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3

2000.03.02

‘작은 기부’가 아름답다

  • 입력2006-02-03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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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제단체들이 김대중대통령의 ‘기업 수입의 1% 기부 요청’에 반발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업들은 “안그래도 준조세 형식으로 갹출되는 기부금이 얼마인데 이윤의 사회환원을 강요하는가” “기업 이윤은 쌈짓돈이 아니므로 기부 주체도 기업이 아닌 개인이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는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다. 이제껏 우리 사회의 기부는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기업에 대한 반강제적인 갹출의 성격이 강했다.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평균 기부금 액수는 5800원. 그나마 전체 기부금의 65% 이상을 기업과 정부단체가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 기부는 형편없는 액수로 추락한다. 개인 기부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세금공제 혜택 등 제도의 미비, 기부받는 단체의 기금 운영에 대한 불신감 등을 꼽는다. 미국은 기부금의 50%, 일본은 25%까지 세금을 공제해줌으로써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정부도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2월14일 재정경제부는 개인이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기부금 전액을 소득공제해주는 법안을 발표했다. 법인이나 공익단체에 대한 기부만을 소득공제 대상으로 인정했던 기존 법안을 ‘개인에 대한 기부’로까지 확대 적용할 방안 역시 검토중이다. 이런 제도적 보완은 기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운치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기부란 ‘부의 재분배’라는 미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바탕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를 ‘인센티브 제도화’하지 않으면 개인의 호주머니 열기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는 각박해졌다. 개인에 대한 기부의 세금공제 방안도 ‘개인끼리 협잡해서 탈루행위를 벌일 위험이 있어’ 시행여부가 불투명하단다.

    그런 와중에도 진정한 기부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와 마음 한 쪽을 녹여준다. “벤처사업으로 번 돈을 뜻깊게 쓰고 싶다”며 5억원을 기부한 익명의 개인, 유산의 1%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유서 작성운동을 펼치고 있는 종교인들이 그들이다. 이들이 사회에 내놓은 돈의 액수는 얼마 되지 않더라도, 세금감면 혜택과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의 ‘사이드 이펙트’를 위해 수백만, 수천만 달러의 기부금을 내놓았던 록펠러나 빌 게이츠보다 훨씬 값진 행위다.



    기부를 유도하는 제도는 물론 필요하며, 앞으로도 보완되어야 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나눔의 미덕’을 소중히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사회 전체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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