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7

..

눈 뜨고 코 베이는 ‘디카 사기 판매’

허위 정보 인터넷 올려놓고 바가지 씌워 … ‘울트라’ 운운 가격 부풀리기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10-11 09: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눈 뜨고 코 베이는 ‘디카 사기 판매’

    각종 디지털카메라가 진열돼 있는 서울 시내 한 전자상가 매장.

    주말 오후, 서울시내 한 전자상가. 매장 상인들이 아이쇼핑을 즐기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다.

    “뭘 찾으세요? 한 번만 보고 가세요” “다른 데 돌아다닐 필요 없습니다. 인터넷 최저가보다 싸게 드린다니까요”….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를 하나 장만할까 고민하던 4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그 말에 솔깃해 한 디카 매장에 들어섰다. 순간 상인의 입과 손이 분주해졌다. 손으로는 노트북에 연결된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검색하고, 입으로는 “어디에서도 더 싼 가격으론 사지 못한다” “지금이 아니면 같은 가격으로 팔지 않는다”며 구매를 부추겼다.

    웬만한 전문지식 있어도 속수무책

    결국 이날 A씨는 8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디카를 115만 원에 속아서 사고 말았다. 상인의 집요하고도 치밀한 상술에 놀아난 결과다. 이들이 소개한 인터넷 가격비교 정보도 허위였다. 일부 유통업자와 상인이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올려놓은 것이다. 디카에 웬만큼 전문지식이 있다 해도 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최근 디카 시장에 신종 사기수법이 등장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형적인 ‘끼워팔기’에 인터넷 쇼핑몰에 올린 허위 정보를 이용, 디카와 부대장비 가격을 두 배 이상 받는 사기행위까지 버젓이 벌어지는 것. 수법은 이런 식이다.

    이날 A씨가 구입한 디카는 DSLR(디지털 일안 반사형) 카메라인 ‘캐논 1000D’다. 여기에 기본 렌즈 대신 상인이 적극 추천한 ‘탐론(Tamron) 18-200mm’ 망원렌즈를 달았다. 상인이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검색한 가격대는 캐논 1000D는 50만 원대, 탐론 18-200mm는 60만 원대 초반이었다. 정상적인 가격으로 구입하려면 110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 것.

    상인은 이 제품을 100만 원까지 할인해주고, 여기에 카메라 가방과 20만 원에 판매한다는 도시바 16GB 메모리카드 정품을 끼워주겠다고 했다. 소비자로선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A씨는 추가로 15만 원 정도 한다는 배터리그립을 10만 원에 할인해서 구입했다. 여기에다 배터리 비정품 하나를 5만 원에 샀다. 배터리 정품은 10만 원이지만 비정품도 쓸 만하다는 상인의 ‘친절한’ 설명을 A씨는 그대로 믿었다. 모두 115만 원. 상인은 끊임없이 “인터넷이나 상가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최저가”라는 설명을 반복했다. 이 상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A씨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50만 원을 줘야 할 제품을 23%나 할인된 가격에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상인의 말은 모두 거짓이다. 카메라 가방은 1만4000~1만6000원, 도시바 16GB 메모리카드는 4만5000 ~4만8000원에 불과하다. 배터리그립도 캐논 정품이 아닌 중국에서 생산된 ‘ROWLOCK’ 제품으로 시중에서 5만 원대에 판매되고, 캐논 디카 배터리 정품도 5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카메라 렌즈의 가격 부풀리기는 사기나 다름없다. A씨가 구입한 탐론 18-200mm는 5년 전인 2005년 6월에 출시된 제품으로 인터넷은 물론 전자상가에서 현재 23만~30만 원에 거래된다. 그런데 문제의 상가 상인은 이 제품에 ‘울트라’라는 이름을 붙여 두 배 이상 가격으로 부풀려 판매했다. 출시연도도 2009년 12월로 속였다.

    디카 입문 초보자는 봉

    눈 뜨고 코 베이는 ‘디카 사기 판매’

    A씨가 115만 원에 구입한 DSLR 캐논 1000D와 탐론 18-200mm 렌즈, ROWLOCK 배터리그립, 도시바 16GB 메모리 카드. 실제 인터넷 구입 가능 가격은 80만원대였다.

    이 상인은 “탐론 18-200mm는 일반 렌즈와 울트라 렌즈가 있는데 우리는 울트라 렌즈만 판매한다”고 주장하다, 탐론 렌즈 정식 수입업체를 통해 울트라란 제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자 뒤늦게 잘못을 시인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 있는 허위 정보 때문이다. 출처를 보면 대부분 용산, 테크노마트 등 전자상가다. 결국 자신들이 올려놓은 허위 정보를 이용해 사기판매를 일삼은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A씨와 비슷한 피해를 본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디 ‘ODICTION’은 “렌즈를 추천해준다고 해서 봤는데 탐론 18-200mm더라고요. (판매 상인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인터넷 최저가를 보여줬는데 75만 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50만 원에 해주겠다고 해서 샀는데 아무리 봐도 사기당한 것 같아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아직도 자신이 사기를 당한 사실조차 모르는 피해자도 있다. 아이디 ‘hong_7630’은 “18-200울트라 줌 산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냥 18-200보다 가격만 많이 비싼 것 같다”면서 다른 렌즈의 추천을 부탁했다. 하지만 수입업체는 수수방관한다.

    탐론렌즈 수입업체인 썬포토 관계자는 “같은 제품에 울트라나 다른 명칭을 추가로 붙여서 값을 속여 파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판매는 비단 탐론 18-200mm 렌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디카 판매량이 급증하고, 소비자 선호제품이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초보자용 일반 디카에서 DSLR 카메라나 하이브리드 등 고급 디카로 이동하면서 사기판매 대상제품도 광범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카 판매 전문업체 관계자는 “일반 디카의 모델은 그리 많지 않지만, DSLR 카메라 등 고급형으로 갈수록 렌즈와 부대장비 수가 늘고, 품목별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미끼상품으로 호객행위를 한 뒤 다른 제품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바가지를 쓰기 쉬운 제품은 대부분 판매가 중단됐거나 잘 팔리지 않아 제고가 많은 것이다. 특정 상인이 헐값에 이 제품을 모두 사들인 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초기 가격 그대로 판매하거나, 실거래보다 부풀려 판다는 것. 이런 상술에는 “전문적 지식이 없는 초보자가 가장 속기 쉽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인터넷 쇼핑몰의 9월 한 달 디카 판매량 추이를 보면 매주 20~30%의 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카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디카 마니아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신종 사기판매의 등장은 디카 시장 전반에 불신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 판매는 물론 인터넷 쇼핑몰마저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주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거나 나름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