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장교 진술 누락은 “통상적인 수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비리은폐 의혹 자초한 서울동부지검
진술 누락 경위와 보고 및 지시 여부 밝혀내고 책임 물어야
올해 1월3일자로 고발된 추 장관의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7조), ‘근무기피 목적 위계죄의 공동정범’(군형법 제41조제2항, 형법 제30조), ‘군무이탈죄의 방조범’(군형법 제30조, 형법 제32조) 등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정의의 여신상’. [뉴시스]
형사소송법 257조는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해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농단’도 아닌 간단한 이 사건을 8개월이 넘도록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통상적인 경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과 같이 검찰 스스로 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수사 지연의 배경과 동기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추 장관 본인도 국회에서 “이 사건이 간단한 수사이며 아주 쉬운 수사가 검찰에서 지연되는 게 궁금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지연의 배경이 직속상관인 추 장관 및 현 정권에 대한 수사결과의 유·불리 및 해당 수사라인의 인사 상 유·불리를 저울질해 혹시라도 해당 의혹을 덮어버리고 갈 수 있으면 덮고 가려고 한 속칭 ‘뭉개 버리기’를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과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혹시라도 그렇다면 이는 국민의 신뢰에 반해 권력에 영합한 검사가 출세 지향주의자 또는 보신주의자가 돼 공정해야 할 검찰제도를 내부로부터 스스로 붕괴시켰다는 역사적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수사지연이 위 법언과 같이 사법적 정의를 부인하는 결과가 돼 혹여 유대인 지혜서의 지적처럼 국민적 갈등과 분열 등 세상에 ‘칼’을 불러오게 될까 걱정된다.
검찰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수사결과를 기다려달라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마틴 루터 킹의 언급과 같이 또 다시 ‘기다려라’고는 말하는 것은 ‘안 돼’라는 말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보좌관 전화 받은 B 대위의 진술 누락
추미애 장관 아들 서 모씨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동부지검 전경. [뉴스1]
이 사건에서 추 장관의 보좌관이 지원장교 등 군관계자에게 전화를 한 여부는 이 사건의 무마 의혹에 추 장관이 개입한 여부를 추적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이 경우 위 B 대위의 진술을 상세히 청취한 다음 그 사실 여부를 통신내역 조회, 보좌관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통하여 확인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에 관한 추가 수사도 하지 않고 혐의유무 판단에 결정적인 진술 내용을 진술조서에 기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통상적인 검찰수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추 장관에 대한 의혹제기의 단서를 덮어버리고 추 장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의 수사 확대를 하지 않겠다는 불순한 의지의 표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때로는 이 같은 고의적인 누락이 그 행위 태양 및 배경, 동기 등에 따라 형법상의 허위공문서작성죄 또는 직무유기죄가 될 수도 있다. 허위공문서작성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서울동부지검은 위 B 대위의 진술을 왜 누락했는지 그 경위에 대한 철저한 내부 조사를 해야 한다. 특히 검찰 상부의 어디까지 보고되었는지 또 상부로부터의 삭제 또는 누락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도 밝히고 필요시에는 해당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서울동부지검은 이 사건 수사 관여자들이 친정부 성향을 의심받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수사팀 구성 및 운영, 수사 진행에 있어 객관성과 중립성 그리고 투명성을 철저히 확보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진실 못 밝혀내면 국민 불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국회에서 “이 사건이 간단한 수사이며 아주 쉬운 수사가 검찰에서 지연되는 게 궁금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뉴시스]
검사는 법과 정의의 수호자로서 민주 국가에서 법치주의,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를 실현하는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검찰권의 행사는 ‘진실과 정의’라는 사법적 이념에 따라 행해져야 하며 상급자의 지휘감독권보다 상위의 가치인 진실과 정의에 구속되어야 하고 자신의 법적 확신이나 양심에 반하는 상사의 지시를 따라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이제부터라도 검찰이 ‘진실과 정의’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밝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을 바란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고 추 장관 및 현 정권도 그 파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