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성결대 교수.
청년들에게 사회와 기성세대를 향해 짱돌을 던질 것을 촉구했던 인사들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한 자리씩 꿰 찼다. 조국 교수는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장관을 지냈고, 장하성 전 교수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쳐 주중대사직을 수행하는 중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도 청년들의 고단한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국 사태와 인국공 사태(2020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중 일부를 자사 정규직으로 직고용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면서 일어난 논란) 등 각종 ‘사태’를 겪으며 더 많은 청년들이 좌절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11월4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 카페에서 만난 우석훈 교수는 “박근혜 탄핵 이후 여권이 다수파가 됐지만 몇몇 사람만이 그 성과를 모두 챙겨 자신들의 몫을 잃은 청년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며 “청년들은 현 집권세력을 기득권으로 판단한다. 주류가 된 집권세력은 여전히 비주류 감성에 휩싸여있다. 청년들의 분노 표출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자기 보호 장치만 가동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탄핵 이후 청년들은 잠시 기분만 좋았다”
-조국 서울대 교수의 법무부 장관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지 1년이 지났다. 현 정부 지지자들이 곱게 보지만은 않았을 텐데.“사람들이 괴롭히긴 많이 괴롭혔다. 나에 관한 악성댓글도 많이 달렸다. 주변에서도 나 보고 섭섭하다더라. 악플이나 평가를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닌데, 나를 찾는 사람도 바뀌더라. 조국 전 장관과 친한 사람들은 연락이 없고 대신 조 전 장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찾는다. 청년 조직에서도 많이 찾았다. 조국 사태로 속상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금태섭 전 의원도 그렇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다.
“안쓰럽다고 생각한다. 금태섭 전 의원이 틀린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당이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데려다가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나. 이런 행보를 보이면 전문가 집단도 정책 협조에 소극적으로 변한다. 다른 소리하는 사람들을 배척하면 당장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잃는 게 너무 많다. 금 전 의원의 탈당은 집권당 입장에서 창피한 일이다.”
-현 정권과 관계가 가장 변한 집단은 청년 세대다. 집권 전에는 민주당과 청년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나.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 집회 때 20대가 광범위하게 참여했다. 짱돌을 들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탄핵 결과물은 일부만 가져갔다. 20대들은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힘을 모았던 게 아니다. 청년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뭐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돌아오는 것은 없이 ‘잠시’ 기분만 좋았던 거다. 그래서 청년들 사이에 586세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정치인과 관료 몇 사람이 낙하산으로 성과를 다 가져갔다. 정치 실패이자 무능이다. 정치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과잉 대표됐다.”
우석훈 당시 성공회대 교수(가운데)와 조국 서울대 교수(오른쪽 끝) 등 범야권 시민사회 인사들이 2012년 12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국민연대는 다음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뉴스1]
-근래만큼 청년들의 목소리가 중요시 되는 때도 없지 않나.
“청년들이 짱돌을 세게 던지지도 않았다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미온적이다. 청년들의 불만으로 정권이 왔다갔다 하지 않았다. 총리가 사과하고 그만두거나 장관이 경질된 적이 있었나. 인국공 사태만 해도 별 거 아니다 (생각)해서 공기업 사장 한명이 해임됐을 뿐이다. 이것도 스리슬쩍 나갔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9월 24일 구본환 당시 인천국제공항 사장을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토부는 ‘태풍 위기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 보고’와 ‘기관 인사운영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임을 건의했다. 구 전 사장은 당시 “국토부가 문제 삼은 두 사안 모두 해임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88만원 세대’를 출간한 2007년에 청년의 상황이 지금처럼까지 갈 것이라 예상했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다만 당시 우려했던 것보단 20대가 보수화되지 않았다. 유럽과 같이 극우 청년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 예상했는데 지금 청년들은 극우로까지 갔다고 보지 않는다. 20대 보수화는 말이 안 된다.”
20대를 공격하는 말은 ‘보수화’라는 표현만이 아니다. 과거 “짱돌을 들지 않는다”고 비판받았다면 현재는 “짱돌을 이상한 곳에다 던진다”고 비난받는다. 장하성 주중대사의 유흥업소 논란이 대표적 예다. 교육부의 종합감사에 따르면 장하성 주중대사 등 고려대 교수 12명이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1~86차례 총 6693만 원을 결재했다. 학생들이 분노하자 장 주중대사는 10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구소장 당시 일이지만 적절하지 못하게 쓴 데 대해 고려대 구성원들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일어났다. 조국백서 집필진 중 한명인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는 10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양초까지 사서 보내주며 촛불집회 좀 하라고 노래를 불러도 모르쇠 하더니. 법인카드로 룸살롱 간 교수 명단에 ‘장하성’ 이름이 있다니까 갑자기 분노가 든다는 고대생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청년들의 돌팔매가 잘못됐다는 각종 ‘성토글’이 올라왔다.
“청년 비난은 민망한 일”
장하성 주중대사가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화상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올바른 분노, 올바르지 않은 분노를 따지는 것은 이상하다. 사과해야 하는 것이 맞다. 불법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위선이라고 느껴지는 요소가 많다. 민망한 일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68혁명 당시 낙태 등 여성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노동자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다 돌을 던져라, 저기다 돌을 던져라” 그런 식으로 한다고 사람들이 따르고 좋은 사회가 오지 않는다.”
-과거 조국 전 장관 등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이들은 검찰이야말로 청년이 짱돌을 던져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법개혁이 과연 그렇게 모두가 달려가서 풀어야 할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풀리는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사법개혁을 한다고 해서 내놓은 방안들이 옳은 해법인지도 모르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말인가.
“외국에서 비슷한 방식의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공수처가 만들어진다고 사법개혁이 될 지도 모르겠고, 별로 동의도 되지 않는다. 임기 기간 동안 아까운 시간을 엄한 일 하면서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린뉴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방향에 동의한다는 것이 방법까지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책을 홍보하기만 하지 토론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다. 정책이 청년의 삶과 동떨어져있고 이권을 따라 움직인다.”
-왜 청년들은 집권세력에게 분노할까.
“전문성 부족으로 기본적으로 정책 능력이 떨어진다. 특히 경제 분야는 밀실행정이 심하다. 정책을 집행하면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집행 이전에 손해 보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다고 정책을 집행하면 안 된다. 토론회도 크게 열며 논의를 해야 했다. 지금 정부는 동의를 구하지 않고 홍보만 한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다 대고 ‘너희가 이기적이다’라고 써 붙이면 어떡하나.”
-청년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말을 할 때도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다수파가 되면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자기가 이야기를 하면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은 정 반대다. 요즘 청년들은 부모님 말도 잘 안 듣는다(웃음).”
-민주당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를 이유로 당헌을 바꿔 내년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시민후보를 추대해 협력하는 등 민주당이 주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도 선거를 치를 수 있다.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욕심이 과하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정책이란 건 외치는 사람이 고객이 된다. 가만히 있는데 공무원들이 알아서 정책을 수행하지 않는다. 결국 참여와 발언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직업군에 따라 청년들의 목소리가 달리 반영되는 양상이 보인다. 의료·법조 쪽의 청년들은 힘이 있다. 의료파업만 하더라도 나라를 들었다놨다했다. 반면 연극·영화·음악 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어떤가. 의식적으로라도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들으려 노력해야 한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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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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