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외교적 봉합 후 증시 회복 경로 진입할 것

시장 불안 키우는 채권금리 급등세는 진정 가능성 열어둬야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입력2026-03-2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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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1.75포인트(3.22%) 내린 5460.4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22.91포인트(1.98%) 내린 1136.64로 장을 마쳤다. 뉴스1

    3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1.75포인트(3.22%) 내린 5460.4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22.91포인트(1.98%) 내린 1136.64로 장을 마쳤다. 뉴스1

    3월 말 현재 전 세계 주식시장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먼저 미국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200일 선을 하회하는 등 기술적으로 장기 추세 훼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코스피는 미국 증시에 비해 선방 중이지만 세계 증시에서 상징성이 큰 미국 증시의 장기 추세 이탈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그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미국-이란 전쟁은 발발 3주 차를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뉴스플로상 분위기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주식투자자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행보가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3월 17~18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시장 기대를 완전히 꺾어버린 중립 이하 이벤트였다. 

    연준 금리 동결, 채권시장 직격탄 맞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보수적 입장을 취하면서 “금리인상이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 위원 사이에서 금리인상 논의가 있었으며 내년에도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 여파로 현재 시카고 페드워치상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은 기존 6월 FOMC 정례회의에서 내년 9월 FOMC 정례회의로 크게 밀린 상황이다. 이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통화정책 회의마저 매파적 동결과 함께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해 글로벌 긴축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긴축 우려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채권시장이다. 3월 초 4.0%대였던 미국 10년물 금리가 3월 말 현재 4.3%대로 급등하며 실물 경제주체들의 이자 부담, 주식시장의 할인율 부담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지만 이번에는 에너지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안전자산 수요를 완전히 압도하며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이례적인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 채권시장에서 금리 급등세가 진정될까. 일단 호르무즈해협 정상화 신호가 필요하다.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재개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약 12만 원)대로 회귀하고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이 해소돼야 금리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이 제재 중인 이란산 원유 방출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진다면 단기 수급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2월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월 대비 2.4%)가 에너지 쇼크 이전 데이터라 상대적으로 양호했는데, 4월 중 발표될 3월 CPI에서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제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연준 위원들의 발언도 중요하다. 다음 FOMC 정례회의 전까지 시장은 연준 위원들의 메시지에 계속 주목할 것이다. 연준은 데이터에 후행하며 움직이기에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 유가 향방에 따라 언제든지 덜 매파적인 스탠스로 전환할 수 있다. 일단 연준 위원들이 “현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며, 근원물가(에너지와 식료품 제외) 추세는 여전히 관리 가능하다”는 신호만 보내도 금리 추가 급등은 제한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향후 지정학적 갈등 양상에 따라 유가 급등세가 진정될 때 연준의 정책 경로가 재차 시장 친화적으로 선회할 조건부 반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美 가솔린 32% 폭등, 여당 지지율 갉아먹어

    더 나아가 미국 중간선거 등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주요국 리더의 유가 안정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고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미국 내 가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3.84달러 이상으로 한 달 만에 32% 폭등했다. 이는 중간선거를 8개월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생활비 상승과 인플레이션 급등은 집권 여당 지지율을 갉아먹는 핵심 요소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미국이 굳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휘말려 자국 경제를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행정부는 치솟는 유가를 잡으려고 사실상 모든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먼저 미국 내 원유 운송 비용을 낮추고자 존스법(미국 내 항구 간 물자 운송을 미국 선박으로만 제한)을 60일간 유예하고 전략비축유의 대규모 방출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오일쇼크를 진정시키기 위해 강력한 제재 대상이던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30일간 수입 유예 조치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말을 바꾸는 등 노이즈를 양산 중이지만 핵심은 ‘강력한 유가 안정 의지’와 ‘중간선거 전 전쟁 장기화 회피’다. 미국은 더는 경제적 타격을 원하지 않으며 이란 역시 내부의 정치적 불안과 경제제재 압박 속에서 끝없는 확전을 감당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강경한 태도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이들 모두 파국을 피하기 위해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단계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인 시장금리 급등 사태는 진정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는 편이 적절하다. 또한 주식시장도 과거 수차례 지정학적 사건에 대한 학습 효과(전쟁 초기 극도의 공포와 증시 하락→외교적 봉합과 회복 경로 진입)를 체득해왔으며 이번 미국-이란 전쟁 역시 동일한 학습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판단된다(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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