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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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한식과 ‘케미 짱’, 비싼 샴페인은 가라!

축배의 제왕 프로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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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연말이면 스파클링 와인 판매가 늘어난다. 축배용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다. 특히 샴페인은 오랫동안 축배 와인의 제왕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제왕 자리를 프로세코(Prosecco)가 위협하고 있다. 프로세코는 이탈리아 북동부지역 베네토(Veneto)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프로세코가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저렴한 샴페인 한 병이 6만~7만 원인 데 반해, 프로세코는 2만~3만 원이면 충분히 맛있는 것을 살 수 있다.

샴페인과 프로세코의 가격 차이는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 샴페인은 와인을 일일이 병에 담아 병 안에서 기포를 생성시키므로 수작업이 많다. 숙성도 최소 1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린다. 반면 프로세코는 큰 압력탱크에서 한꺼번에 기포를 발생시키고 긴 숙성 없이 바로 병입을 해 출시한다. 샴페인에 비해 공정이 짧고 인력도 적게 든다. 샴페인처럼 기포가 부드럽고 복합미가 뛰어나진 않지만 프로세코는 기포가 활기차고 맛이 상쾌해 맵고 짠맛이 많은 한식과 잘 어울린다.

최근 프로세코 수입이 늘어 대형마트에서도 다양한 프로세코가 눈에 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생산자는 단연 비솔(Bisol)이다. 1521년 설립된 이후 21대째 와인을 생산하는 비솔은 포도 재배, 양조, 병입 등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며 고급 프로세코를 지향하고 있다. 비솔이 만드는 프로세코 중 가장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으로 벨스타(Belstar)가 있다. 벨스타는 베니스 북쪽 평지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프로세코다. 당도가 약간 있어 안주 없이도 즐길 수 있으므로 식전주로 알맞다. 가격은 2만~3만 원대.

제이오(Jeio)와 크레데(Crede)는 언덕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프로세코로, 벨스타보다 농축된 과일향을 보여준다. 언덕은 기후가 서늘해 평지보다 포도가 천천히 익으면서 열매마다 맛과 향이 집중된다. 특히 크레데는 해양성 사암과 점토질이 풍부한 크레데라는 밭 한군데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테루아르(토양 및 환경)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우아하고 섬세한 크레데는 사과향과 꽃향이 느껴지며 뒷맛이 깔끔하다. 제이오는 3만~4만 원, 크레데는 5만~6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비솔 프로세코 중 최상급은 카르티체(Cartizze)다. 카르티체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휴 존슨(Hugh Johnson)이 ‘죽기 전에 마셔야 할 와인 1001’에 수록한 와인이기도 하다. 카르티체는 해발 300m에 위치한 가파른 언덕 이름이다. 이곳은 점토, 사암, 해양 퇴적물이 고루 섞인 특별한 토양으로 땅값이 ha(1만m2)당 약 30억 원이나 된다. 총 107ha의 포도밭을 140개 생산자가 나눠 가지고 있는데, 비솔은 이 중 가장 넓은 3ha를 소유하고 있다. 카르티체를 한 모금 머금으면 레몬, 복숭아, 파인애플 등 잘 익은 과일향과 함께 허브와 미네랄향이 입안에 가득 찬다. 와인을 삼킨 뒤에는 입안에 화사한 꽃향이 오래도록 머문다. 향의 집중도와 복합미가 좋을 뿐 아니라 탄탄한 구조감과 힘이 느껴지는 명품이다. 연간 생산량은 약 4만 병, 가격은 10만 원 선이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 힘들고 지칠수록 가족의 따뜻함이 그립다. 가족과 둘러앉아 한 해를 돌아보며 프로세코로 축배를 드는 것은 어떨까. 쉴 새 없이 올라오는 프로세코의 기포처럼 내년은 활기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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