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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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뭘 믿고 미국에 대드나… 3000기 중거리탄도미사일이 가장 위협적

축구장 3개 초토화할 수 있는 집속탄 탄두 탑재한 미사일 개발 완료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6-02-25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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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혁명수비대 훈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이란 혁명수비대 훈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호람샤르는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의 국경도시로 1980년부터 1988년까지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의 격전지였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라크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이 도시를 지켜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를 기념해 2017년 당시 개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호람샤르라고 명명했다. 

    이란은 2000년대 초 북한에서 수입한 화성-10형(무수단 미사일, 나토(NATO)명 BM-25)을 바탕으로 호람샤르-1을 개발했다. 이후 이란은 호람샤르-2와 호람샤르-3 등 개량형을 만들었다. 특히 이란은 2023년 5월 호람샤르-4를 개발해 공개했다. 호람샤르-4는 사거리 2000㎞에 최대 80개 자탄(子彈)이 들어 있는 1500㎏ 집속탄(集束彈·cluster bomb) 탄두를 싣고 비행할 수 있다. 이란이 집속탄 탄두를 탑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보유한 것은 당시가 사상 처음이었다. 

    중거리탄도미사일이 발사된 뒤 집속탄의 모탄(母彈)이 공중에서 터지면서 수십 개 자탄이 표적 일대에 흩뿌려진다. 집속탄 한 발은 축구장 3개를 초토화하고, 1개 중대 병력을 몰살할 만큼의 위력을 지닌다. 자탄이 여러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강철비’로도 불린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이른바 ‘12일 전쟁’ 때 호람샤르-4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바 있다. 호람샤르 미사일은 대기권 밖에서 마하 16, 대기권 내에서 마하 8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25개 미사일 기지에 실전 배치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람샤르-4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람샤르-4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미국이 중동지역에 핵 추진 항공모함 같은 군사자산을 대거 배치하는 등 이란에 대한 공격 준비를 갖추자 이란도 중동지역의 미군기지들과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란은 중동지역과 유럽 일부 국가까지 날아갈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 2000~300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각종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미사일 기지 25곳에 실전 배치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이란 북동부 ‘이맘 호메이니 우주센터’를 들 수 있다. 이란은 군사적 목적을 감추고자 이곳에 있는 셈난 미사일 기지를 이맘 호메이니 우주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인공위성 발사를 명목으로 각종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해왔다. 이스라엘은 ‘12일 전쟁’ 때 이란의 미사일 기지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지만 이란이 지하 깊숙이 숨겨놓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은 대부분 파괴되지 않았다.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2월 5일(이하 현지 시간) 혁명수비대의 지하 미사일 기지에 실전 배치된 호람샤르-4 모습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도 이란의 보복 의지를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미사일 기지를 시찰한 압둘라힘 무사비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은 모든 기술적 측면에서 탄도미사일을 현대화해 억지력을 강화했다”며 “우리는 ‘12일 전쟁’ 이후 비대칭 전쟁 정책을 채택하고, 군사 교리를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9일 이란에 핵 포기 시한을 향후 ‘10일이나 15일’까지로 제시하는 등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내자 이란은 전시상태에 돌입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 중동지역에 파병된 미군을 타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중동지역 미군의 장기 주둔지는 9곳, 임시 주둔지는 12곳으로, 모두 4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 기지들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기지에는 병력 외에도 최첨단 군사장비와 시설이 구축돼 있어 물적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중동문제협의회의 아델 압델 가파르 수석 분석가는 “이라크, 바레인, 쿠웨이트에 주둔 중인 미군이 이란의 첫 번째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본토 사정권 미사일도 개발

    이란은 그동안 각종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특히 이란은 북한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예를 들면 이란의 사햐브-3 미사일은 사거리 1300㎞인 북한 노동 미사일(화성-7, KN-5)을 수입해 개발한 것이다. 이란은 샤하브-3 미사일을 다시 개량해 가드르 미사일(사거리 2000㎞)과 에마드 미사일(사거리 1700㎞)을 개발한 뒤 실전 배치했다. 이란은 또 하즈 카셈(사거리 1400㎞), 케이바르 셰칸(사거리 1450㎞), 가드르-110(사거리 2000~3000㎞), 세질(사거리 2000㎞) 등 각종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사거리 3000㎞ 핵미사일을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2월 이란 반정부 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NCRI)를 인용해 혁명수비대가 위성 발사 기지로 위장한 시설 2곳에서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과거에도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세부 사항을 폭로한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두 시설 모두 핵폭탄 제조 임무를 맡아온 ‘방어혁신연구기구(SPND)’의 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사거리 3000㎞인 고체연료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시설 중 한 곳이 바로 이맘 호메이니 우주센터다. 이란은 이곳에서 북한 설계를 기반으로 은하-3 로켓과 유사한 시모르그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우주·미사일 전문가들은 시모르그 미사일이 북한의 기술이전으로 개발됐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와 매우 닮았거나 똑같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9월 18일 이곳에서 국제사회에 알리지 않고 고체연료를 이용한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한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모흐센 잔가네 이란 의회 의원은 지난해 9월 20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미사일이 ICBM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란이 사거리 5500㎞ 이상인 ICBM을 확보한다면 중동·유럽을 넘어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지난해 6월 18일 이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18일 이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뉴시스

    심지어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방공망을 뚫거나 회피할 수 있는 미사일도 개발해 실전 배치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며 미국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포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란은 ‘12일 전쟁’을 통해 미사일 상당수를 이스라엘과 미국 방어망을 뚫고 통과시키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혁명수비대는 지난해 6월 16일 극초음속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보복 공습해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파타흐-1로 명명된 이 미사일은 최대속도 마하 13~15, 최장 사거리는 1400㎞에 달한다. 이 미사일은 정밀 타격 능력과 고속 돌파력, 조기경보체계 탐지 회피 능력을 두루 갖춘 전략무기로 2023년 6월 첫 공개됐다. 

    이란은 또 서로 성능이 다른 미사일과 드론들을 섞어서 쏘는 전술도 구사해왔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2월 17일 미국 항모 전단을 겨냥해 “군함은 위험한 존재이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군함을 바닷속으로 침몰시킬 수 있는 무기”라고 경고한 이유도 중거리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메네이는 “세계 최강 군대라 할지라도 심각한 타격을 입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조선 침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할 수도 

    이란은 또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 사이에 있는 전략 요충지이자 세계적인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거나 인근 해역에 있는 미군 항모와 구축함 등을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대함미사일, 자폭 드론을 이용해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혁명수비대는 2월 17일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하려고 호르무즈해협을 수 시간 봉쇄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대형 유조선이 항해할 수 있는 곳은 해협 중간 너비가 3.6㎞밖에 되지 않는다. 매일 이곳을 지나는 대형 유조선 50여 척 가운데 두세 척을 침몰시키면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차단할 수 있다.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해협 섬들과 인근 해안에 단거리미사일을 대거 배치하고 있다, 또 혁명수비대는 고속정 등에 사거리 300㎞인 대함미사일 ‘칼리즈 파즈’를 장착했다. 이란은 시속 510㎞로 비행하는 스텔스 자폭 드론 ‘하디드-110’도 개발한 상태다.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 포기 △탄도미사일 사거리 300㎞ 제한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등 중동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사일 사거리 및 보유량 제한 요구를 억지력을 포기하라는 주권 침탈로 보고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베남 벤 탈레블루 선임국장은 “이란 입장에선 실질적인 공군력과 방공망이 부재하고 핵 능력도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은 억지력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도 이란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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