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그가 온다. 한국을 떠난 지 10년. 오래 못 봤는데도 늘 곁에 있었던 듯 친숙한 걸 보니 ‘안 보면 멀어진다’는 말이 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모양이다.
10년 만에 귀국하는 그를 일부 국민은 오래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왔다. 새누리당 등 여권 지지자 가운데 일부가 그랬다. 20대 총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당내 차기주자라 할 수 있는 후보들이 낙선하고,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반 총장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차기 대통령선거(대선)에서 야권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아줄 ‘구원투수’로 그를 일찌감치 점찍은 것.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2월 둘째 주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한 응답자의 65%가 차기 대선후보로 반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지 정당 없음’ 응답자 가운데 24%가 반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월 한국을 방문한 반 총장은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경북 안동과 경주 등 TK(대구·경북)지역을 방문함으로써 여권 지지층의 기대에 화답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새누리당 등 여권 지지율이 폭락했고, 범여권 차기주자로 여겨지는 반 총장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5%대로 폭락하고 새누리당 지지율이 30%대에서 10%대로 곤두박질친 것과 달리, 반 총장 지지율은 27%에서 20%로 7%p 하락했다(한국갤럽 기준.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www.nesdc.go.kr)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비해 반 총장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거대한 촛불민심이 대통령 탄핵을 현실화시키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수많은 ‘샤이 박근혜’ ‘샤이 새누리당’은 반 총장의 귀국을 더욱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 총장은 12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별 연설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여의도 호사가들은 그의 감사 인사말 속에 대선 출마 의지가 담겼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반 총장이 한국 국민에 대한 감사 인사로 고별 연설을 마무리한 것은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얘기다.
반 총장은 귀국 후 과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힐까. 반 총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얼마 전 ‘주간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출마 결심은 확실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요약한 것.
▼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나.
“출마 결심을 사실상 굳힌 것 같다.”
▼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특정 정당, 특정 세력과 함께하려고 하겠나. 귀국한 뒤 한동안 상황을 지켜보겠지.”
▼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그만큼 시간이 많지 않은데.
“시간이 없다고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다.”
▼ 장기간 한국을 비워 국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과거 패러다임으로 보면 그렇지만, 지금은 민심의 역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 아닌가. 어떤 변화가 만들어질지 지켜보자.”
반 총장의 대선 출마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마땅한 여권 차기주자가 부재한 상황이 그의 출마 당위론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반 총장은 귀국 후 크게 3단계 대선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귀국 후 한동안 독자적으로 대선 행보를 해나가겠지만, 대선 일정이 가시화되면 비박(비박근혜)계 새누리당 개혁세력과 연대를 추진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포함한 제3지대에서 더 큰 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반문)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반 총장은 반문 대표주자로 나서려 할 것이다.”
맹자는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같지 않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인화(人和)만 못하다며 인화를 강조했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에 맞춰 차기 대선이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반 총장에게 ‘천시’는 확실히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은 지리적 이점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영남, 호남 등 전통적인 지역 대결구도에서 비켜서 있어 그만큼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에서다.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지역세가 약한 충북 출신이라는 점이 겉보기에는 열세로 비치지만, 실제로는 어느 지역이든 동등한 처지에서 ‘연정’과 ‘협치’의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약점이 강점으로 치환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점 또한 역설적으로 반 총장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을 것 같은 친박과 비박을 반 총장이 구심력을 발휘해 통합한다면 가장 강력한 ‘인화’를 이룬 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12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을 지지하는 계층은 지역별로 TK와 수도권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50대 이상이 높은 지지를 보였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을 만드는 데 주도적 구실을 했던 여권 성향 유권자들이 반 총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은 크게 하락한 상태다. 그럼에도 야당 지지율은 크게 상승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야당 지지층으로 옮겨가지 않고 무당층으로 빠진 형국이고, 일부 무당층 인사가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는 “대통령 탄핵 이후 정당 지지율에서 나타난 특징은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 무당층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여당에서 야당으로 파격적으로 지지 정당을 바꾼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즉 무당층으로 빠진 여당 성향 지지층은 어떤 계기만 만들어지면 언제든 다시 결집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최 간사는 “반 총장의 귀국은 이완된 여권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눈덩이 효과의 코어가 반 총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누리당이 배출한 현재권력이 무너졌다고 새누리당이 창출하려는 미래권력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무너진 현재권력에 대한 아쉬움이 미래권력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02년 대선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홍삼 트리오’ 비리 의혹으로 당시 김대중(DJ) 대통령이 탈당한 상황에서도 DJ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호남 유권자들은 집권의 9부 능선을 넘은 것 같던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애타게 찾았고, 결국 PK(부산·경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택해 호남이 미는 영남 후보라는 조합을 통해 ‘노풍’을 만들어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입이 있어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권 지지층이 반 총장의 귀국에 맞춰 다시 한 번 ‘집권’을 향한 세 결집에 나설 가능성은 상존한다. 물 위에 떠오른 빙산이 빙산의 전부가 아니듯, 차기주자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역시 현 여론의 반영일 뿐, 미래 선거 결과의 예고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관은 협상을 해야 하기에 제3자적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다고 한다. 40여 년을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기문은 한국의 정치 리더십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국의 대통령은 외치보다는 내치가 훨씬 어렵다. 지역 간 벽이 있고 남북 간 벽이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경제에 대한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갈수록 커지는 격차사회에서 국민의 복지 욕구에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 변화에 맞게 정치를 바꿔야 하는 통찰도 필요하다. 40여 년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기문이 할 수 있겠는가. 돌파형이라기보다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기름장어식 화법을 가진 반기문이 과연 할 수 있겠는가.’
10년 만에 귀국하는 그를 일부 국민은 오래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왔다. 새누리당 등 여권 지지자 가운데 일부가 그랬다. 20대 총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당내 차기주자라 할 수 있는 후보들이 낙선하고,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반 총장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차기 대통령선거(대선)에서 야권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아줄 ‘구원투수’로 그를 일찌감치 점찍은 것.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2월 둘째 주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한 응답자의 65%가 차기 대선후보로 반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지 정당 없음’ 응답자 가운데 24%가 반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월 한국을 방문한 반 총장은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경북 안동과 경주 등 TK(대구·경북)지역을 방문함으로써 여권 지지층의 기대에 화답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새누리당 등 여권 지지율이 폭락했고, 범여권 차기주자로 여겨지는 반 총장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5%대로 폭락하고 새누리당 지지율이 30%대에서 10%대로 곤두박질친 것과 달리, 반 총장 지지율은 27%에서 20%로 7%p 하락했다(한국갤럽 기준.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www.nesdc.go.kr)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비해 반 총장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거대한 촛불민심이 대통령 탄핵을 현실화시키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수많은 ‘샤이 박근혜’ ‘샤이 새누리당’은 반 총장의 귀국을 더욱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潘, 여권 지지율 폭락 속 선방
“한국 국민과 한국 정부에 가장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지난 10년간 그들의 전폭적 지원은 세계 평화, 개발, 인권을 위해 자랑스럽게 일하는 데 커다란 격려의 원천이었습니다.”반 총장은 12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별 연설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여의도 호사가들은 그의 감사 인사말 속에 대선 출마 의지가 담겼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반 총장이 한국 국민에 대한 감사 인사로 고별 연설을 마무리한 것은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얘기다.
반 총장은 귀국 후 과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힐까. 반 총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얼마 전 ‘주간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출마 결심은 확실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요약한 것.
▼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나.
“출마 결심을 사실상 굳힌 것 같다.”
▼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특정 정당, 특정 세력과 함께하려고 하겠나. 귀국한 뒤 한동안 상황을 지켜보겠지.”
▼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그만큼 시간이 많지 않은데.
“시간이 없다고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다.”
▼ 장기간 한국을 비워 국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과거 패러다임으로 보면 그렇지만, 지금은 민심의 역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 아닌가. 어떤 변화가 만들어질지 지켜보자.”
반 총장의 대선 출마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마땅한 여권 차기주자가 부재한 상황이 그의 출마 당위론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반 총장은 귀국 후 크게 3단계 대선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귀국 후 한동안 독자적으로 대선 행보를 해나가겠지만, 대선 일정이 가시화되면 비박(비박근혜)계 새누리당 개혁세력과 연대를 추진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포함한 제3지대에서 더 큰 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반문)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반 총장은 반문 대표주자로 나서려 할 것이다.”
맹자는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같지 않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인화(人和)만 못하다며 인화를 강조했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에 맞춰 차기 대선이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반 총장에게 ‘천시’는 확실히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은 지리적 이점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영남, 호남 등 전통적인 지역 대결구도에서 비켜서 있어 그만큼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에서다.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지역세가 약한 충북 출신이라는 점이 겉보기에는 열세로 비치지만, 실제로는 어느 지역이든 동등한 처지에서 ‘연정’과 ‘협치’의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약점이 강점으로 치환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천시, 지리는 좋은데…
천시와 지리는 반 총장에게 유리해 보이나 집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화’는 취약하다는 게 정치권 인사의 공통된 견해다. 10여 년간 해외 생활로 변변한 지지세력이 없다는 점, 그리고 강력한 지지기반이 돼야 할 새누리당 등 여권이 친박 대 비박의 극한 대결로 자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점 또한 역설적으로 반 총장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을 것 같은 친박과 비박을 반 총장이 구심력을 발휘해 통합한다면 가장 강력한 ‘인화’를 이룬 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12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을 지지하는 계층은 지역별로 TK와 수도권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50대 이상이 높은 지지를 보였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을 만드는 데 주도적 구실을 했던 여권 성향 유권자들이 반 총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은 크게 하락한 상태다. 그럼에도 야당 지지율은 크게 상승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야당 지지층으로 옮겨가지 않고 무당층으로 빠진 형국이고, 일부 무당층 인사가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는 “대통령 탄핵 이후 정당 지지율에서 나타난 특징은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 무당층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여당에서 야당으로 파격적으로 지지 정당을 바꾼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즉 무당층으로 빠진 여당 성향 지지층은 어떤 계기만 만들어지면 언제든 다시 결집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최 간사는 “반 총장의 귀국은 이완된 여권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눈덩이 효과의 코어가 반 총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누리당이 배출한 현재권력이 무너졌다고 새누리당이 창출하려는 미래권력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무너진 현재권력에 대한 아쉬움이 미래권력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02년 대선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홍삼 트리오’ 비리 의혹으로 당시 김대중(DJ) 대통령이 탈당한 상황에서도 DJ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호남 유권자들은 집권의 9부 능선을 넘은 것 같던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애타게 찾았고, 결국 PK(부산·경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택해 호남이 미는 영남 후보라는 조합을 통해 ‘노풍’을 만들어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입이 있어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권 지지층이 반 총장의 귀국에 맞춰 다시 한 번 ‘집권’을 향한 세 결집에 나설 가능성은 상존한다. 물 위에 떠오른 빙산이 빙산의 전부가 아니듯, 차기주자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역시 현 여론의 반영일 뿐, 미래 선거 결과의 예고편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반기문 앞에 놓인 도전과 시련
반 총장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한결같은 기대가 그의 귀국 이후 ‘반기문 현상’으로 스파크를 일으켜 지지율 급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반 총장이 국외자 신분으로 한국을 빛낸 유엔 사무총장직에 있을 때는 지역과 계층, 여야 호불호를 떠나 반 총장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여야 극한 대결의 한복판에 들어서는 순간 반 총장은 ‘검증’의 시험대 위에 서게 된다. 다만 역대 대선과 달리 대통령 탄핵국면으로 헌법재판소 결과에 따라 차기 대선을 급작스럽게 치러야 할 경우 검증 시간이 짧아질 수 있어 반 총장에게는 유리하다. 참여정부에서 반 총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아직까지 반 총장이 대선주자로서 맷집을 검증받은 바 없다”며 “귀국 후 컨벤션 효과도 있겠지만, 혹독한 검증을 버텨내느냐가 본선 진출을 가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티끌만 한 문제도 국민이 크게 보기 시작했다”며 “과거에는 너그럽게 이해될 수 있는 사안, 예를 들어 반 총장이 우리 외교부에 밥값을 떠넘긴 것 같은 의혹도 반 총장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책 ‘반기문은 없다’(시대정신연구소)에서 반 총장의 한계를 이렇게 지적했다.
‘외교관은 협상을 해야 하기에 제3자적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다고 한다. 40여 년을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기문은 한국의 정치 리더십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국의 대통령은 외치보다는 내치가 훨씬 어렵다. 지역 간 벽이 있고 남북 간 벽이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경제에 대한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갈수록 커지는 격차사회에서 국민의 복지 욕구에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 변화에 맞게 정치를 바꿔야 하는 통찰도 필요하다. 40여 년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기문이 할 수 있겠는가. 돌파형이라기보다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기름장어식 화법을 가진 반기문이 과연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