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4월 21일 6388.47, 22일 6417.93에 거래를 마치며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그래프 참조). SK하이닉스도 ‘120만닉스’ 고지를 밟아 신고가를 썼다. 종전 협상 불확실성에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 서프라이즈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4월 21일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를 만나 코스피가 두드러진 회복력을 보이는 배경과 반도체 투 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지금 가장 싸다고 말하는 이유 등에 관해 물었다.

“각자도생 시대, 한국에 기회가 왔다”
코스피 4월 상승률이 G20 국가 중 1위다.“크게 3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밸류업이다. 정부가 올해 들어서도 멈추기는커녕 중복 상장 방지법도 만들겠다고 하니, 외국인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느끼면서 증시 하방(5000 선)을 막아주고 있다. 그다음은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이 산업재 국가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이미 겪었지만, 이번에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많은 국가가 공급망 확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실제로 그걸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준비된 국가다. 배도 공급할 수 있고, 미사일도 생산할 수 있고, 원전 건설, 태양광 발전도 다 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든 각자도생, 탈세계화 시대가 한국 산업재의 밸류에이션을 올려줬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목표치를 8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JP모건은 최대 8500까지 높여 잡았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나.
“일단 8000 이상 목표치가 가능한지 알려면 앞서 언급한 3가지 요인이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면 된다. 밸류에이션은 보통 PER(이익 대비 시가총액)로 계산한다. 코스피 30년 평균 PER은 9.8배로, 좋을 때는 12배, 위기 때는 7.5배였다. 그런데 지금은 위기도 아니고 영업이익도 좋은데 PER이 7.5배밖에 안 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이익이 좋다는 가정하에서 PER 9.8배를 주면 코스피가 7950, 10배를 주면 8500이 나온다. 그리고 만약에 시장이 7900, 8000 정도 가면 그때는 이익보다도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작동하면서 8500, 9000도 찍을 수 있다.”
주도주인 반도체와 관련해 ‘40만전자’ ‘200만닉스’ 전망도 나왔다.
“2023년 10달러대였던 엔비디아 주가도 엄청난 실적이 숫자로 나오면서 200달러까지 올랐다. 물론 과거 삼성전자 주가가 9만 원대까지 올랐다가 반토막 난 경험이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급등을 기대하면서도 항상 걱정부터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 40만 원, SK하이닉스 200만 원 하는 식으로 먼저 주가를 한정짓지 말고 계속 숫자(매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매주 추정치를 확인한다. 한국에서 이렇게 숫자로 가는 업종이 3개 있다. 조선, 방산, 변압기다. 이 섹터에 속하는 기업은 매분기 어닝서프라이즈와 수주가 계속 나오면서 그동안 주가가 10배, 20배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그렇게 가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나. 숫자가 잘 나오고 심지어 PER이 5~6배밖에 안 되니 너무 의심만 하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두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싼 기업이고, 주가도 아직 싸다.”
SK하이닉스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고가 랠리를 벌이고 있지만 차익실현 기사도 많이 나온다. 상승이 기대되는 주식이라면 계속 보유하는 것이 맞는지, 고가 매도-저가 매수 전략으로 차익실현을 해나가는 것이 좋은지 궁금하다.
“주식투자를 정말 잘한다면 비쌀 때 팔고 저가에 재매수하는 전략이 좋다. 하지만 그렇게 운용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다. 또 그런 분들은 단순히 주가가 올라서 파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거나, 보유한 종목보다 더 좋은 종목이 생겼다고 판단될 때 정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중에는 실적이 꺾일 것이 우려돼 파는 분도 분명 있을 테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를 보면 정말 엄청난 주가 상승이 나왔다. 지금 한국에서도 효성중공업, 방산주가 똑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주도주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조정받아도 다시 올라간다. 투자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우직하게 들고 가는 편이 맞다. 그러면 언제 팔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일단은 반도체보다 더 좋은 종목이 보일 때, 아니면 반도체 사이클이 피크아웃하는 모습을 보일 때, 또는 미국 빅테크가 투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다.”
반도체 피크아웃, 올해 안에는 오지 않아
반도체산업의 피크아웃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나.“보통 피크아웃은 공급이 수요보다 증가할 때 나온다. SK하이닉스 용인 공장이 2027년 2월 가장 먼저 완공된다. 삼성전자 평택 5공장은 2027년 말, 마이크론 아이다호 공장은 2027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장이 완공돼도 장비를 셋업하는 과정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또 양산에 들어가도 신공장이다 보니 100% 수율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어서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은행 자료를 봤더니 2027년 하반기 전망에 ‘유동적’이라고 적혀 있었다.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실제 얼마나 증가해 타격을 줄지 예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확실한 부분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주가는 6개월 선행하기에 올해 말까지는 별 이상이 없다는 점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또 새로운 전망들이 나올 텐데, 만약 SK하이닉스 용인 공장 셋업이 빨리 이뤄져 2027년 하반기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 그때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가면 될 듯하다.”
정점을 향해 가는 반도체주 외에 지금부터 모아가야 할 주식이 있다면.
“미래에 황제주가 되려면 메가트렌드에 올라탄 구조적 성장주여야 한다. 앞으로 바뀔 세상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아직 숫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 모멘텀을 이어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현대차 중심의 로봇주를 여전히 좋게 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로봇은 사람이 뭘 시켜서 하는 로봇이 아니라, 자율적인 AI 학습을 통해 진짜 인간처럼 행동하는 로봇을 뜻한다. 그러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전 세계에서 노동하는 물리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곳이 완성차 기업이다. 그리고 완성차 기업 가운데 로봇과 자율주행 준비를 모두 해온 기업은 현대차밖에 없다. 현대차는 현금에 여유가 있으면서도 정의선 회장의 의지 또한 강력한데, 그 결실이 지금 나오고 있다. 요즘 현대차를 보면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해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신해 세상을 장악한 아마존, 그리고 모두가 안 된다던 전기차를 성공시킨 테슬라가 떠오른다. 더욱이 현대차의 데이터에 엔비디아 칩, 구글 소프트웨어가 뭉쳤으니 상호 윈윈(win-win)할 것이다. 또 주목해야 할 회사는 LG전자다. 사람들이 현대차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잘 모르는데, LG전자도 로봇으로 엔비디아 생태계에 들어가 있다. 물론 이런 기업들을 쫓아가서는 안 된다. 아직 숫자가 안 나왔기 때문이다. 3월처럼 주가가 쭉쭉 빠질 때 조금씩 모아가면 좋다.”
지금 진입한다면 지수 ETF 투자부터
미국-이란 전쟁으로 부각된 대체에너지 관련주는 어떤가.“에너지는 하나가 아니라 태양광, 풍력, 배터리, 원전, 조선이 하나의 세트다. 코스피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이 모든 걸 중국 대신 공급할 수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최근 화학·에너지기업 OCI홀딩스 주가가 급등한 이유도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태양광산업을 함께할 파트너로 점찍은 덕분인데, 이 역시 미국이 중국 태양광을 다 배척하면서 한국에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는 건설주까지도 모두 엮여 있어 산업재 섹터 전반을 다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다만 이 기업들 주가 역시 최근에 많이 오른 만큼 단기적으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장 진입을 생각한다면 너무 늦은 것일까.
“일단 진입하는 것은 괜찮다. 다만 진입할 때 무엇을 살 것이냐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수가 이렇게 많이 오른 상태에서 기대감에 전 재산을 한번에 넣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슈퍼개미가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개별 주식은 어렵다는 점이다. 그만큼 공부를 해야 성공이 뒤따른다. 그래서 직장인이라면 가장 먼저 시장 전체를 사는 지수 ETF(상장주식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그다음 관심 있는 산업을 공부해 관련 ETF에 투자하며, 마지막으로 실력을 쌓아 개별 기업 투자에 나설 것을 권한다. 지금 지수가 많이 올랐지만 기다리면 3월처럼 10~20% 빠지는 장이 또 온다. 하반기에 올 수도 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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