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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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尹 정권, 몽둥이 맞고도 변화 없다면 조기 종식돼야”

삼수 끝에 5선 정진석 누르고 충남 공주·부여·청양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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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4-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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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이렇게 압승할 정도로 잘한 게 있나. 그런 건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국민이 민주당에 압도적 다수 의석을 준 것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욕구가 무척이나 컸기 때문이다.”

    4·10 총선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당선인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이렇게 총평했다. 박 당선인은 20·21대 총선에 이은 세 번째 리턴매치 끝에 50.66% 득표율로 지역구 현역인 5선 중진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48.42%)를 2.24%p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공주에서 첫 배지를 단 박 당선인은 보수 표심이 강한 부여·청양과 지역구가 합쳐지면서 두 차례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정가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실국민소통수석비서관과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박 당선인을 놓고 22대 국회에서 선수(選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월 16일 박 당선인을 전화 인터뷰해 이번 총선 결과와 향후 정국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4·10 총선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당선인. [박수현 제공]

    4·10 총선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당선인. [박수현 제공]

    “거대한 민심의 출렁거림, 소름 돋도록 무섭더라”

    현장에서 느낀 민심은 어땠나.

    “충청도 사람은 말을 신중히 하고 표현도 잘 안 하는 걸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총선처럼 주민들이 단호하게 말하는 선거는 처음 겪었다. 유권자들이 내게 말하는 목소리 톤이 조금씩 변했다. 처음에는 ‘이번엔 (당선)돼야 할 텐데’라는 덕담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꼭 돼야 한다’로 바뀌었다. 그리고 선거 기간 ‘제발 당선돼 우리를 살게 해달라’더라.”

    유권자들이 왜 “살게 해달라”고 한 건가.

    “공주·부여·청양 지역은 특히 ‘민생심판’ 성격이 컸다. 공주·부여·청양은 농업 지역이다. 벼 농가나 한우·한돈 농가가 많은데 생산자가 받는 값은 폭락한 상태이고, 정작 소비자가 접하는 물가는 높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으로선 이 정부가 내 편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버림받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물이 팔팔 끓기 전 설렁설렁 움직이듯이 거대한 민심의 출렁거림이 소름 돋도록 무섭게 다가오더라. 선거를 통해 민심이 끓어 넘쳤다.”

    박 당선인과 인터뷰 당일(4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이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국정 운영 기조 쇄신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기사를 통해) 다 읽진 않고 제목만 봤지만, 더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 방향은 옳다’고 말했더라.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 참패하자 윤 대통령이 ‘국민은 늘 옳다’고 하지 않았나. 이번 총선 결과는 회초리가 아닌 쇠몽둥이를 맞은 격이다.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꿀 것처럼 얘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다시 국정 방향은 옳다고 얘기했으니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지금 대통령비서실이나 내각을 인적 쇄신한다고 하는데, 사람만 바꿔서 될 문제인가. 여당에서도 ‘한 사람’만 바뀌면 된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온다더라. 윤 대통령이 성(城) 안에 진지를 구축하고 성문을 닫은 느낌이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명확히 국정 운영 방향과 기조를 바꾸라는 것인데 말이다.”

    국정 운영 쇄신 첫 단추는 무엇이라고 보나.

    “크게 다섯 가지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 처리,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의료 지원 중단 철회, 미진한 세월호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특검을 통해서라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 등이다. 그러고 나서 윤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빨리 만나야 한다. 이 대표와 만나 악수 한 번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그리 어렵나. 큰 내용이 없더라도 그 자체가 국정 운영 방향 전환 아닌가.”

    “文, 친문이 ‘세력 규합하겠다’ 하면 말릴 사람”

    이 대목에서 박 당선인은 12석을 석권한 조국혁신당 돌풍에 대해 “불공정해 보이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문제의식 측면에서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당선인은 “‘조국 사태’로 불리는 문제를 다뤄온 검찰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조국 대표 일가 사건은 그토록 가혹하게 다뤘으면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조차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제(4월 15일)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 당선인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을 두고 조 대표가 친문(친문재인)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그것은 언론의 시각일 뿐이다. 내가 문 전 대통령과 조 대표의 품성을 모르겠나. 아마 친문이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 출신 국회의원들이 모여 ‘대통령님, 저희 세력 규합해서 좀 모여 보겠다’ 하면 문 대통령은 말릴 사람이다. 그런 정치를 하라고 할 사람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조기 종식’을 내걸었다. 정권 조기 종식론에 동의하나.

    “그것은, 예를 들어 이런 정치가 계속되면서 바뀌지 않는다면 조기 종식돼야 한다. 민주당의 전체 의견은 아니지만, 내 개인 의견은 그렇다. 국민에게 총선으로 심판받고도 변하지 않으면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조국혁신당이 총선 때 ‘이런 정권 심판하자’ 했고, 우리도 심판하자고 했다. 물론 대통령 임기는 (헌법으로) 보장된 것이다. 적어도 회초리를 맞고 변하면 국민이 용서하고 임기를 보장해준다. 그런데 이런 몽둥이를 맞고도 조금의 변화조차 없다면 그런 정권은 조기 종식돼야 한다.”

    끝으로 22대 국회에서 어떤 의정 활동을 펼칠지 묻는 질문에 박 당선인은 ‘정치 복원’과 ‘농촌 문제 해결’ 두 가지를 꼽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극단적 정치 양극화가 가져온 정치 혐오를 빨리 끝내야 한다. 정치를 복원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묘연해진다. 정치 복원에 한 몸 던지고 싶다. 또한 지금 농촌은 붕괴가 우려되는 게 아니라, 이미 붕괴된 상태다. 따라서 향후 쌀, 소, 돼지 등 주요 농축산물 값이 폭락하지 않고 적어도 농민이 흘린 땀만큼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가격안정제도를 만들겠다. 이를 위해 22대 국회에서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지원할 생각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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