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3

2000.03.02

살찐 신창원 “80kg으로 불었네”

문학·성경책 탐독… “동정받을 가치 없는 놈… 사형선고 내려도 항소하지 않겠습니다”

  • 입력2006-02-03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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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찐 신창원 “80kg으로 불었네”
    사형을 구형받았던 탈옥수 신창원(33)이 2월18일 부산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류수열)로부터 특수도주-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특가법상 강절도 등 14개 법률 위반으로 법정 최고 유기징역인 22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탈옥하기 전 신창원은 이미 무기수였다. ‘무기+22년6월=무기’. 신창원이 다시 무기수가 된 방정식이 재미없어서인지, 그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줄어드는 듯하다.

    세인들은 신창원이 떴다 하면 경찰이 줄줄이 몰락하는 ‘신출경몰’(申出警沒) 현상에 흥분했던 것이다. 언론은 신창원을 추적하기 위해 경찰헬기를 띄우고 전투경찰대가 산악을 뒤지는 것을 마라톤경기 중계하듯이 보도했었다. 그러나 신창원의 ‘진짜’ 상대는 경찰관이 아니라 교도관들이었다.

    신창원은 수기에 교도관들의 가혹한 대우에 저항해 난동을 부렸고, 교도관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탈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싫어한 교도관들을 죽을 때까지 다시 보게 됐으니 그 심사가 어떠할 것인가. 소식통에 따르면 재수감된 신창원은 쇠사슬로 묶여 있는 징벌형을 끝낸 뒤 한 차례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신창원의 탈옥 최대 미스터리는 어떤 경로로 그가 쇠톱을 입수했는지다. 재판 과정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탈옥 3개월 전인 96년 10월 신창원은 교도소 영선창고에서 쇠톱날 2개를 주웠다. 그리곤 목공장 화장실에서 운동화 안창을 뜯어 쇠톱을 집어넣고 접착제로 붙였다. 목공장에서 감방으로 돌아가려면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신창원은 운동화를 바닥에 딱 붙여 ‘찍’ 끄는 방법으로 금속탐지기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치열한 감식(減食)으로 80kg대이던 몸무게를 60kg대로 줄이고 동시에 조금씩 감방 화장실의 쇠창살을 썰다가 97년 1월20일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것이다.

    탈옥 후 생활에서 드러난 신창원의 성품은 남성과 여성, 보통 인간과 초인적 인간이 혼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기’(神氣)가 있는 듯한 느낌도 주었다. 도피생활 도중 그는 동물적 감각으로 위기가 닥쳐옴을 감지했고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위기를 뚫고 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7월16일 전남 순천에서 체포될 때는 이 신기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신창원은 한 소식통에게 “우리 아파트를 둘러보고 나가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애초부터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다가 붙잡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요즘 신창원은 체중이 다시 80kg대로 불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하다고 한다. 사형을 구형받던 날 신창원은 엄혹한 표정으로 변호사에게 “차라리 아무런 변호를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잠시 뒤 변호사에게 “제게 사형선고가 내려져도 절대로 항소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변명이나 동정을 받을 가치가 조금도 없는 놈입니다”고 선언했다. 재판 과정에서 신창원은 검찰 공소내용을 선선히 시인했으나 강간혐의에 대해서는 ‘자신은 강간이나 하는 놈이 아니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강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신창원은 교도소 안에서 문학서적과 성경책을 자주 읽는다고 한다. 아무리 교도소 담벼락이 높아도 그의 가슴 속에 있는 문학과 종교세계까지는 가둘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세계가 확고한 신창원을 교정당국은 어떻게 교화할 것인가. 교도 행정의 실패가 신창원 탈옥의 한 원인이 되었던 만큼 세인이 관심이 줄어든 지금쯤 교정당국은 신창원 교화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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