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뉴스1
최근 SK하이닉스의 일일 주가 상승률이다. 시가총액이 1000조 원 넘는 거대 기업의 주가가 1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연이어 기록하며 비상하고 있다. 4월 1일 89만 원(종가 기준)이던 주가는 4월 10일 102만6000원으로 100만 원을 돌파했고, 한 달여 만인 5월 13일 197만6000을 달성해 200만 원에 육박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거침없는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면서 해외 투자은행(IB)이나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도 300만 원을 넘어섰다. 씨티그룹은 5월 11일(현지 시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10만 원으로 상향하고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메모리 업황이 올해 하반기에도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외국인 통합계좌 출시 등 호재도 남아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익 전망치 상향 속도 비하면 주가 낮아
씨티그룹은 SK하이닉스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을 각각 251조 원, 347조 원으로 전망했다. 기존 대비 각각 8%, 16% 높아진 수치다. D램과 낸드플래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가격 전망치도 상향했다. 전년 대비 올해 D램 평균 판매 가격(AS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0%에서 200%로, 낸드플래시는 172%에서 186%로 높였다. SSD ASP 성장률은 242%에서 267%로 올렸다.국내 증권사도 이익 전망치를 연일 높이고 있다. KB증권은 5월 12일 SK하이닉스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270조 원, 418조 원으로 기존 대비 20%, 25%씩 상향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메모리 가격 상향을 영업이익 추정에 반영했다”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서버 D램과 기업용 SSD 수요 급증세는 내년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익 전망치 상향 속도에 비하면 주가가 오르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 주가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월 12일 기준 4.8배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5월 7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호황에도 한국 반도체주는 여전히 한 자릿수의 낮은 PER에 거래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섹터의 고수익성 지속 전망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모리의 위상과 수요 성격이 바뀌었다면 가치 평가 방법론도 바뀌어야 한다”며 “SK하이닉스에 PER 10배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 목표주가를 기존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했다.
메모리 호황이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추정되는 건 AI 클라우드 업체의 수주잔고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올해 1분기 수주잔고는 994억 달러(약 148조6000억 원)로 전분기 대비 48.8% 급증했다. 구글 클라우드와 아마존 AWS의 올해 1분기 수주잔고도 각각 4680억 달러(약 700조 원), 3650억 달러(약 545조8000억 원)로 전분기 대비 92.6%, 49.2% 증가했다.
클라우드 업체의 대규모 수주잔고는 이들이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구매를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SSD를 만드는 샌디스크는 올해 1분기 장기 공급 계약 3건을 체결해 416억 달러(약 62조2000억 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공시했다. 이는 당사 데이터센터 관련 분기 매출액의 28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아마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최근 AI 데이터센터 개발사 아이렌(IREN)에 최대 21억 달러(약 3조1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메모리에 대한 강한 수요를 뒷받침한다. 엔비디아와 아이렌은 미국 텍사스주에 2GW(기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실이 공개된 다음 날인 5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샌디스크, 마이크론테크놀로지, AMD 주가는 각각 16.60% 15.49% 11.44% 폭등했다.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이라는 호재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7~8월로 예정된 ADR 상장이 이뤄지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본주 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시장의 피어(peer·동종업계 기업) 밸류에이션 잣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 “코스피 9000 전망도 보수적”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랠리에 힘입어 코스피 전망치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5월 7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호황과 AI 관련 수요를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8000에서 9000으로 높였다. 7000에서 8000으로 상향 조정한 지 20일 만이다. 골드만삭스는 강한 실적,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 주주환원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새 목표치도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쟁 여파로 금리와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했지만 기업 이익 추정치 상승 속도가 더욱 빠르다”며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7300에서 9000으로 올려 잡았다.해외 개인투자자 규제 완화에 따른 자금 유입도 코스피 추가 상승을 견인할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개인투자자들이 별도의 한국 계좌 개설 없이 국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통합계좌 서비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해외 개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거래하려면 외국인 투자등록 절차를 거쳐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야 해 자금 유입이 제한적이었다. 현재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래·메리츠·신한·NH·KB·유안타증권 등 주요 증권사도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김병연 연구원은 “외국인 통합계좌는 실질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를 만들고 있다”면서 “외국인 자금이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에 집중되고 있어 외국인의 국내 수급 개선이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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