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세대 벤처신화로 꼽히는 팬택이 설립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워크아웃을 진행하던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팬택은 청산 위기를 넘기고 기업회생절차에 착수했다.
그동안 수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팬택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팬택을 외면하고, 해외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다. 위기이긴 하지만 아직 부활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엔 이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만큼 자금이 안정되고 새로운 전략만 마련한다면 정상화가 가능하리란 희망이 있다.
“신속하게 기업회생절차 진행”
팬택은 1991년 맥슨전자 영업사원 출신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직원 6명과 함께 창업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팬택은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며 강자로 발돋움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휴대전화 산업을 이끌었다. 벤처신화라는 수식어도 함께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금력이 악화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첫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워크아웃을 거치며 스마트폰 시장 대응력을 갖춘 팬택은 부활 몸짓을 보였으나 2년 만인 올해 3월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워크아웃에 이어 법정관리까지 신청하며 위기가 고조됐다.
다행히 8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부(부장 윤준)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팬택에 대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팬택은 국내 유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관련 협력업체가 550여 개에 이르는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면서 “팬택 채권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해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팬택의 재무 상태나 영업 상황 등을 고려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법정관리인으로는 기업회생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고 이준우 팬택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 자세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에 이어 법정관리까지 들어가면서 팬택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성공적으로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도 있고, 다른 기업에 인수될 수도 있다. 팬택의 위기는 단순히 팬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원이 언급한 것처럼 550여 개 협력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도산할 수 있다. 이미 상당수 협력업체가 경영난에 처했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모든 채권 및 채무가 동결돼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팬택이 해외 기업에 매각될 경우 기술 유출도 우려된다. 팬택이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지만 기술력만큼은 세계적이다. 보유한 특허가 2만여 건에 달하고, 스마트폰 ‘베가’ 시리즈에 적용한 기술도 세계적이라는 평가다. 그 때문에 자칫 중국 기업 등 해외 기업이 팬택을 인수하면 국내 스마트폰 기업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부정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종속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품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종속도가 커지면서 가격협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국내 소비자 역시 스마트폰 선택권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팬택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팬택이 사라지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쏠림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 핵심은 판로 확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것은 법원이 팬택의 청산가치보다 지속가치와 회생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영정상화를 장담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법정관리까지 가게 된 핵심 원인인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구매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정상화는 요원하다.
앞서 팬택은 3월부터 워크아웃을 진행하며 국내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다. 해외 사업은 기존 사업 위주로 최소한으로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하고, 팬택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팬택 스마트폰 구매를 중단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막힌 팬택은 만기가 돌아온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동통신사들이 “지금도 재고가 많다”며 팬택 제품 추가 구매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이에 팬택이 정부 측에 보조금 집행 예외 규정 등을 통해 판매를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부정적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에 따라 보조금 상한선을 정하고 투명하게 시행하는데 팬택만 예외로 하면 취지가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보조금의 불투명성을 없애자는 법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팬택만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동통신사에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살아날 방법이 없다. 법정관리 기간 어떤 식으로든 이동통신사에 다시 휴대전화를 공급하는 판로를 열어야 한다.
팬택의 전략 변화도 필요하다. 내수와 프리미엄이라는 그동안의 전략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중저가 시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팬택은 그동안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와 경쟁하던 방식을 취해왔다. 좁아진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넓은 중저가 시장, 특히 해외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성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팬택 역시 새로 시장을 구분하고, 이동통신사 공급 위주의 단순한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수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팬택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팬택을 외면하고, 해외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다. 위기이긴 하지만 아직 부활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엔 이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만큼 자금이 안정되고 새로운 전략만 마련한다면 정상화가 가능하리란 희망이 있다.
“신속하게 기업회생절차 진행”
팬택은 1991년 맥슨전자 영업사원 출신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직원 6명과 함께 창업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팬택은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며 강자로 발돋움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휴대전화 산업을 이끌었다. 벤처신화라는 수식어도 함께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금력이 악화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첫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워크아웃을 거치며 스마트폰 시장 대응력을 갖춘 팬택은 부활 몸짓을 보였으나 2년 만인 올해 3월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워크아웃에 이어 법정관리까지 신청하며 위기가 고조됐다.
다행히 8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부(부장 윤준)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팬택에 대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팬택은 국내 유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관련 협력업체가 550여 개에 이르는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면서 “팬택 채권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해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팬택의 재무 상태나 영업 상황 등을 고려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법정관리인으로는 기업회생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고 이준우 팬택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 자세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에 이어 법정관리까지 들어가면서 팬택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성공적으로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도 있고, 다른 기업에 인수될 수도 있다. 팬택의 위기는 단순히 팬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원이 언급한 것처럼 550여 개 협력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도산할 수 있다. 이미 상당수 협력업체가 경영난에 처했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모든 채권 및 채무가 동결돼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팬택이 해외 기업에 매각될 경우 기술 유출도 우려된다. 팬택이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지만 기술력만큼은 세계적이다. 보유한 특허가 2만여 건에 달하고, 스마트폰 ‘베가’ 시리즈에 적용한 기술도 세계적이라는 평가다. 그 때문에 자칫 중국 기업 등 해외 기업이 팬택을 인수하면 국내 스마트폰 기업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부정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종속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품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종속도가 커지면서 가격협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국내 소비자 역시 스마트폰 선택권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팬택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팬택이 사라지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쏠림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 핵심은 판로 확보
팬택이 시장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보유한 특허가 많고, 스마트폰 ‘베가’시리즈에 적용한 기술도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팬택은 3월부터 워크아웃을 진행하며 국내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다. 해외 사업은 기존 사업 위주로 최소한으로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하고, 팬택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팬택 스마트폰 구매를 중단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막힌 팬택은 만기가 돌아온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동통신사들이 “지금도 재고가 많다”며 팬택 제품 추가 구매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이에 팬택이 정부 측에 보조금 집행 예외 규정 등을 통해 판매를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부정적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에 따라 보조금 상한선을 정하고 투명하게 시행하는데 팬택만 예외로 하면 취지가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보조금의 불투명성을 없애자는 법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팬택만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동통신사에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살아날 방법이 없다. 법정관리 기간 어떤 식으로든 이동통신사에 다시 휴대전화를 공급하는 판로를 열어야 한다.
팬택의 전략 변화도 필요하다. 내수와 프리미엄이라는 그동안의 전략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중저가 시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팬택은 그동안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와 경쟁하던 방식을 취해왔다. 좁아진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넓은 중저가 시장, 특히 해외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성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팬택 역시 새로 시장을 구분하고, 이동통신사 공급 위주의 단순한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