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나나~ 나나나나~.” 요즘 대학가 술집에서는 젊은이들이 가수 유승준의 노래 ‘나나나’를 부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술자리에 모인 일행이 ‘나나나’의 첫 부분을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집중시킨 뒤, 가사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손동작과 함께 ‘쿵쿵따리 쿵쿵따~’등의 구호를 외치며 게임을 시작하는 것. 언뜻 보아서는 술을 마시러 모인 것인지, 게임을 하려고 모인 것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삼육구·끝말잇기 ‘단골 게임’
젊은이들의 음주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술의 양보다 분위기를 중시하는 요즘 신세대들은 술통에 빠지듯 과음하기보다는 한 잔을 마시더라도 세련되고 깔끔하게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술을 마셔도 토론이나 대화보다는 게임을 통해 분위기를 재미있게 띄운다.
“재미없으면 그건 술자리가 아니죠.” 서울 Y대 3학년인 박모씨(22)는 선후배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담배 연기 자욱한 곳에서 못 마시는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는 분위기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1년 동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니 술자리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 있더라고.
“술자리에서 ‘원샷’을 강요하는 일도 없어졌더군요. 요즘은 게임을 많이 하던데요.”
술자리마다 빠지지 않는 삼육구(3·6·9) 게임은 이미 술자리의 고전이 되었다. 다 같이 “삼육구 삼육구”를 외친 뒤 돌아가며 아라비아 숫자를 부른다. 이때 3의 배수나 끝자리에 숫자 3이 들어가는 숫자는 손뼉을 쳐야 한다. 최근엔 5의 배수에서 손뼉을 치거나, 숫자를 영어로 외치는 등 난이도를 높인 응용 버전이 인기다.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술을 몇 잔 마시고 나면 “삼육구” 발음도 잘 안 되고, 14를 “피프틴”으로 당당하게 외치고는 얼굴이 빨개지는 일도 자주 있다.
유행가로 시작하는 ‘쿵쿵따’ 게임은 끝말잇기의 일종으로, 단어는 세 글자로 된 것으로만 제한된다. 술 마시는 것을 게임의 벌칙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술자리를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요즘 신세대들은 ‘흑기사’나 ‘흑장미’를 애용(?)한다. 벌주를 대신 마시는 남자나 여자를 가리키는 흑기사나 흑장미가 술에 약한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 물론 공짜가 아니다. 술을 먹어주는 대신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 대부분 노래나 춤을 요구하지만 질문에 사실만 대답하는 ‘진실게임’을 하기도 한다. “첫 키스는 누구랑 언제 했지?” 하는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술 잘 마시는 후배들을 귀여워하는 선배들도 후배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진실게임’을 위해 적당히 흑기사를 부르길 원한다.
“대학 들어가면 술 많이 마셔야 하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게임 종류도 다양하고, 선배들이 술을 대신 마셔주기도 해 부담이 없어요.” 서울 S대 신입생 박모씨(19)의 말이다.
도구를 이용하는 게임도 인기다. ‘킹게임’은 젓가락을 이용한 게임으로 한쪽 끝에 사람 숫자대로 번호를 적은 뒤, 번호를 가리고 젓가락을 하나씩 뽑는 것이다. 그중 1번을 뽑은 사람이 다른 두 번호를 선택해 원하는 것을 명령할 수 있다. 1번을 뽑은 사람이 ‘왕’이 되는 게임으로 “4번이 6번에게 뽀뽀해”라는 식으로 짓궂은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휴대폰을 이용한 게임도 여러 가지. ‘휴대폰 인기 순위 결정전’은 밤늦게 전화를 걸어 친구를 불러내는 TV 프로그램을 응용한 것으로, 동시에 각자의 친구에게 문자로 호출한다. 그리고 탁자 위에 전화기를 모두 내려놓는다. 누구의 벨이 먼저 울릴 것인가? 누구에게도 연락받지 못한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임이다.
기다리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한 변칙도 있다. 우선 전화기를 열고, 버튼이 있는 위치를 잘 살핀 뒤 머리로 버튼을 누른다. 액정에 나타난 번호를 확인해 가장 적은 숫자가 찍힌 사람이 술을 마신다. 큰 숫자를 찍기 위해 전화기 아랫부분만 누르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쪺, # 모양이 찍히면 무조건 술을 마셔야 하는 무서운 함정이 있기 때문. 휴대폰에 찍힌 숫자가 지능 지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서로를 놀리기도 한다.
술자리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되면 휴대폰 성능으로 술값 계산할 사람을 결정한다. 장소가 지하인 경우 수신 가능 정도를 표시하는 일명 ‘막대기’가 적은 사람이 그날 술값을 낸다.
성인들의 술자리 문화를 흉내낸 것도 있다.
“어른들은 맥주에 양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를 즐긴다죠?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C대 4학년인 김모씨(22)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타이타닉게임’을 즐긴다. 타이타닉호가 대서양에 가라앉는 모습에서 이름을 딴 ‘타이타닉주’는 일행이 모두 동참해 만드는 재미가 있다. 먼저 맥주잔에 맥주를 담은 뒤 빈 소주잔을 띄운다. 그리고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빈 잔에 조금씩 소주를 따른다. 일정한 양이 채워지면 작은 잔이 맥주잔 속으로 가라앉게 마련. 작은 잔이 가라앉으면 타이타닉주가 완성되고, 가라앉게 만든 사람이 술을 마셔야 한다. 술잔을 가라앉힌 당사자는 인상을 찡그리지만 ‘다음은 너희 차례’라며 복수를 다짐한다.
술자리가 끝나면 그냥 돌아가기 아쉽다며 2차를 가자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세대들은 “장소만 바꿔 술을 마신다면 그냥 집으로 가겠습니다”며 당당하게 자기 의사를 밝힌다. 그 바람에 2차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무알코올 칵테일을 마시거나 아이스크림, 생과일 주스를 즐기는 분위기로 변한다.
“처음엔 술 마신 다음에 우르르 몰려가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게 어색했는데, 몇 번 해보니 그것도 재미있어요. 다음날 수업에 무리도 없고.” 서울 D대 복학생 김모씨(24)의 이야기다.
물론 술자리 게임이 폭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술자리의 레크레이션이 음주문화를 바꿔가고 있지만, 게임을 통해 벌주 명목으로 마신 술이 폭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이러한 이유로 대학생 음주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된 한국 대학생 알코올문제예방협회(한국 바커스)에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대학생 음주 사고의 원인이 사발주와 술 강요뿐만 아니라 게임을 통한 폭음에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포스터 2000장을 제작해 전국 320개 대학에 배포했다.
한국 바커스 소속 중앙대 김성천 교수(아동복지학)는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술자리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는 있지만 술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모이면 당연히 술을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술을 마시지 않는 분위기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육구·끝말잇기 ‘단골 게임’
젊은이들의 음주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술의 양보다 분위기를 중시하는 요즘 신세대들은 술통에 빠지듯 과음하기보다는 한 잔을 마시더라도 세련되고 깔끔하게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술을 마셔도 토론이나 대화보다는 게임을 통해 분위기를 재미있게 띄운다.
“재미없으면 그건 술자리가 아니죠.” 서울 Y대 3학년인 박모씨(22)는 선후배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담배 연기 자욱한 곳에서 못 마시는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는 분위기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1년 동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니 술자리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 있더라고.
“술자리에서 ‘원샷’을 강요하는 일도 없어졌더군요. 요즘은 게임을 많이 하던데요.”
술자리마다 빠지지 않는 삼육구(3·6·9) 게임은 이미 술자리의 고전이 되었다. 다 같이 “삼육구 삼육구”를 외친 뒤 돌아가며 아라비아 숫자를 부른다. 이때 3의 배수나 끝자리에 숫자 3이 들어가는 숫자는 손뼉을 쳐야 한다. 최근엔 5의 배수에서 손뼉을 치거나, 숫자를 영어로 외치는 등 난이도를 높인 응용 버전이 인기다.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술을 몇 잔 마시고 나면 “삼육구” 발음도 잘 안 되고, 14를 “피프틴”으로 당당하게 외치고는 얼굴이 빨개지는 일도 자주 있다.
유행가로 시작하는 ‘쿵쿵따’ 게임은 끝말잇기의 일종으로, 단어는 세 글자로 된 것으로만 제한된다. 술 마시는 것을 게임의 벌칙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술자리를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요즘 신세대들은 ‘흑기사’나 ‘흑장미’를 애용(?)한다. 벌주를 대신 마시는 남자나 여자를 가리키는 흑기사나 흑장미가 술에 약한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 물론 공짜가 아니다. 술을 먹어주는 대신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 대부분 노래나 춤을 요구하지만 질문에 사실만 대답하는 ‘진실게임’을 하기도 한다. “첫 키스는 누구랑 언제 했지?” 하는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술 잘 마시는 후배들을 귀여워하는 선배들도 후배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진실게임’을 위해 적당히 흑기사를 부르길 원한다.
“대학 들어가면 술 많이 마셔야 하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게임 종류도 다양하고, 선배들이 술을 대신 마셔주기도 해 부담이 없어요.” 서울 S대 신입생 박모씨(19)의 말이다.
도구를 이용하는 게임도 인기다. ‘킹게임’은 젓가락을 이용한 게임으로 한쪽 끝에 사람 숫자대로 번호를 적은 뒤, 번호를 가리고 젓가락을 하나씩 뽑는 것이다. 그중 1번을 뽑은 사람이 다른 두 번호를 선택해 원하는 것을 명령할 수 있다. 1번을 뽑은 사람이 ‘왕’이 되는 게임으로 “4번이 6번에게 뽀뽀해”라는 식으로 짓궂은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휴대폰을 이용한 게임도 여러 가지. ‘휴대폰 인기 순위 결정전’은 밤늦게 전화를 걸어 친구를 불러내는 TV 프로그램을 응용한 것으로, 동시에 각자의 친구에게 문자로 호출한다. 그리고 탁자 위에 전화기를 모두 내려놓는다. 누구의 벨이 먼저 울릴 것인가? 누구에게도 연락받지 못한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임이다.
기다리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한 변칙도 있다. 우선 전화기를 열고, 버튼이 있는 위치를 잘 살핀 뒤 머리로 버튼을 누른다. 액정에 나타난 번호를 확인해 가장 적은 숫자가 찍힌 사람이 술을 마신다. 큰 숫자를 찍기 위해 전화기 아랫부분만 누르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쪺, # 모양이 찍히면 무조건 술을 마셔야 하는 무서운 함정이 있기 때문. 휴대폰에 찍힌 숫자가 지능 지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서로를 놀리기도 한다.
술자리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되면 휴대폰 성능으로 술값 계산할 사람을 결정한다. 장소가 지하인 경우 수신 가능 정도를 표시하는 일명 ‘막대기’가 적은 사람이 그날 술값을 낸다.
성인들의 술자리 문화를 흉내낸 것도 있다.
“어른들은 맥주에 양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를 즐긴다죠?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C대 4학년인 김모씨(22)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타이타닉게임’을 즐긴다. 타이타닉호가 대서양에 가라앉는 모습에서 이름을 딴 ‘타이타닉주’는 일행이 모두 동참해 만드는 재미가 있다. 먼저 맥주잔에 맥주를 담은 뒤 빈 소주잔을 띄운다. 그리고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빈 잔에 조금씩 소주를 따른다. 일정한 양이 채워지면 작은 잔이 맥주잔 속으로 가라앉게 마련. 작은 잔이 가라앉으면 타이타닉주가 완성되고, 가라앉게 만든 사람이 술을 마셔야 한다. 술잔을 가라앉힌 당사자는 인상을 찡그리지만 ‘다음은 너희 차례’라며 복수를 다짐한다.
술자리가 끝나면 그냥 돌아가기 아쉽다며 2차를 가자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세대들은 “장소만 바꿔 술을 마신다면 그냥 집으로 가겠습니다”며 당당하게 자기 의사를 밝힌다. 그 바람에 2차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무알코올 칵테일을 마시거나 아이스크림, 생과일 주스를 즐기는 분위기로 변한다.
“처음엔 술 마신 다음에 우르르 몰려가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게 어색했는데, 몇 번 해보니 그것도 재미있어요. 다음날 수업에 무리도 없고.” 서울 D대 복학생 김모씨(24)의 이야기다.
물론 술자리 게임이 폭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술자리의 레크레이션이 음주문화를 바꿔가고 있지만, 게임을 통해 벌주 명목으로 마신 술이 폭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이러한 이유로 대학생 음주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된 한국 대학생 알코올문제예방협회(한국 바커스)에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대학생 음주 사고의 원인이 사발주와 술 강요뿐만 아니라 게임을 통한 폭음에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포스터 2000장을 제작해 전국 320개 대학에 배포했다.
한국 바커스 소속 중앙대 김성천 교수(아동복지학)는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술자리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는 있지만 술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모이면 당연히 술을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술을 마시지 않는 분위기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