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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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개꼴인데 운전자들 불편 호소, 왜?

지난해 서울 시내 ‘충전 방해’ 전년 대비 6배 급증… 충전하는 척 주차 ‘얌체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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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5-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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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전이 아닌 단순 주차를 위해 충전시설을 점유한 전기차. [독자 제공]

    충전이 아닌 단순 주차를 위해 충전시설을 점유한 전기차. [독자 제공]

    서울 동작구에 사는 40대 전기차 운전자 김 모 씨는 최근 전기차 충전에 애를 먹고 있다. 전기차를 모는 주민이 부쩍 늘어난 반면, 전기차주 사이에서 ‘집밥’으로 불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충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사는 아파트에선 퇴근 시간이면 빈 충전기를 놓고 전기차주 간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김 씨는 “일부 주민이 충전이 완료됐음에도 전기차 충전기를 계속 독점하거나 내연기관차를 충전기가 설치된 곳에 주차하기도 해 답답하지만, 동네 사람을 신고하기가 주저된다”고 토로했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 OECD 최고라는데…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대수가 빠르게 늘면서 차주들이 체감하는 충전 인프라 부족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39만 대를 돌파해 전년 대비 68.4% 증가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에 나섰고,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도 전기차 모델을 여럿 출시해 소비자의 호응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차주들이 꼽는 전기차의 최대 매력은 역시 낮은 연료비다. 기온에 따른 배터리 효율 등 일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내연기관차에 비해 연료비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의 경제적 매력은 충전 인프라가 충분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20만 개를 넘어섰다. 2018년 대비 6배 이상 급증해 인프라 구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 계산하면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개가 마련된 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상 넉넉한 충전기 보급 개수와 전기차 운전자의 체감에 간극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충전 인프라는 충전기 개수뿐 아니라 운전자가 생활권에서 원하는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접근성이 중요하다. 전기차 충전은 내연기관차 주유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급속과 완속으로 구분된다. 전기차는 배터리 수명 및 안정성 제고를 위해 대개 80% 수준까지 충전하는데, 50킬로와트(㎾) 급속충전기에서 완전충전(완충)은 1시간가량 소요된다. 급속에 비해 충전 요금이 저렴한 7㎾ 완속충전기로는 완충에 약 7시간이 걸린다. 주거지 인근에 완속충전기가 충분히 설치돼 예측 가능한 충전이 가능하고, 급할 경우 고속충전기 접근도 용이해야 하는 이유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 갈등도

    전기차 운전자들은 충전시설의 원활한 이용을 막는 ‘충전 방해’도 인프라 부족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서울에서 단속된 전기차 충전 방해 행위는 6489건으로, 전년(1091건)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그래프 참조). 지난해 1월 충전 방해 단속 대상이 충전기 법정 의무설치 지역에서 모든 공용 충전 구역으로 확대되고, 단속 주체가 광역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로 바뀌어 단속이 촘촘해진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증가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9월~2022년 7월 전국 충전 방해 단속 건수는 7만1779건에 달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차법)에 따라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충전을 방해할 경우 2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기서 충전 방해란 충전시설에 △일반 차량을 주차하거나 △친환경차라 해도 일정 시간(급속 1시간, 완속 14시간) 이상 장기 주차하거나 △충전 구역 주변에 주차 및 물건 적재로 접근을 막는 것을 말한다.



    실제 충전 방해가 공식 통계보다 많이 일어났을 개연성도 크다. 충전시설에 전기차가 제한시간 이상 주차돼 있거나, 완충 후에도 점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당수 전기차 충전시설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위치하는 데다, 인력도 부족해 각 자치구가 충전 방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 건수 90%가량이 주민 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급속충전기가 많이 설치돼 있고 접근성도 좋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충전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전기화물차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휴게소 내 충전시설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전기승용차주들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잖다. 전기화물차의 경우 배터리 용량은 전기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으나, 적재중량이 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충전이 필요하다. “생업을 위해 차량을 모는 것이라서 잦은 충전이 불가피하다”는 전기화물차 운전자와 “충전시설을 점령한 화물차 때문에 불편이 크다”는 전기승용차 운전자 간 입장이 맞선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시설을 이용하려다 전기화물차들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60대 전기승용차 운전자 송 모 씨는 “전기화물차주만 일방적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충전시설이 충분하다면 이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가와 시내 곳곳에 고속, 완속 충전시설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충 후, 충전시설 점유하면 추가 비용 부과해야”

    경부고속도로 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 6개 중 4개를 차지한 전기화물차들. [독자 제공]

    경부고속도로 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 6개 중 4개를 차지한 전기화물차들. [독자 제공]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이용자가 많은 곳은 충전시설이 부족한 반면, 외진 곳은 이용자가 별로 없이 충전시설이 방치된 경우가 적잖다”면서 “충전기 수량만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수요에 맞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기차 완충 후에도 계속 충전시설을 점유하는 차주에 대해선 일종의 추가 점유 비용을 물리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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