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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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채 넘는 대단지 전세 매물 0건… 서울 아파트 전세난, 우려가 현실로

10·15 대책 이후 실거주 의무 강화, 주택 공급 감소 등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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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6-02-16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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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아파트 단지. 김우정 기자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아파트 단지. 김우정 기자

    “세입자가 급하게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며 계약 만료 전 집을 비우겠다고 해서 1월 전세 매물이 하나 나왔다. 매물을 포털사이트 부동산 서비스에 올리자마자 전화가 10통 넘게 왔고, 당일 새로운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전세는 씨가 말랐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의 부동산공인중개사가 전한 이 지역 아파트 단지의 전세계약 사례다. 올해 들어 2월 10일까지 이 단지에서 체결된, 반(半)전세가 아닌 순수 전세계약은 이 건이 유일하다. 같은 날 포털사이트 부동산 서비스를 확인한 결과, 길음뉴타운 두 아파트 단지(977채, 1125채 규모)의 전세 매물은 0건이었다. 반면 반전세의 경우 84㎡(이하 전용면적)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50만 원, 59㎡는 보증금 3억4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 등 물건이 수십 건에 달했다. 

    기자가 2월 10일 길음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전세는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 지역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문의 전화가 간간이 오지만, 물건 자체가 없다시피 하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혹시 포털사이트 부동산 서비스에 올리지 않은 전세 물건이 있지 않을까. 공인중개사들은 하나같이 “요즘 전세를 놓는 사람 자체가 없는데 그런 게 어디 있느냐”며 손사래 쳤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1월) 전세를 놓겠다는 집주인이 있어서 예전부터 전셋집을 구한다고 얘기하던 사람을 연결해준 적이 있지만, 그 후에는 전세 매물이 정말 귀하다”고 전했다. 

    전세 품귀 현상은 서울 전역이 구별로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트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월 10일 기준 성북구 전세 매물은 130건으로 전년 동기(1264건) 대비 89.6% 급감했다. 전세 물량이 74.5% 감소한 관악구(748→191건)와 동대문구(1574→454건, ‐71.2%), 광진구(994→324건, ‐67.5%), 강동구(3176→1039건, ‐67.3%)가 뒤를 이었다. 같은 시기 서울 전체 전세 물량은 2만8927건에서 2만570건으로 28.9% 줄었다. 

    길음뉴타운은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과 젊은 부부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강북 대표 주거지다. 이 지역은 2002년 성동구 왕십리동, 은평구와 함께 서울 1호 뉴타운으로 지정돼 2005∼2010년 1만5000채가 입주를 마쳤다. 서울지하철 4호선 길음역이 지척이라 도심 이동이 편한 데다, 초중고교를 모두 품고 있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선호도가 높은 지하철역 근처 단지는 특히나 전세 물건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 지역에 살던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 아파트를 매입한 경우도 많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 전언이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임대 오름세… 강남 아파트 전세는 억대 상승

    길음뉴타운을 비롯한 성북구는 최근 ‘가성비’ 좋은 주거지로 주목받으며 실수요자의 매매 수요가 몰렸다. 대출 한도가 비교적 높은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지난해 10·15 대책에 따라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아파트는 4억 원, 25억 원 초과 아파트는 2억 원으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이에 따라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15억 원 이하 아파트에 내 집 마련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서울 전세 물량이 급감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 매입 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점이다. 과도한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가 투기로 번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2026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을 예견한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2월 10일 전화 통화에서 “강남과 강북에 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을 줄이고자 강북 아파트를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매도가 이뤄지면 새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게 돼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에 주택 공급이 줄면서 신축 대단지 입주에 맞춰 전세 물건이 풀릴 여지도 감소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에서도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든 지역의 경우 최근 신축 공급이 적었다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서울에서 전년 대비 전세 매물이 늘어난 곳은 25개 자치구 중 강남(13.25%), 서초(10.4%), 송파(9.7%) 등 강남 3구뿐이다. 이들 지역은 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았고 기존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 10·15 대책 규제 영향이 크지 않았다. 

    강남 3구의 경우 전세 물량은 다른 지역보다 넉넉하지만 가격은 오름세다. 예를 들어 서초구 반포자이 59㎡는 1월 14억 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7월 11억 원에 비해 3억 원 오른 가격이다. 서울 전역으로 시야를 넓혀도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의 전월 대비 변동률은 지난해 8월 기점으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그래프 참조). 

    “전세 제도, 주거 사다리 확보 순기능 커”

    전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월세 또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다세대·연립·아파트 등 전체 주택의 월세 중위가격은 100만7000원으로 사상 첫 100만 원을 넘겼다. 아파트로 좁히면 중위 월세는 124만 원으로 더 높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올해 1월 서울의 월간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31.85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기준 시점(2022년 1월) 대비 조사 시점의 월세 가격 비율을 의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 제도는 월세에 비해 세입자의 종잣돈 마련과 주거 사다리 확보 측면에서 순기능이 크다”며 “전세를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원흉으로 악마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월 10일 무주택자가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매입할 경우 실거주 의무를 최장 2년 동안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예정대로 5월 9일 종료하되 “실거주 의무 탓에 매매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여론에 따라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 기간에 기존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권 석좌교수는 “정부의 이번 다주택 양도세 보완 대책은 전세난에 대한 단기 처방으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세입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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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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