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적대감 표출한 尹 정부… 그 불신이 광장에서 분출”

정한울 원장 “20대 남성 반민주당 정서가 집회 참여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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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4-12-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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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 [홍중식 기자]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 [홍중식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를 분석할 때 중요한 것은 특정 성별이나 세대가 아닌 전 사회가 대통령의 헌정질서 위반 행위에 반대했고 이를 집회에 참여하는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계엄 이후 남녀노소 모든 집단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높아진 것은 우리 시민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지점을 먼저 평가한 다음에 집회 참가자 중 20, 30대 여성 비중이 높았던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이 12월 16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해 내린 평가다. 한국리서치 리서치 디자이너와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등을 지낸 정 원장은 2016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를 연구해 올해 2월 책 ‘5년 만에 막 내린 촛불 민주주의’를 펴냈다. 정 원장의 연구에 따르면 시민들은 ‘내적 효능감’은 높은데 ‘외적 효능감’이 낮을 때 광장으로 나온다. 정 원장은 계엄 사태 이후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20, 30대 여성 비중이 높았던 것에 대해 “젊은 여성이 내적 효능감과 외적 효능감의 격차가 가장 큰 집단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적 효능감 높고 외적 효능감 낮은 2030 여성

    내적 효능감과 외적 효능감이란 무엇인가.

    “내적 효능감은 시민으로서 발언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나는 정치에 대해 말할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내적 효능감이 높은 것이다. 외적 효능감은 정치 제도에 대한 신뢰감이다. 투표나 국민 청원, 정당을 향한 요구 등 제도를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외적 효능감이 높은 것이다.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려면 우선 내적 효능감이 높아야 한다. 여기에 외적 효능감도 함께 높으면 시민들은 투표 참여 등 제도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외적 효능감이 낮으면, 즉 정치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면 탄핵 집회처럼 제도 밖인 광장과 거리로 나선다.”

    통계를 보면 12월 7일 윤 대통령 탄핵 집회 참가자의 10명 중 3명(27.6%)이 20, 30대 여성이다. 젊은 여성의 참여가 많았던 이유가 뭘까.

    “최근 2년간 젊은 여성의 외적 효능감이 낮아진 영향이라고 본다. 이준석이 등장하고, 여성가족부 폐지와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캠페인으로 내걸었던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정치권에서 젊은 여성이 대변되지 못했다. 제도적 정치에 불신이 커진 젊은 여성 집단은 계엄에 대한 문제 제기 방식으로 비제도적 공간인 광장을 더 많이 찾았을 것이다.”

    이번 집회에 젊은 여성이 많았던 것이 응원봉 등 새로운 집회 문화가 여성에 친화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그 가능성을 반박할 근거나 데이터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으는 데 집회 문화가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집회 참여의 본질적 동기는 시민으로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젊은 여성의 집회 참여 동기를 비정치적 요소에서 찾는 것은 자칫 이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다.”

    2016년 집회 때도 젊은 세대 참여 많아

    젊은 세대는 정치에 관심 없다는 게 사회적 통념인데.

    “보통 집회 참여는 과거 운동권 경험이 있는 40, 50대가 주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 때도 젊은 세대가 많이 참여했다. 당시에는 남녀 참여율 격차가 이슈는 아니었다.”

    탄핵 집회 참가자 중 20대 남성 비중이 2016년 12.3%(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자료, 표본은 2016년 11월 26일 집회 참가자 2058명)에서 2024년 3.3%(BBC코리아 자료, 12월 7일 오후 4시 기준)로 크게 줄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2016년 통계는 표본 조사라 이동통신사 정보를 기반으로 한 2024년 통계보다 부정확하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20대 남성 사이에 자리 잡은 민주당 반대 정서가 그들의 집회 참여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남성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지 않아서 집회 참여가 낮은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한국사람연구원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계엄 선포 전인 8월과 탄핵안 가결 직전인 12월 6~9일에 진행한 탄핵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비율이 18~34세 남자는 37%, 18~34세 여자는 63%로 뚜렷한 차이가 났지만, 비상계엄 후 12월 조사에서는 18~34세 남자가 81%, 18~34세 여자가 87%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서는 18~34세 여성의 51%가 집회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18~34세 남자는 31%만이 참여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20대 남성은 윤 대통령을 탄핵하기는 해야 하지만 탄핵을 주도하는 민주당을 도와주기도 싫다고 생각했을 개연성이 크다.”

    20대 남성의 반(反)민주당 정서는 어디에서 비롯됐나.

    “문재인 정부 시절 젠더 문제로 남성과 여성이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와중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이 ‘20대 남성은 남의 편’임을 선언한 것이다. 진보 진영에서 한국의 20대 남성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포퓰리스트와 일치시켜 분석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런 움직임들 탓에 20대 남성에게 민주당은 자신들을 대변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적대시하는 집단으로 인식됐다. 최근 2년간 정치권에서 젊은 여성이 배제됐다면 문재인 정부 때부터 2021년 이준석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젊은 남성이 배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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