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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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은 줄고 재혼은 는다 왜?

이혼·재혼·돌싱·올싱 커뮤니티 활발…두 번째 결혼 전문웨딩·여행상품 인기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10-12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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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은 줄고 재혼은 는다 왜?
    #1 7년 전 아내와 사별한 사업가 정모(48) 씨는 올 초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김모(44) 씨와 1년 열애 끝에 재혼했다. 정씨에겐 장성한 아들이 있고, 김씨는 ‘돌싱’(돌아온 싱글)이지만 슬하에 자녀는 없다. 부부는 성대한 결혼식 대신 레스토랑을 빌려 가까운 친지들만 초대해 조촐한 결혼 발표 자리를 가졌다. 정씨는 “아들이 혼자 사는 아버지가 안쓰러웠는지 재혼을 적극 지지해줬다. 둘 다 한 차례 왁자지껄한 결혼식을 겪어봤기에 재혼할 때는 허례허식 없이 간소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 초등학생 딸을 둔 학원 강사 이모(42) 씨는 온라인 돌싱 커뮤니티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2년 열애 끝에 재혼했다. 동갑내기 딸이 있는 남편과는 오프라인 모임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끼리 친해진 것을 계기로 만남을 지속하게 됐다. 이씨는 “젊은 시절 결혼에 한 번 실패한 이후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모임을 통해 관심사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진 덕에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n포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의 자발적·비자발적 비혼이 느는 가운데 중·장년층에서는 돌싱 인구가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결혼과 이혼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이혼율은 아시아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 통계청이 30년간(1982~2012) 이혼과 재혼 자료를 분석한 ‘우리나라의 이혼·재혼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여성의 재혼 증가율(227.6%)이 남성의 재혼 증가율(93.5%)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이후 남녀의 재혼은 다소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50, 60대 이상 재혼은 계속 증가해왔다.

    잠재력과 가능성 있는 재혼시장

    신혼부부는 줄어드는 반면, 재혼 인구가 늘어나면서 웨딩업계와 여행업계도 변화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재혼시장을 타깃으로 전용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가 지난여름 새롭게 내놓은 여행상품은 ‘허니문’이 아닌 ‘풀문’. 재혼부부 전용 패키지 상품이다. 허니문 인기지역인 태국 푸껫, 몰디브, 미국 하와이 등 10여 개 지역에서 선보이는 이 상품에는 기본적인 서비스 외에도 지역과 상품에 따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단독 행사, 미니 웨딩촬영 이벤트가 제공된다. 재혼부부가 아동을 동반하면 아동 반값 적용과 베이비시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풀문’ 이용객은 주로 30대 초·중반이다. 기존 허니문 상품과 달리 해당 커플만 단독으로 일정을 진행하고, 재혼여행이란 점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프라이빗한 일정, 서비스 위주로 구성한 것이 다른 상품과 차이점이다. 재혼시장은 최근 10년 새 10배가량 성장했을 정도로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이러한 성장세와 허니문 수요가 점차 주는 추세를 감안했을 때 여행업계에서도 가능성이 충분한 신규 시장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혼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하거나 재혼 고객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결혼정보업체도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혼을 위해 전문업체를 찾는 연령대는 20~80대로 다양하지만 자식이 성인이 돼 독립할 시기인 40, 50대 고객이 가장 많다.

    결혼정보업체 대명위드원의 강경희 커플매니저는 “황혼이혼이 늘면서 70, 80대 고객과 문의도 늘고 있다. 경제력이 충분한 이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도 있지만, ‘이제는 나를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재혼을 결심한다. 과거보다 여성의 경제력과 자존감이 높아진 것도 재혼 고객이 늘어나는 데 한몫했다”며 “초혼과 확연히 다른 점은 퇴직이 머지않았기에 상대방의 경제력을 먼저 보고, 자녀 상황을 고려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재혼일 경우 결혼식을 따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대부분 연회장을 빌려 가족끼리 식사하는 상견례 자리 등으로 결혼식을 대체합니다. 돌싱 간 재혼을 고려 중이라면 배우자의 이혼 사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만남이 아니라면 상대 신원이 확실한지, 법적으로 서류정리가 확실히 돼 있는지도 기본적으로 살펴야겠죠.”

    신혼은 줄고 재혼은 는다 왜?

    스마트폰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을 위한 애플리케이션들. 실제로 돌싱 회원이 많지 않거나 회원 가입이 지나치게 간편한 경우가 많았다.

    돌싱끼리 힐링과 정보 공유

    신혼은 줄고 재혼은 는다 왜?

    8만3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돌싱(돌아온 싱글)과 올드싱글을 위한 네이버 카페 ‘해피돌싱&올드싱글’.

    인위적인 만남을 원치 않거나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사람은 돌싱을 위한 동호회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인연 찾기에 나서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이재모’ ‘산타피아’ ‘해피돌싱·올드싱글’ 등은 대표적인 온라인 돌싱 카페다. 7년째 ‘해피돌싱·올드싱글’을 운영하고 있는 멘토 씨도 이 카페에서 배우자를 만나 4월 재혼했다. 카페 회원 수는 10월 7일 현재 8만3000여 명. 성비는 남녀 6 대 4로 30, 40대 회원이 가장 많다. 카페에서는 오프라인 번개와 취미생활 공유 외에도 법무법인과 제휴를 맺어 회원들의 법률상담을 돕는다. 10월 말에는 돌싱·올싱 만남 스마트폰 앱 ‘모두의 카페’를 출시한다.

    “카페를 통해 재혼한 커플이 매년 100쌍 넘게 탄생해요. 재혼이면 현실적인 조건을 더 따지지 않느냐고 하는데, 케이스 바이 케이스예요. 경제력을 매우 따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한 번 살아보니 경제력이 전부가 아니었다며 소통 가능한 상대를 찾기도 하죠. 물론 어느 카페나 기혼자인 걸 속이고 단순히 즐기기 위해 접근하는 회원이 있는데, 신고와 제보가 활성화돼 있어 한 달에 20~30명씩 지속적으로 불량회원을 정리하고 있어요. 회원들이 결혼정보업체보다 이런 카페를 찾는 이유는 결혼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며 힐링하고 남들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덕분에 성격 맞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연애하다 재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재혼 관련 앱을 통해 인연을 만나고 싶다면 주의할 점이 있다. 일부 재혼 전문, 돌싱 만남 앱은 가입할 때 결혼 여부나 나이, 성별 등을 스스로 입력하게 돼 있어 상대방이 법적으로 미혼인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놓고 기혼자라고 밝히며 쪽지를 보내오거나 조건만남을 목적으로 타인의 사진을 도용한 계정도 있었다. 취재 중 만난 관련 업계 사람들은 “회원 간 온·오프라인 교류가 활발한 카페나 법적인 서류를 확인하는 결혼정보회사와 달리 일부 앱은 상대 신원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무턱대고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등 이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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