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는 지난 호에서 2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동해에 설치한 국내 유일의 해저지진계가 8개월째 무용지물로 방치된 것은 설치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고, 통합지진관측망(KISS)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755호 ‘먹통 동해 해저지진계 설치 때부터 문제 많았다’).
그런데 2010년 1월 14일 이후 ‘먹통’이 됐다던 기상청 발표와 달리, 주간동아 취재 결과 동해 해저지진계는 8월 27일까지 지진관측 데이터를 전송했고, 기상청은 독일의 지진계 제조사에 자료 분석을 의뢰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써 해저케이블 절단 사고로 보고 ‘조용히’ 복구 용역에 대한 조달 입찰을 추진해온 기상청이 수신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내 지진학자들과 지진관측 유관기관 관계자들도 “해저지진계가 지난 8월까지 자료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자료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신호가) 들어왔다는 게 중요한데 왜 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무 태만’으로 이미 공무원 징계
주간동아가 기상청으로부터 입수한 ‘2010년 해저지진계 수신 데이터’에 따르면, 동해 해저지진계는 1월 23일부터 8월 27일 사이에 29일치 자료를 보내왔다. 이 가운데 사고일 이전과 비교해 90% 이상 자료를 보내온 날도 14일에 달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에게 “1월 14일 어로작업으로 케이블이 손실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이유를 보고하면서 “이후 관측자료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고 김광수 비서관은 밝혔다.
기상청은 지난 9월 중순 데이터 수신 사실을 취재하던 기자에게도 “케이블이 절단됐는데 어떻게 자료가 들어오겠느냐. 어떠한 노이즈(소음)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같은 답을 내놓았다.
반면 복수의 지진관측 전문가는 1월 14일 이후에도 해저지진계는 지진관측 자료를 보내왔고, 기상청 지진관측 담당 국장이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고 확인해줬다. 이를 토대로 기자가 해저지진계가 관측자료를 보내온 구체적인 날짜를 대며 재차 캐묻자 기상청은 “확인 결과 5월에 6회, 6월에 7회 자료를 수신했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5월 중 14일, 6월 중 10일, 8월 중 3일 등 8월 27일까지 자료가 수신됐고, 사고 이전과 비슷한 양의 자료를 보내온 날도 10일이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에 해저지진계 전문가가 없어 외부에 의뢰해 확인했다. 우리도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다. 오차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고, 지진학자들은 “‘실시간 자료 전송’을 받는 기상청이 오차를 얘기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기상청은 왜 이 같은 사실을 숨기려 했을까. 여기에는 ‘감사원 트라우마’와 보험금 문제가 깊숙이 자리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당초 해저지진계는 울릉도 남쪽 20km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2006년 11월 20일 해저지진계 설치 9시간 만에 육지에서 5km 지점의 케이블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로행위로 케이블이 손상됐던 것. 기상청과 시공업체는 나머지 15km만 당겨 육상부와 연결했다. 울릉도 남쪽 20km 지점에 설치하려던 지진계를 당겨 15km 지점에 설치한 것이다.
감사원은 2007년 해저지진계 사업 감사에 나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기상청 사업제안요청서 등에는 어로행위에 대비해 암석을 굴착해 케이블을 매설하기로 돼 있지만, 계약업체는 암석 위에 케이블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천해(淺海)부 3km 구간에는 이중강화 케이블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값이 싼 단강화 케이블로 설치했다. 이처럼 업체의 부실시공과 공무원 업무 태만 등으로 결국 육지에서 5km 지점 케이블이 손상돼 데이터 수신이 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해저지진계 안정성 보강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고, 이듬해 3월 담당 공무원에게 징계문책 처분을 내렸다. 이러한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 A씨의 설명이다.
“이 문제는 기상청에게 뜨거운 감자다. 사고 이후 20km 지점에 재설치해야 했음에도 15km 구간에 임의로 설치했고, 어로행위가 많은 천해부에 여전히 단강화 케이블이 깔려 있으니 ‘뜨끔’했다. 사고 당시 이중강화 케이블(3km) 구간과 단강화 케이블(2km) 구간을 잘라 내 선을 당겨왔으니 바다 속 케이블은 모두 단강화 케이블이다. 단강화는 이중강화 케이블에 비해 강도가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저지진계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 다시 단강화 케이블 문제 등이 불거질 것이고, 감사원이 지적한 ‘안정성 보강 방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 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
해저지진계는 기상청의 뜨거운 감자
‘수신 사실’은 보험금 문제에서도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기상청은 1월 19일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에 사고 소식을 알렸고, 이를 바탕으로 조달입찰을 거쳐 복구계약을 맺었다. 입찰을 통한 복구비용은 11억2000여만 원. 이 중 사고로 판정될 경우 현대해상 측은 기상청에 10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기상청이 가입한 보험은 해양종합보험으로, 현대해상은 영국 보험사에 재보험을 들었다. 보험금은 사고로 인해 목적물(케이블)이 끊기는 등 물리적 손상을 확인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기기 자체 결함으로 인한 접촉 불량이라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당초 기상청 발표대로 1월 14일 이후 케이블이 절단돼 어떠한 신호가 오지 않았다면 통발 어선에 의해 케이블이 끊긴 것으로 보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9일치 신호가 다시 들어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의 설명이다.
“1월 14일 이후 전혀 신호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만약 신호가 왔다면 케이블 피복 불량으로 바닷물이 스며들었거나 기기에 결함이 생겼을 수 있다.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신호가 들어왔다 안 들어왔다 하면 절단보다는 자체 결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을 인양해도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앞서 기상청 관계자도 “절단으로 알고 일을 추진하는데 이런 사실(1월 14일 이후 자료 수신)이 알려지면 보험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털어놓으면서 “마음 같아서는 다 걷어서 철수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다.
“사고 통보를 받고 지난 1월 한국과 영국의 보험 조사업체가 독일 제조사의 사고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케이블선 절단으로 추정했다. 이후 우리에게는 지진계 신호가 들어왔다는 어떤 통보도 없었다. 신호가 들어왔다면 원인으로 기기 결함이나 접촉 불량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 향후 복구 과정에 참여할 때 이 문제를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고위공무원은 “사고 이후 자료가 24시간 완벽하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절단되지 않았다고 누구도 보증할 수 없었다. 정상적인 관측이 이뤄졌다면 모르겠지만, 복구가 우선인 상황이고 (신호가) 불안전해서 굳이 신호가 왔다는 사실을 요란스럽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위(기상청장)에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2010년 1월 14일 이후 ‘먹통’이 됐다던 기상청 발표와 달리, 주간동아 취재 결과 동해 해저지진계는 8월 27일까지 지진관측 데이터를 전송했고, 기상청은 독일의 지진계 제조사에 자료 분석을 의뢰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써 해저케이블 절단 사고로 보고 ‘조용히’ 복구 용역에 대한 조달 입찰을 추진해온 기상청이 수신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내 지진학자들과 지진관측 유관기관 관계자들도 “해저지진계가 지난 8월까지 자료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자료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신호가) 들어왔다는 게 중요한데 왜 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무 태만’으로 이미 공무원 징계
주간동아가 기상청으로부터 입수한 ‘2010년 해저지진계 수신 데이터’에 따르면, 동해 해저지진계는 1월 23일부터 8월 27일 사이에 29일치 자료를 보내왔다. 이 가운데 사고일 이전과 비교해 90% 이상 자료를 보내온 날도 14일에 달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에게 “1월 14일 어로작업으로 케이블이 손실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이유를 보고하면서 “이후 관측자료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고 김광수 비서관은 밝혔다.
기상청은 지난 9월 중순 데이터 수신 사실을 취재하던 기자에게도 “케이블이 절단됐는데 어떻게 자료가 들어오겠느냐. 어떠한 노이즈(소음)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같은 답을 내놓았다.
반면 복수의 지진관측 전문가는 1월 14일 이후에도 해저지진계는 지진관측 자료를 보내왔고, 기상청 지진관측 담당 국장이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고 확인해줬다. 이를 토대로 기자가 해저지진계가 관측자료를 보내온 구체적인 날짜를 대며 재차 캐묻자 기상청은 “확인 결과 5월에 6회, 6월에 7회 자료를 수신했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5월 중 14일, 6월 중 10일, 8월 중 3일 등 8월 27일까지 자료가 수신됐고, 사고 이전과 비슷한 양의 자료를 보내온 날도 10일이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에 해저지진계 전문가가 없어 외부에 의뢰해 확인했다. 우리도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다. 오차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고, 지진학자들은 “‘실시간 자료 전송’을 받는 기상청이 오차를 얘기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기상청은 왜 이 같은 사실을 숨기려 했을까. 여기에는 ‘감사원 트라우마’와 보험금 문제가 깊숙이 자리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당초 해저지진계는 울릉도 남쪽 20km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2006년 11월 20일 해저지진계 설치 9시간 만에 육지에서 5km 지점의 케이블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로행위로 케이블이 손상됐던 것. 기상청과 시공업체는 나머지 15km만 당겨 육상부와 연결했다. 울릉도 남쪽 20km 지점에 설치하려던 지진계를 당겨 15km 지점에 설치한 것이다.
감사원은 2007년 해저지진계 사업 감사에 나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기상청 사업제안요청서 등에는 어로행위에 대비해 암석을 굴착해 케이블을 매설하기로 돼 있지만, 계약업체는 암석 위에 케이블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천해(淺海)부 3km 구간에는 이중강화 케이블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값이 싼 단강화 케이블로 설치했다. 이처럼 업체의 부실시공과 공무원 업무 태만 등으로 결국 육지에서 5km 지점 케이블이 손상돼 데이터 수신이 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해저지진계 안정성 보강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고, 이듬해 3월 담당 공무원에게 징계문책 처분을 내렸다. 이러한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 A씨의 설명이다.
“이 문제는 기상청에게 뜨거운 감자다. 사고 이후 20km 지점에 재설치해야 했음에도 15km 구간에 임의로 설치했고, 어로행위가 많은 천해부에 여전히 단강화 케이블이 깔려 있으니 ‘뜨끔’했다. 사고 당시 이중강화 케이블(3km) 구간과 단강화 케이블(2km) 구간을 잘라 내 선을 당겨왔으니 바다 속 케이블은 모두 단강화 케이블이다. 단강화는 이중강화 케이블에 비해 강도가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저지진계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 다시 단강화 케이블 문제 등이 불거질 것이고, 감사원이 지적한 ‘안정성 보강 방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 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
해저지진계는 기상청의 뜨거운 감자
서울 대방동 기상청 국가지진센터에는 실시간으로 지진관측 자료가 들어온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기상청이 가입한 보험은 해양종합보험으로, 현대해상은 영국 보험사에 재보험을 들었다. 보험금은 사고로 인해 목적물(케이블)이 끊기는 등 물리적 손상을 확인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기기 자체 결함으로 인한 접촉 불량이라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당초 기상청 발표대로 1월 14일 이후 케이블이 절단돼 어떠한 신호가 오지 않았다면 통발 어선에 의해 케이블이 끊긴 것으로 보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9일치 신호가 다시 들어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의 설명이다.
“1월 14일 이후 전혀 신호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만약 신호가 왔다면 케이블 피복 불량으로 바닷물이 스며들었거나 기기에 결함이 생겼을 수 있다.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신호가 들어왔다 안 들어왔다 하면 절단보다는 자체 결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을 인양해도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앞서 기상청 관계자도 “절단으로 알고 일을 추진하는데 이런 사실(1월 14일 이후 자료 수신)이 알려지면 보험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털어놓으면서 “마음 같아서는 다 걷어서 철수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다.
“사고 통보를 받고 지난 1월 한국과 영국의 보험 조사업체가 독일 제조사의 사고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케이블선 절단으로 추정했다. 이후 우리에게는 지진계 신호가 들어왔다는 어떤 통보도 없었다. 신호가 들어왔다면 원인으로 기기 결함이나 접촉 불량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 향후 복구 과정에 참여할 때 이 문제를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고위공무원은 “사고 이후 자료가 24시간 완벽하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절단되지 않았다고 누구도 보증할 수 없었다. 정상적인 관측이 이뤄졌다면 모르겠지만, 복구가 우선인 상황이고 (신호가) 불안전해서 굳이 신호가 왔다는 사실을 요란스럽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위(기상청장)에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