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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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잘되는 집안에 바람 잘 날 없다?

지방선거와 재보선 공천 잡음으로 시끄러운 민주당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8-05-08 14: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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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추미애 대표가 한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동아DB]

    4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추미애 대표가 한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동아DB]

    4월 30일 오전 11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추미애 당대표실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들어섰다.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추 대표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남북정상회담이 기대 이상 성과를 거둔 터라 보고하는 자리는 잔칫집 같았다. 이 흐름을 타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잘 마무리된다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 대승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였다. 보고가 한창일 무렵 민주당 서울 중랑구청장 예비후보인 성백진 서울시의원이 당대표실 앞에 나타났다.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다. 19대 대선 때 중랑구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기자들에게 “중랑구에 웬 전략공천이냐. 추 대표와 담판을 지으러 왔다”고 언성을 높였다. 국회 방호원들이 출동한 가운데 1시간 가까이 대화한 조 장관과 추 대표가 당대표실 밖으로 나오자 성 시의원은 느닷없이 문구용 커터를 꺼낸 뒤 자해를 시도하며 추 대표를 향해 “경선을 시켜달라”고 소란을 피웠다. 잔칫집에 재를 뿌리는 격이었다. 추 대표는 피신했고 방호원들이 성 시의원을 제압해 가까스로 소동이 진정됐다.

    “당정농단에 승복할 수 없다”

    이날 오전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랑구청장 후보로 류경기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에서는 성 시의원과 강상만 변호사가 중랑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해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대해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경선을 준비하던 인사들은 낙하산 같은 전략공천에 공공연히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둔 4월24-26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2%를 기록했다. 12%인 자유한국당 지지율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바른미래당은 7%에 머물렀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들은 높은 지지율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릴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당락을 좌우하는 3요소로 선거구도, 인물 경쟁력, 선거 막바지 유권자 표심을 좌우할 바람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선거구도와 바람 측면에서 다른 정당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민주당에 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까지 일여다야(一與多野) 선거구도 속에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지방선거까지 지속될 경우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란 예상이 많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자가 여럿일 경우 최종 후보를 결정할 원칙으로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 여론조사 결과 합산을 내세웠다. 당심과 민심 여론을 종합해 공천장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경선을 통해 공직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재보선) 공천에서는 몇 곳을 제외하고 룰이 비교적 잘 지켜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경선을 치른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었다. 하지만 중랑구처럼 경선 없이 당 지도부가 단수공천,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곳들에서 사달이 났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전략공천한 서울 중구 역시 경선도 치러보지 못한 채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부당한 전략공천을 당장 철회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중구청장 예비후보 7명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가장 공정해야 할 공천심사가 역대 최악의 비민주적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문제가 많고 경쟁력마저 의심되는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는 것은 소수의 ‘당정농단’에서 비롯된 것이라 확신하므로 우리는 결코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수공천에 커지는 반발 목소리

    민주당 서울시당은 영등포구청장의 경우 재선의 조길형 구청장 대신 채현일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단수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조 구청장은 5월 2일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으므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당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는 “영등포에서 빗자루 한 번 들어보지 않은 듣도 보도 못 한 사람을 전략공천하는 것은 그동안 민주당원으로서 영등포에 뿌리내린 당원들을 모독하는 행위이자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4월 27일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남북정상회담에 쏠려 있는 사이 전남 신안군수 후보에 천경배 당대표실 부실장을 전략공천했다. 당대표실 출신 인사를 전략공천하자 후보 등록을 하고 경선을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은 크게 반발했다. 임흥빈 예비후보는 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4월 30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임 예비후보는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선을 통한 공정한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공천폭거는 군민과 당원을 우롱한 처사”라며 “오만과 독선으로 팽배해 있는 중앙당의 횡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이 남구청장으로 김병내 후보를 사실상 전략공천하면서 경선을 준비하던 임형진 전 광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정재수 전 광주도시철도공사 경영본부장, 최진 광주동남갑위원장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민주당은 출마하려는 후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일부 후보를 컷오프(cut-off)하고 있는데 탈락한 후보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최성 고양시장은 이번 지방선거 때 컷오프됐다. 재심을 청구하려던 최 시장은 “당의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비서실과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 시장은 남북 대화국면을 맞아 자신의 경력을 살려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서구청장 경선의 경우 ‘음주운전 전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10년 이내 음주운전 2회 출마 제한’ 규정을 들어 임우진 서구청장을 경선에서 배제했는데, 정작 더 많은 음주운전 전력을 가진 서대석 예비후보는 경선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 서 예비후보는 총 3회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지만 컷오프에 해당하는 ‘10년 이내 음주운전 2회 규정’은 피했다며 다른 예비후보들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5명이 도전한 서울 은평구청장 예비후보 가운데 컷오프된 김미경 예비후보는 “평생 은평구와 민주당을 위해 헌신해왔는데 경선 기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며 “주민과 당원의 정당한 선택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실무 당직을 지낸 한 인사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예선 부담을 줄여주고자 실시하는 것이 전략공천인데, 이번 지방선거는 거의 예외 없이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서 단수공천, 전략공천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년 뒤 차기 총선을 준비하려는 지역위원장들의 입김이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다”며 “껄끄러운 후보를 배제하거나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단수공천하려다 보니 공천 원칙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 방식 따라 결과도 달라져

    더불어민주당 임흥빈 신안군수 예비후보가 4월 30일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의사 표명과 함께 ‘군민 후보’로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동아DB]

    더불어민주당 임흥빈 신안군수 예비후보가 4월 30일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의사 표명과 함께 ‘군민 후보’로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동아DB]

    공천 방식이 변경돼 공천 결과가 달라지기도 했다. 광주 서갑은 당 지도부가 박혜자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려다 지역의 거센 반발여론에 부딪혀 경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지역에서 오랫동안 입지를 구축해온 송갑석 예비후보가 승리했다. 송 예비후보가 53.5%를 득표해 46.5%에 그친 박혜자 전 의원을 제치고 본선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광주 서갑 경선 결과는 공천 방식에 따라 본선에 진출할 후보가 달라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에 앞서 4월 27일 발표된 전남 영암·무안·신안 경선에서는 서삼석 예비후보가 56.1% 득표율로 백재욱 예비후보를 누르고 본선에 올랐다. 광주와 전남 재보선 경선은 지방선거 경선 원칙과 크게 다르게 실시됐다. 광주 서갑 국회의원 재보선 경선은 권리당원선거인단의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결과를 100% 반영한 반면, 전남 영암·무안·신안 재보선 경선에서는 일반인 안심번호 여론조사 결과를 100% 반영한 것. 지방선거 경선 공천 원칙인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가 광주와 전남 재보선 공천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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