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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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국민 공감’ 개헌안 만들어 연초 대통령이 개헌 발의해야”

‘文 개헌 책사’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 “한국당, 무조건 거부하면 고립될 것…국민 이기는 세력 없어”

  •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8-01-02 18: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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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 개헌 책사’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사진 제공 · 최인호 의원실]

    ‘文 개헌 책사’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사진 제공 · 최인호 의원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활동 시한 연장 문제를 두고 여야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연말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여당은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한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했고, 야당은 “지방선거에서 여행상품 ‘땡처리’ 하듯 묻어서 개헌을 날치기하려는 문재인식 개헌 접근은 중단돼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가 2018년 2월까지 개헌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를 먼저 요청하는 것도 불사할 생각”이라며 ‘플랜B’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개헌특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표현처럼 ‘개헌행 열차는 종착역 없이 달리는 설국열차’가 됐다. 

    개헌 ‘안개 정국’에서 눈여겨볼 사람이 있다. 개헌특위 여당 위원인 민주당 최인호 의원(사진)이다. ‘지방분권 전도사’이기도 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부터 연을 맺어온 ‘30년 부산 동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비서를 지냈고, 문 대통령과는 수시로 접촉하며 정무적 판단을 도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고향 부산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을 이끌었고, ‘개헌 공약’ 설계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 책사’로 불리는 이유다. 

    최 의원은 2017년 12월 28일 ‘주간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한국당)이 개헌에 계속 반대하면 방도가 없지만, 대통령 공약 사항이고 국민적 공감대가 큰 상황에서 모른 척할 수도 없다”며 “어느 시점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헌안을 발의하면 한국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개헌특위 활동 연장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2017년 12월 31일 이후 1년 동안 활동을 접어야 한다. 


    “우리는 개헌특위 활동을 2018년 2월까지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헌안 초안을 마련하고 발의해 5월 본회의에서 의결한 뒤 지방선거에서 개헌투표를 해야 한다. 한국당은 활동 시한을 못 박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논의만 할 건가. 의원 36명과 수많은 자문위원단 등에게 지급되는 특위 예산을 또 쓰자는 건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애매한 상황이다.” 

    6월 개헌 국민투표는 19대 대선 당시 한국당 홍준표 후보(현 당대표) 등 대선후보들의 공약이었는데, 최근 한국당은 2018년 말까지 개헌하자고 주장한다. 1년간 특위 활동을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나. 걸림돌은 뭔가. 


    “그러니까 답답한 노릇이다. 6월 개헌은 우리 당만 공약한 게 아니라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새 헌법에 담을 지방분권과 기본권 등 웬만한 내용은 타협이 가능한데, 정부 형태(권력구조)에 관한 합의가 잘 안 되는 게 ‘6월 개헌’을 어렵게 하는 거 같다. 여기에 지방선거 때 개헌하면 10%가량 투표율이 올라갈 수 있어 한국당은 선거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하지 않겠다는 것은 선거 공학에 따른 정략적 접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 의원의 말처럼 양당이 개헌 시한을 놓고 벌이는 전면전에는 ‘선거 공학’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개헌 투표를 동시에 치를 경우 투표율이 올라갈 개연성이 높고, 개헌 이슈에 가려 ‘정권 견제론’이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 통념이고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1, 2위 후보가 득표율 5%p 안팎으로 접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당은 6월 개헌, 야당은 연말 개헌을 주장한다는 얘기다. 

    선거 공학은 그렇다 치고, 권력구조 개편이 특위의 최대 쟁점인 듯하다. 


    “한국당은 사실상 의원내각제를 주장하고, 우리 당 다수는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를 말한다. 의원내각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낮다 보니 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라는 용어를 쓰는데, 정치학적으로 보면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로 귀결된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는 외치(外治)를 맡는 대통령은 국민 직선으로,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총리는 국회가 선출하는 분권형 정부 구조를 말하는 건가. 


    “외형적으론 그렇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지만 ‘형식상’ 국가원수 지위를 부여한다. 내각을 통할·지위하는 행정부 수반직은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맡는다.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하면서 국왕을 없애는 대신 국가의 상징과 구심점 구실을 하는 대통령이 필요했고, 형식상 국가원수인 만큼 임기도 길게 잡아 6년 연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민 기만”

    프랑스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 · 동거)이라는 좌우 동거정부를 구성하며 협치를 했는데. 

    “그렇다. 1958년 이원집정부제를 골자로 한 새 헌법과 함께 제5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대통령과 총리의 정당이 다른 좌우 동거정부가 3차례 나왔다. 1986년 좌파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우파 자크 시라크 총리를 임명해 첫 좌우 동거정부가 등장했는데, 대통령이 총리 임면권을 갖고 있긴 해도 하원 다수당 출신 인사를 총리로 뽑는 관행이 있다. 그러나 여대야소(與大野小)의 경우 대통령 중심제로, 여소야대(與小野大) 때는 제1야당 당수가 총리가 돼 내각제 형태로 운영된다. 흔히 아는 것처럼 같은 시기에 대통령과 의회가 반반씩 권력을 나누는 게 아니다. 그러니 대통령과 총리 간 갈등이 있으면 정국이 혼란스러워진다. 머리가 둘이 되면 몸은 어디로 가야 하나. 또한 내·외치 구분도 모호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주장하는 건 정직하지 못하다. 형식상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는다고 하지만 사실상 의원내각제를 염두에 둔 거다.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라면서 지지율을 높이려 하는 건 국민 기만책이라고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다수가 선호하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나타나는 ‘제왕적 폐단’ 문제도 심각하지 않나. 

    “정부 형태 개헌의 핵심은 협치(協治)와 분권 아닌가. 그래서 나는 ‘협치와 분권을 위한 권력 분산형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했다. 과도한 대통령과 행정부 권한을 수평·수직적으로 분산하자는 거다.” 

    수평 · 수직적 분산? 

    “수평적 권력 분산의 핵심은 3권 분립을 철저히 하는 거다.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다. 과도한 대통령과 행정부 권한을 먼저 국회로 이관하자는 거다. 현재 국회는 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17명에 대해 동의권만 있을 뿐이다. 미국은 차관급 인사까지 인사청문회를 하고 동의를 받아야 임명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장관 등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이 부적격 평가를 받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다소 부담은 되지만, 인사 동의를 받는 인사를 장관으로 확대하자는 거다. 그럼 대통령은 ‘힘’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임명 동의가 부결되면 장관 지명을 다시 해야 하는 만큼 장관 인사와 관련해 사전에 국회와 조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과 국회 간 획기적인 협조관계가 만들어질 거다. 여기에 국회에 예산수정 권한을 줘 예산을 증액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예산항목을 만들 경우 정부 동의를 받도록 하면 된다.” 

    증액 권한을 준다는데 동의를 받는다는 게…. 

    “국회에 예산항목 신설권을 주면 예산항목을 임의대로 만들 수 있어 자칫 포퓰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다. 국회의원은 선거를 의식해야 하니까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은 예산편성권 자체가 국회에 있는데,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 단계의 절충형을 도입하면 된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도 이런 제도를 채택해 행정부와 국회가 일상적으로 소통한다.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이라 행정부에 대한 감사가 정략적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국회 산하에 회계검사원을 신설해 예산 관련 감사 권한을 국회가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대통령 중심제가 유지되더라도 대통령제 폐단은 없애고 협치를 할 수 있다.”

    “개헌, 국민에 대한 도리”

    2017년 9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뉴스1]

    2017년 9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뉴스1]

    수직적 권력 분산은 어떤 의미인가. 

    “지방분권이다. 자치분권과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또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과반 득표 대통령을 만들면 정통성 시비도 피할 수 있고 1, 2위 후보 간 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개헌 설국열차’를 멈출 타협안은 없을까. 

    “그래서 일부 의원은 국회에 총리 추천권을 주고 대통령이 추천 인사를 받아들이는 안을 얘기하는데, 한국당이 고민하는 눈치이지만 안 받아들일 거 같다. 우리로서도 부담이긴 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추천한 총리가 헌법상 제청권을 행사한다고 나서면 상당한 정국 혼란도 예상된다. 오죽 답답했으면….” 

    대립이 장기화되면 결국 발의권이 있는 대통령이 나서야 할 거 같은데. 

    “개헌은 한국당(116석)이 반대하면 개헌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를 채울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 공약 사항인데 모른 체할 수도 없고…. 내 생각에는 개헌 발의권이 있는 대통령이 어느 시점에서 합의가 되는 개헌안을 수렴해 발의하는 게 맞다. 국민적 공감대도 높은 만큼 국회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높은 합의 수준의 안을 만들어 발의하면 고립될 걸 뻔히 아는 한국당이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을 테다. 국민을 이기는 세력은 없다. 국민을 믿고 공감대 높은 개헌안을 만들어 2018년 초 발의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 당선 후 최 의원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최측근으로서 비선의 국정농단 징후가 보이면 가차 없이 조치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집권 1년 차는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는 비교적 큰 문제 없이 지나온 거 같다. 2년 차가 되는 2018년에는 정상적인 국정시스템이 확립되고 모든 의사가 합리적·절차적으로 가야 한다. 국민 의식, 특히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 의식은 ‘촛불’과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무척 높아진 상태라 사소한 실수를 해도 우리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앞장선 사람들이 평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권력기관에 몸담은 사람은 더욱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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