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실 이미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연립, 다가구주택에 사는 인구 비율이 57.2%에 달한다. 도시지역만 따지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위아래 층에 이웃을 두고 살아가는 주거 형태가 거의 일반화한 오늘, 층간소음은 이웃 간 인심을 험하게 만든다. 한창 뛰어놀 아이를 키우는 위층 부모나, 고3 수험생을 둔 아래층 부모의 처지에서는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법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문제는 이웃끼리 다툴 게 아니라 오히려 힘을 합쳐 부실시공을 한 시공사와 싸워야 할 경우가 많다. 만일 시공상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해 위층 거주자로 하여금 방음매트를 깔게 하는 등의 조정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2004년 4월 2일부터 시행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14조 제3항에 따르면 공동주택 바닥의 경량 충격음(가볍고 딱딱한 충격으로 생기는 소리)은 58dB 이하, 중량 충격음(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으로 생기는 소리)은 50dB 이하여야 한다. 경량 충격음은 식탁을 끄는 소리 또는 60kg 이하의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의 충격음과 같은 것을 말하고, 중량 충격음은 60kg을 초과한 물건에 의해 발생한 소리를 말한다. 이 규정을 초과하는 소음이 날 경우 주민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에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또는 하자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시행하기 전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아파트라면 애매하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공동주택의 바닥은 층간 바닥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음을 들어 건설사의 피해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고법 민사8부는 인천의 한 아파트 주민 259명이 “아파트 바닥이 층간소음을 충분히 막지 못한다”며 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02년 3월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 당시 적용되던 위 규정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고, 해당 아파트의 바닥구조가 당시 일반적인 수준과 비교할 때 별 차이가 없어 품질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시 감정 결과에 의하면 이 아파트의 층간소음(경량 충격음)은 56~61dB로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천천히 걷는 소리 △요리 시 칼로 도마를 치는 소리 △대화 시 성별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소리 △코 고는 소리 등이 아래층에 여과 없이 들리는 것을 지적했다.
하지만 2심에선 “현장검증 시 위층에서 3~4세의 어린아이가 뛰거나 성인남성이 걸어갈 때 ‘쿵쿵’ 소리가 들리기는 했으나 멀리서 나는 소리로 들리고, 숟가락이나 리모컨 등을 떨어뜨릴 경우 아주 작은 소리가 들리는 정도”라며 “식탁의자 다리에 커버가 없을 때 명확히 ‘삐’ 소리가 들리긴 하나 커버를 씌우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대법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