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요? 우리는 관심 없어요.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선거는 무슨….”
경기 평택시 통복동 통복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정남 씨는 선거 얘기가 나오자 손사래부터 쳤다. 쇠고기를 부위별로 손질하면서 혼잣말로 푸념도 했다.
“선거 이전에 지역 경제부터 살려야지.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입니다.”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오열하는 유가족과 천안함 46용사의 영결식 모습을 담은 ‘평택발(發)’ 기사는 한 달 넘게 국민을 울렸다.
기자가 평택을 찾은 5월 18일에는 천안함 순직 용사를 기리는 근조 플래카드 대신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형형색색 플래카드가 빗속에 펄럭이고 있었다(근조 플래카드는 구도심인 평택동 대형마트 한 곳에 남아 있었다). 5월 13일 제2함대사령부 내 법당 해웅사에서 천안함 순직 용사 49재를 치른 이후 대부분 자진 철거했다는 게 지역민의 설명. ‘슬픔의 도시’였던 평택도 서서히 ‘선거 모드’로 바뀌고 있었다.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곳
이 지역 시장선거 판세는 전·현직 시장 출신의 민주당 김선기 후보와 한나라당 송명호 후보가 격돌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김용한 후보가 추격하는 형국이라는 게 지역민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평택은 특정 정당의 텃밭도 아니다. 1997년 대통령선거(이하 대선)부터 2008년 대선까지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새천년민주당 포함) 득표율 평균은 43% 대 37%로 백중세였다. 여야가 6·2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침몰사고와 표심의 상관관계를 예측해볼 수 있는 지역으로 평택을 꼽는 이유다.
여당은 이곳이 천안함 침몰사고로 전국적으로 안정 선호 심리가 확산되는 전진기지가 되길 바라고, 야당은 정부의 천안함 대응능력에 대한 실망감과 ‘역북풍’의 발원지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기대와 달리 평택 시민들은 대부분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해서는 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지역 경제를 얘기할 때는 말이 빨라졌다. 그만큼 할 얘기가 많다는 뜻이다.
평택항 인근에서 물류업에 종사하는 이한범 씨의 말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후보에게 표를 줘야죠. 황해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놓고 토지 보상은 시작도 못했어요. 보상이 어려우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풀어주든가. 정부를 믿고 경제자유구역 주변 물류창고에 투자한 사람들은 한숨만 쉬고 있어요. 진척이 안 돼요.”(황해경제자유구역은 경기 평택·화성시, 충남 아산·서산시, 당진군 일대 5505만㎡에 이르는 지역으로 2008년 5월 지정 고시됐다.)
송탄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진욱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구조조정 당한 근로자가 2600여 명에 이릅니다. 가족까지 합치면 1만 명은 될 거예요. 이들이 돈을 쓰지 않으니 장사가 되겠어요? 지역 경제가 말도 아니에요. 이것부터 해결해야죠.”
이날 기자가 만난 12명의 ‘평택 토박이’ 중 9명은 “경제를 살리는 후보가 득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선 안정 선호 심리 확산
하지만 기초단체장의 경제 공약은 일반적으로 비슷하게 마련. 김 후보와 송 후보도 평택의 현안인 고덕신도시, 황해경제자유구역, 평택호 관광단지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후보 간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시장일 때 주한미군 이전 문제 같은 현안을 제쳐두고 사퇴했다는 평가가 많아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려고요. 송 후보도 2005년 평택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아오모리 시를 방문했을 때 노래방에서 성희롱 추태를 보였다는 말이 돌고 있죠. 김용한 후보는 특정 후보가 한자리(평택복지재단 이사장직) 준다며 사퇴 제의를 했다고 폭로해 난리가 났어요.”
택시기사 윤모 씨의 말이다. 그는 평택지역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한 다리 걸치면 아는’ 사람들이라 정책보다 후보 중심의 유언비어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천안함 침몰사고가 표심과 무관한 것은 아니었다. 장년층을 중심으로 지역별 표 결집 현상도 엿보였다. 안중읍에서 만난 김현수 씨는 “술자리에 가면 여당에게 표를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2함대사령부가 있는 포승읍 일대와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팽성읍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평택이 넓어서 지역마다 차이는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대로 평택은 동서(용이동~포승읍 원정리) 간 33.4km, 남북(현덕면 권관리~진위면 동천리) 간 32.9km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 따라서 서부권, 남부권, 북부권 민심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지역민의 설명이다.
물론 “선거일까지 정부와 여당이 이 문제로 너무 요란을 떨면 오히려 ‘역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천안함 순직 용사 49재 당시 제2함대사령부를 찾아 분향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봤다는 평이 많았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쌍용자동차 노조를 찾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보다 다소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는 평가다.
경기 평택시 통복동 통복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정남 씨는 선거 얘기가 나오자 손사래부터 쳤다. 쇠고기를 부위별로 손질하면서 혼잣말로 푸념도 했다.
“선거 이전에 지역 경제부터 살려야지.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입니다.”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오열하는 유가족과 천안함 46용사의 영결식 모습을 담은 ‘평택발(發)’ 기사는 한 달 넘게 국민을 울렸다.
기자가 평택을 찾은 5월 18일에는 천안함 순직 용사를 기리는 근조 플래카드 대신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형형색색 플래카드가 빗속에 펄럭이고 있었다(근조 플래카드는 구도심인 평택동 대형마트 한 곳에 남아 있었다). 5월 13일 제2함대사령부 내 법당 해웅사에서 천안함 순직 용사 49재를 치른 이후 대부분 자진 철거했다는 게 지역민의 설명. ‘슬픔의 도시’였던 평택도 서서히 ‘선거 모드’로 바뀌고 있었다.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곳
이 지역 시장선거 판세는 전·현직 시장 출신의 민주당 김선기 후보와 한나라당 송명호 후보가 격돌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김용한 후보가 추격하는 형국이라는 게 지역민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평택은 특정 정당의 텃밭도 아니다. 1997년 대통령선거(이하 대선)부터 2008년 대선까지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새천년민주당 포함) 득표율 평균은 43% 대 37%로 백중세였다. 여야가 6·2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침몰사고와 표심의 상관관계를 예측해볼 수 있는 지역으로 평택을 꼽는 이유다.
여당은 이곳이 천안함 침몰사고로 전국적으로 안정 선호 심리가 확산되는 전진기지가 되길 바라고, 야당은 정부의 천안함 대응능력에 대한 실망감과 ‘역북풍’의 발원지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기대와 달리 평택 시민들은 대부분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해서는 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지역 경제를 얘기할 때는 말이 빨라졌다. 그만큼 할 얘기가 많다는 뜻이다.
평택항 인근에서 물류업에 종사하는 이한범 씨의 말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후보에게 표를 줘야죠. 황해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놓고 토지 보상은 시작도 못했어요. 보상이 어려우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풀어주든가. 정부를 믿고 경제자유구역 주변 물류창고에 투자한 사람들은 한숨만 쉬고 있어요. 진척이 안 돼요.”(황해경제자유구역은 경기 평택·화성시, 충남 아산·서산시, 당진군 일대 5505만㎡에 이르는 지역으로 2008년 5월 지정 고시됐다.)
송탄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진욱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구조조정 당한 근로자가 2600여 명에 이릅니다. 가족까지 합치면 1만 명은 될 거예요. 이들이 돈을 쓰지 않으니 장사가 되겠어요? 지역 경제가 말도 아니에요. 이것부터 해결해야죠.”
이날 기자가 만난 12명의 ‘평택 토박이’ 중 9명은 “경제를 살리는 후보가 득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택시에는 천안함 순직 장병을 기리는 근조 플래카드 대신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형형색색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의 경제 공약은 일반적으로 비슷하게 마련. 김 후보와 송 후보도 평택의 현안인 고덕신도시, 황해경제자유구역, 평택호 관광단지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후보 간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시장일 때 주한미군 이전 문제 같은 현안을 제쳐두고 사퇴했다는 평가가 많아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려고요. 송 후보도 2005년 평택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아오모리 시를 방문했을 때 노래방에서 성희롱 추태를 보였다는 말이 돌고 있죠. 김용한 후보는 특정 후보가 한자리(평택복지재단 이사장직) 준다며 사퇴 제의를 했다고 폭로해 난리가 났어요.”
택시기사 윤모 씨의 말이다. 그는 평택지역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한 다리 걸치면 아는’ 사람들이라 정책보다 후보 중심의 유언비어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천안함 침몰사고가 표심과 무관한 것은 아니었다. 장년층을 중심으로 지역별 표 결집 현상도 엿보였다. 안중읍에서 만난 김현수 씨는 “술자리에 가면 여당에게 표를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2함대사령부가 있는 포승읍 일대와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팽성읍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평택이 넓어서 지역마다 차이는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대로 평택은 동서(용이동~포승읍 원정리) 간 33.4km, 남북(현덕면 권관리~진위면 동천리) 간 32.9km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 따라서 서부권, 남부권, 북부권 민심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지역민의 설명이다.
물론 “선거일까지 정부와 여당이 이 문제로 너무 요란을 떨면 오히려 ‘역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천안함 순직 용사 49재 당시 제2함대사령부를 찾아 분향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봤다는 평이 많았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쌍용자동차 노조를 찾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보다 다소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