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기에 따라 어울리는 한마디가 탄생하곤 한다. 요즘은 일지독수(一枝獨秀)라는 고풍스런 표현이 유행한다. 한마디로 세계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중국만 독야청청 잘 나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은 ‘압축 고성장’이 아닐까. 물론 이 말이 중국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한때 이 말의 주인은 한국이었고, 그 전에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20년의 짧은 기간에 중국만큼 성과를 올리진 못했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래서 무섭다.
‘압축 고성장’이 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음은 우리가 경험으로 체득한 바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아직 성장세가 주춤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점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국인의 소비패턴의 변화 과정과 그 특징일 것이다. 이미 우리의 중요 시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의 소비패턴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생산 및 기술진보에 대한 이해는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소비패턴은 ‘티아오지(跳級) 효과’로 요약된다. 티아오지란 한 단계 건너뛴다는 것으로 월반의 의미로도 사용한다. 그것은 곧 압축고성장이 안겨준 갑작스러운 물질적 풍요가 어떻게 소비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 패턴을 적절히 활용한 기업은 경쟁에서 승리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 예가 지금 중국에서 비일비재하다.
일반적으로 세계의 어느 나라나 자신의 경제수준에 맞는 소비수준을 갖는 것이 상식이다. GNP와 백색 가전, 자가용 소비 사이의 연관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러한 당연한 과정이 자주 뒤바뀐다.
대표적인 예가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다. 대개 유선전화가 먼저 일반화하고 휴대폰이 보급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일반전화가 아직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90년대 초 아날로그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유선전화는 관청이나 그곳과 관련된 일부 특권층만 향유할 수 있는 고급 소비재였다. 돈이 있다 해도 신청한 후 3~9개월씩 기다려야 했다. 물론 기다리는 기간은 급행료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96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디지털 휴대전화의 경우 유선전화보다 비쌌지만 신청 당일 구입할 수 있었다. 당연히 소비에 불이 붙었고 90년대 말 중국은 휴대전화 열풍이 불었다. 현재 중국의 휴대전화 보유자는 1억4000만명으로 이미 유선전화 보유자 수 1억7700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선전화가 일반화한 건 휴대전화 열풍이 한 차례 불고 간 99년 4월부터다. 이후로 누구나 신청 뒤 한 달 이내에 유선전화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신청비도 반의 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컴퓨터 보급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컴퓨터는 연구기관이나 사무실 전용이었다. 물론 286급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말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붐과 함께 중국에 컴퓨터 구입 붐이 일어나면서 각 가정에서 ‘묻지 마 구매’가 시작되었다. 대부분 펜티엄급 이상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에서는 386과 486 컴퓨터 시대를 뛰어넘고 말았다.
이런 현상은 다른 부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이미 비디오는 도태되었고 VCD, DVD가 대신했다. TV는 20인치 시대를 건너뛰고 30인치대의 대형 TV가 대세다.
이는 중국인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중국 기업들의 가격전쟁이 낳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한 예로 94년 21인치 TV가 3000위안(인민폐 1위안은 한화 160원 상당)대였는데 현재는 32인치가 2000위안 이하로 폭락했다. 25인치나 29인치의 경우 1000위안 하는 제품도 수두룩하다. 냉장고, VCD, DVD 등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현재의 가격은 3분의 1 이하다.
이러한 중국 기업들의 가격파괴에 대해 경쟁 국가들은 현지 생산을 중심으로 한 현지 가격화와 수입품을 중심으로 한 고급화 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가전제품 시장에서 한국, 일본 등은 이런 전략으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행히 한국 기업들은 고수익층을 대상으로 한 전략에서 한발 앞서 나간다는 평을 듣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의 미래가 낙관적이다.
예를 들어 LG의 컴퓨터 모니터는 중국의 티아오지 현상과 맞물려 고급화로 의외의 성과를 거둔 경우다.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중국 모니터 시장에서 한국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중국과 대만계 저가품과 외국계열 합작품이 이미 저가와 중가 시장을 명확히 양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99년 LG에서 17인치 평면모니터를 들고 나오면서 완전히 역전됐다(LG는 그해 업계 순위 8위에서 3위로 급상승했다). 사실 15인치 모니터가 대종을 이루고, 개인들이 아직 14인치 모니터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의 전략은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고, 여기에 힘입은 한국 기업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액정모니터를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중국 모니터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현재 중국의 모니터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1위, LG가 3위다.
이런 현상은 컴퓨터 신 구매자 중 상당수가 개인 경비가 아닌 공비로 구입한다는 사실과 중국 사무실의 좁은 공간이라는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 회사들이 중국 모니터 시장의 대세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개별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고급제품을 선호하도록 한 것이 더 큰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이 일은 컴퓨터를 소비할 계층이 모니터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음을 증명했다. 현재 중국에서 액정모니터는 당장 생산량을 늘려야 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성공 뒤에는 더 많은 실패의 경험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보다 성공의 경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또 실패의 분석도 중요하지만 성공 요인에 대한 과학적인 진단도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압축 고성장과 그에 따른 티아오지 효과를 분석하는 일은 중요하다. 중국의 압축 고속성장은 지금도 진행중이며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은 ‘압축 고성장’이 아닐까. 물론 이 말이 중국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한때 이 말의 주인은 한국이었고, 그 전에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20년의 짧은 기간에 중국만큼 성과를 올리진 못했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래서 무섭다.
‘압축 고성장’이 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음은 우리가 경험으로 체득한 바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아직 성장세가 주춤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점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국인의 소비패턴의 변화 과정과 그 특징일 것이다. 이미 우리의 중요 시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의 소비패턴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생산 및 기술진보에 대한 이해는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소비패턴은 ‘티아오지(跳級) 효과’로 요약된다. 티아오지란 한 단계 건너뛴다는 것으로 월반의 의미로도 사용한다. 그것은 곧 압축고성장이 안겨준 갑작스러운 물질적 풍요가 어떻게 소비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 패턴을 적절히 활용한 기업은 경쟁에서 승리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 예가 지금 중국에서 비일비재하다.
일반적으로 세계의 어느 나라나 자신의 경제수준에 맞는 소비수준을 갖는 것이 상식이다. GNP와 백색 가전, 자가용 소비 사이의 연관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러한 당연한 과정이 자주 뒤바뀐다.
대표적인 예가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다. 대개 유선전화가 먼저 일반화하고 휴대폰이 보급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일반전화가 아직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90년대 초 아날로그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유선전화는 관청이나 그곳과 관련된 일부 특권층만 향유할 수 있는 고급 소비재였다. 돈이 있다 해도 신청한 후 3~9개월씩 기다려야 했다. 물론 기다리는 기간은 급행료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96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디지털 휴대전화의 경우 유선전화보다 비쌌지만 신청 당일 구입할 수 있었다. 당연히 소비에 불이 붙었고 90년대 말 중국은 휴대전화 열풍이 불었다. 현재 중국의 휴대전화 보유자는 1억4000만명으로 이미 유선전화 보유자 수 1억7700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선전화가 일반화한 건 휴대전화 열풍이 한 차례 불고 간 99년 4월부터다. 이후로 누구나 신청 뒤 한 달 이내에 유선전화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신청비도 반의 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컴퓨터 보급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컴퓨터는 연구기관이나 사무실 전용이었다. 물론 286급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말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붐과 함께 중국에 컴퓨터 구입 붐이 일어나면서 각 가정에서 ‘묻지 마 구매’가 시작되었다. 대부분 펜티엄급 이상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에서는 386과 486 컴퓨터 시대를 뛰어넘고 말았다.
이런 현상은 다른 부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이미 비디오는 도태되었고 VCD, DVD가 대신했다. TV는 20인치 시대를 건너뛰고 30인치대의 대형 TV가 대세다.
이는 중국인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중국 기업들의 가격전쟁이 낳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한 예로 94년 21인치 TV가 3000위안(인민폐 1위안은 한화 160원 상당)대였는데 현재는 32인치가 2000위안 이하로 폭락했다. 25인치나 29인치의 경우 1000위안 하는 제품도 수두룩하다. 냉장고, VCD, DVD 등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현재의 가격은 3분의 1 이하다.
이러한 중국 기업들의 가격파괴에 대해 경쟁 국가들은 현지 생산을 중심으로 한 현지 가격화와 수입품을 중심으로 한 고급화 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가전제품 시장에서 한국, 일본 등은 이런 전략으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행히 한국 기업들은 고수익층을 대상으로 한 전략에서 한발 앞서 나간다는 평을 듣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의 미래가 낙관적이다.
예를 들어 LG의 컴퓨터 모니터는 중국의 티아오지 현상과 맞물려 고급화로 의외의 성과를 거둔 경우다.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중국 모니터 시장에서 한국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중국과 대만계 저가품과 외국계열 합작품이 이미 저가와 중가 시장을 명확히 양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99년 LG에서 17인치 평면모니터를 들고 나오면서 완전히 역전됐다(LG는 그해 업계 순위 8위에서 3위로 급상승했다). 사실 15인치 모니터가 대종을 이루고, 개인들이 아직 14인치 모니터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의 전략은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고, 여기에 힘입은 한국 기업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액정모니터를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중국 모니터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현재 중국의 모니터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1위, LG가 3위다.
이런 현상은 컴퓨터 신 구매자 중 상당수가 개인 경비가 아닌 공비로 구입한다는 사실과 중국 사무실의 좁은 공간이라는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 회사들이 중국 모니터 시장의 대세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개별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고급제품을 선호하도록 한 것이 더 큰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이 일은 컴퓨터를 소비할 계층이 모니터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음을 증명했다. 현재 중국에서 액정모니터는 당장 생산량을 늘려야 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성공 뒤에는 더 많은 실패의 경험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보다 성공의 경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또 실패의 분석도 중요하지만 성공 요인에 대한 과학적인 진단도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압축 고성장과 그에 따른 티아오지 효과를 분석하는 일은 중요하다. 중국의 압축 고속성장은 지금도 진행중이며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