5월 국가계약법령이 개정된 이후 평균 낙찰률이 67.95%로 상향됐지만,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공사 낙찰률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온다. 이렇게 본다면 2호선 낙찰률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입찰 유찰, 수의계약으로 사업자 결정
이한구 의원은 2호선 관련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난 건설업체 4~5곳의 관계자들이 사실상 담합 사실을 인정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조사 과정에서 건설사 관계자들을 만났나.
“4~5곳의 관계자들을 만났다.”
▼ 그들은 뭐라고 주장하나.
“담합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뭘 뻔한 걸 묻느냐. 담합 아니면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합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공식적으로는 처음부터 인천시가 책정한 공사 예정가가 너무 낮아서 (담합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는 ‘(높은 낙찰률이) 2009년 인천시가 추진한 인천세계도시축전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것에 대한 보상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자신들이 낸 실제 후원금과 인천시가 공개한 금액이 다르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공개한 것보다 더 냈다는 말이다.”
인천시와 건설사들에 따르면,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 당시 기업들이 인천시에 낸 후원금과 협찬금은 모두 600억 원을 웃돈다. 일부 기업의 후원금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포스코건설이 120억 원(협찬금 포함)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70억 원, 동양제철화학(OCI) 30억 원, SK건설 8억 원, 대우건설(10억 원 미만), 현대건설(금액 미공개), 롯데건설 30억 원, 한양 5억 원 등이다.
▼ 담합 사실을 인정한 기업을 공개할 수 있나.
“기업을 공개하긴 힘들다. 이번 담합 의혹은 감사를 통해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를 통해서라도 밝혀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
▼ 의혹을 제기하자 인천시는 어떤 견해를 밝혔나.
“2009년 입찰이 끝난 뒤 조달청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16개 공구 중 최소 8개 공구에서 담합이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인천시는 담합 의혹이 제기된 후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자’고 전해왔다. 그런데 조달청이 조사를 의뢰한 지 3년이 돼 가는데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인천시는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셈인데.
“기자회견에서도 얘기했지만, 2호선은 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 2014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잘못되면 아시아경기대회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이 사업은 인천시가 지방채를 발행해서 수행하는 사업이다. 정부 지원은 2015년부터 나온다. 현재 인천시 재정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위기지자체(지방자치단체) 판정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담합해서 부당이익을 취한 건설사들이 자진해서 공사비 일부를 반납했으면 좋겠다.”
조달청으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은 공정위 측은 2호선 담합 의혹과 관련한 취재 요청에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 담합사건의 경우 밀려 있는 것이 많아서 조사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몇몇 업체가 담합 사실을 시인했다는 이 의원의 증언에 대해서는 “조사에 참고하겠다”고 전했다.
이한구 의원은 2호선 차량·운행 시스템 입찰 과정에도 의혹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단 낙찰률이 95.89%로 너무 높다는 것이다. 차량과 운행 시스템(신호, 전력, 통신)을 분리 발주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합 발주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통합 발주 탓에 경쟁입찰이 구조적으로 제한됐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의 주장처럼 차량과 운영 시스템을 분리 발주한 대구도시철도의 경우 운행 시스템 낙찰률이 72%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차량만 생산, 공급하는 현대로템이 45%의 지분을 가지고 컨소시엄을 주도하면서 자기들과 아무 관련도 없는 운행 시스템에서도 부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낙찰받은 차량·운행 시스템 사업의 총 계약금액은 5778억 원이다. 이 중 차량 부문은 1807억 원(31.3%)에 불과하다. 운행 시스템의 신호, 전력, 통신 부문은 각각 대아티아이, LS산전, SK C·C가 맡았다.
2007년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 인천시는 차량·운행 시스템을 용인경전철을 수주한 캐나다 봄바르디아사 컨소시엄(삼성 SDS, LS산전)과 수의계약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봄바르디아사에 대해 감사원에 진정을 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이후 감사원은 수의계약을 경쟁입찰로 바꾸도록 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추진된 계약은 두 번 유찰됐다. 현대로템 1개사만 입찰에 응하면서 사실상 경쟁입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입찰방식이 변경된 이후 현대로템 컨소시엄으로 사업권이 넘어갔다.
철도 건설 관계자 “경전철 특성상 일괄 발주”
현대로템이 생산, 납품하는 차량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량당 24억5500만 원(총 1816억여 원)꼴인데, 역시 현대로템이 제작한 부산김해경전철의 동일 기종 차량가 13억4000만 원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게 이 의원과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감사원이 인천시에 대한 정기감사를 진행하면서 차량 가격의 적정성을 조사했다. 그러나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차량·운행 시스템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측 관계자는 “2호선 차량 가격은 물가상승률을 적용하지 않은 금액이다. 반면 부산김해경전철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적용되도록 처음부터 설계돼 있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금액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2호선 차량이 좀 더 길어 가격은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또 경전철의 특성상 차량에 맞춰 신호, 통신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차량과 운행 시스템을 일괄 발주한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