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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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의례 TV 쇼는 이제 그만!

인사청문회 개편 방향… 능력 위주 철저 검증하려면 도덕성 잣대 엄격해야

  • 경윤호 정치칼럼니스트 uknow809@naver.com

    입력2013-03-18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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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과의례 TV 쇼는 이제 그만!

    3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손자병법’을 300번 봤다고 했는데, 국가안보 전략이 아니고 개인 재테크 전술을 연구한 것 아닙니까?”

    3월 8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한 야당의원 질의다. 일순간 팽팽하던 긴장이 풀리며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나왔다. 후보자의 장관 자격에 의문이 드는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

    김 후보자는 또 “부동산투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는 의원들에 맞서 “투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1974년부터 위장전입만 17건을 기록했다. 무기중개업체 고문으로 일하면서 억대 보수도 받았다. 그는 대한민국 군대 최고 계급인 4성 장군 출신이다.

    여전히 부실한 후보자 사전 검증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분명한 것 같다. 3월 14일 현재 국회 역시 청문회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면 아무런 하자 없이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드러났지만 법적으로 대통령 인사권을 구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게 없이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월 6일 “인사청문회가 개인 인격을 과도하게 상처내지 않고 실질적인 능력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대 낙마자를 보면 모두 개인 신상 문제로 낙마했다. 대부분 부동산투기나 위장전입, 논문 표절, 전관예우 등이 논란이 됐다. 더욱이 이런 문제가 반복해서 드러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박 대통령 말처럼 능력과 소신을 따지는 인사청문회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 신상 문제로 낙마하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왜 그럴까. 급격한 경제성장 이면에 엄존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유산이다. 고도성장 시절에는 돈 버는 방식에 대한 정당성을 따지기보다 돈만 많이 벌면 최고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탈세, 부동산투기, 부정부패 등이 사회지도층을 휩쓸어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지도층에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다. 왜곡된 과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첫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정부와 고위공직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청문회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절감했다. 인사청문회가 여전히 대통령 인사권 남용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고소영 인사’(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를 중용한다는 뜻)가 문제가 됐는데, 박 대통령은 여기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듯하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도입했다. 인사청문회 목적은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막고 고위공직자가 공직에 취임할 만한 도덕성과 정책 수행 능력을 갖췄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는 여러 한계가 있었지만,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위장전입, 세금 탈루, 병역 논란 등 인사청문회 단골 이슈를 통해 문제가 될 만한 인사는 고위공직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기준은 확립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는 것은 사전 검증이 그만큼 철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현행 인사청문회는 개선할 점이 여전히 많다. 통과의례식으로 진행된다든지, 후보자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방법이 없다든지 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인사청문회 기간을 늘리고 사전 검증을 철저히 진행하는 방식으로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먼저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일이지만, 한 장관 후보자는 내정 발표 하루 전날에야 청와대로부터 개인 신상 질문지를 담은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허술하게 사전 검증을 하니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말썽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상털기식 청문회는 바로 사전검증 시스템이 허술한 데 원인이 있다.

    당리당략 차원서 접근하는 여야

    미국은 백악관이 먼저 공직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며, 문제가 될 만한 인사는 사전에 걸러낸다. 공직 지명 한 달 전부터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자체 정보망을 가동해 해당 공직 후보자와 관련한 학력, 경력, 병역, 납세, 사생활, 가족 등 모든 사항을 샅샅이 뒤진다. 지명된 후보자는 백악관에 신원진술서, 국가안보직위 진술서, 재산상황 진술서를 비롯해 연방조사국 신원조사 동의서와 의료기록, 납세기록조사 허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후보자를 검증하는 데만 2~3개월 걸린다.

    이명박 정부도 초기에 인사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자 인사 대상자로 하여금 200개 넘는 검증 문항을 통과하게 하는 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부터라도 인사 검증 기준을 공개하고 국가정보원, 감사원, 국세청, 검경 등과의 협조 체제를 바탕으로 사전에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인사청문회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을 제출받은 지 20일 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또 위원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인사청문회 기간은 사흘 이내다. 미국에서는 청문회 기간에 제약이 없다. 의혹이 있으면 끝까지 파헤친다. 미국 상원은 각료 임명동의안에 평균 73일을 쓴다. 인사청문회가 통과의례가 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청문할 수 있도록 합리적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자료 수집 단계를 추가하고 심사 단계도 이원화하는 방향을 검토해볼 수 있다. 미국 상원은 1차 예비심사에서 후보자의 범죄 경력, 학력, 사회 경력, 군 경력, 재산 형성 등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받아 검증한다. 2차 청문회 심사에서는 1차 예비심사 결과를 토대로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정책수행 능력, 비전 등에 대해 심층 검증을 실시한다.

    이 밖에 후보자의 업무 능력 평가 기준 마련, 자료제출 요구 제도와 증인 출석 등 실효성 확보도 보완해야 할 요소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거나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다 해도 현행법상 강제할 방법이 없다.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당리당략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 같다. 여당은 후보자의 사적 영역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비공개 검증 자체가 국민의 알 권리를 막고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한다. 분명한 것은 인사청문회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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