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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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이동 수단’에서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는 자동차

[조진혁의 Car Talk]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가 대세… 테슬라·메르세데스벤츠 독자 운영체계 구축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02-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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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부팅이 필요한 전자기기로 변화하고 있다. 편리한 이동 수단을 넘어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가 대세가 되면서 자동차의 경쟁력은 더는 엔진 출력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중요해졌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연비나 마력뿐 아니라, 프로세서 성능과 인공지능(AI) 기능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디 테크엑스(ID TechEx)에 따르면 2023년 27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였던 SDV 시장은 연평균 34% 성장해 2034년에는 7000억 달러(약 1012조1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핵심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한 차량 운영체계 MB.OS. [뉴시스]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한 차량 운영체계 MB.OS. [뉴시스]

    ‌이 분야 선두 주자는 테슬라다. 최근 다른 회사들도 하나 둘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자 운영체계 MB.OS(Mercedes-Benz Operating System)를 구축했다. BMW는 BMW OS 9, 폭스바겐은 VW.OS를 각각 만들었다. 이들 업체는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최신화하는 무선 업데이트(Over-The-Air·OTA) 등 다양한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AI 기반 차량 관리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장

    일본 자동차 업체 역시 SDV 시대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자체 SDV 플랫폼 ‘아린(Arene)’을 개발하고 디지털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를 만들었다. 혼다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5’에서 선보인 전기차 ‘혼다 0 시리즈’를 SDV 기반으로 개발 중이며, 소니와 협력해 ‘소니 혼다 모빌리티’를 설립하는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자동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모빌리티 디지털전환(DX) 종합 전략’을 수립해 SDV 관련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과 모빌리티 플랫폼을 보유한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 지분을 인수하는 등 SDV 역량 강화에 한창이다.

    인텔은 ‘CES 2025’에서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이 주축이 된 미래 자동차 모델을 공개했다. [인텔 제공]

    인텔은 ‘CES 2025’에서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이 주축이 된 미래 자동차 모델을 공개했다. [인텔 제공]

    ‌자동차가 점점 하나의 연결형 기기(커넥티드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클라우드·AI 등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인텔 같은 글로벌 IT 기업도 자동차 산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AI 기반 차량 관리, 완전한 자율주행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속속 개발되는 추세다. 차량 구매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비용을 내고 차량을 인수하면 끝이었으나, 이제는 꾸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추가 기능 구매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은 별도 구매해야 하고, BMW는 구독형 시트 히터를 도입했다가 소비자의 반발을 샀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자동차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면 차량 수명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비용 부담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소비자에게 최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SDV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하드웨어 중심 설계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과거에는 브레이크, 에어백 등 각 기능이 개별 전자제어장치(ECU)를 통해 독립적으로 작동했지만, 완전한 디지털 기기로 변화하려면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필요하다. 또한 차량의 전체 사용 주기에 걸쳐 지속적이고 신속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해 하드웨어 가상화는 물론, 고도의 시뮬레이션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제조사들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나 적절한 개발 방법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또한 기존의 기계 중심 자동차 문화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AI가 주목받고 있다.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활용하면 제조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SDV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 AI가 자동차 산업에서 비중이 커지는 만큼 차량에서 생성하는 데이터 처리와 관리도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자동차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커 공격 차단할 보안 기술 개발 과제

    단, 기술 혁신이 새로운 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다. 과거에는 자동차 도난을 방지하는 것이 보안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해킹이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제조사들은 보안 강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아직 완벽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표준화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았다. 각 제조사가 독자적으로 운영체계를 개발·운용할 경우 호환성이 떨어지고 소비자 불편 또한 증가할 수 있다.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거나 일부 기업이 표준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 개방형 플랫폼과 기술 표준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SDV는 보안 문제, 비용 증가, 표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자동차 산업의 미래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제 연비와 마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기와 구독 모델을 고민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앞으로 자동차가 얼마나 더 스마트해지고,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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