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불법취업 북한 노동자 7월 28일까지 귀국시켜라”

中, 단둥 일대 기업들에 지시 … 대상자 5만 명 수준으로 혼란 예상

  • | 김승재 YTN 기자  ·  전 베이징특파원 phantom386@daum.net

    입력2018-07-24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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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이 주인인 중국 단둥의 의류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단둥 지역에서만 600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가 한국인 사장에게 고용돼 일하고 있다. [단둥=김용균 채널A 기자]

    한국인이 주인인 중국 단둥의 의류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단둥 지역에서만 600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가 한국인 사장에게 고용돼 일하고 있다. [단둥=김용균 채널A 기자]

    북한과 중국이 더할 나위 없는 밀착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돌연 북한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8월 이후 입국해 취업비자 없이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7월 28일까지 귀국 조치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지시에 해당 중국 기업인들은 초비상 상황이라는 소식이다. 

    최근 북한과 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석 달도 안 되는 기간에 3차례나 만났다. 김 위원장은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 한 달여 뒤인 5월 7일과 8일에는 랴오닝성 다롄, 그리고 6월 19일과 20일 다시 베이징을 찾았다.

    지시 불이행 땐 벌금 물린 뒤 강제 추방

    중국 단둥시 조중우의교에서 바라본 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 화물차량이 단둥시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단둥시 조중우의교에서 바라본 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 화물차량이 단둥시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정부는 기업가들에게 한국과 미국이 선수 치기 전 서둘러 대북투자를 선점하라 촉구했고, 북한은 중국 기업인들을 적극적으로 초청해 투자를 독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에는 시 주석이 평양을 찾아 북·중 관계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6월 하순 북·중 접경지역에 청천벽력 같은 중국 당국의 지시가 떨어졌다. 랴오닝성 단둥시와 둥강시 일대에서 활동하는 북한 노동자 고용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시였다. 현지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지난해 8월 1일 이후 들어와 취업비자 없이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구두로 하달했다”고 전했다. 7월 28일까지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로자 인당 5000위안(약 84만 원) 벌금을 물린 뒤 강제 추방하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에 인접한 단둥과 둥강 일대에는 예전부터 불법취업한 북한 노동자가 많았다. 여행이나 친척 방문 등의 목적으로 한 달짜리 비자로 들어와서는 일자리를 구해 그냥 눌러앉는 것이었다. 필자는 베이징 특파원 시절 이 지역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북한 노동자를 다수 확인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돌연 지난해 8월이라는 시점을 정해놓고 문제시한 것은 단순히 불법체류자 단속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8월부터 들어온 북한 인력은 그 전에 들어온 이들과는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북한 내부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로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북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던 세계 각국의 제조업 분야 물량 주문이 뚝 끊기면서 해외는 물론, 북한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 치명타를 입었다. 북한 내 노동자들은 돈벌이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지급받던 쌀 배급 등에도 차질이 생겼고, 이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졌다. 평양 역시 이를 알고 긴장했다. 

    이런 와중에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과 신의주 공단에서 일감이 없어진 노동자들이 돈을 벌겠다며 중국 단둥 일대 공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단둥의 중국 기업인들은 ‘이게 웬 떡이냐’며 이들을 받아들였다. 중국 기업 처지에서는 노동자 한 명도 아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실함과 기술력이 검증된 북한 인력 아닌가. 취업비자 없는 북한 인력이 중국에 들어와 현업에 투입되기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둥 일대에는 빈 공장이 즐비했고, 이를 헐값에 사들이면 회사 설립도 한 달 만에 후딱 해치울 수 있었다. 당시 대북제재 때문에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채 대기 중이던 주문 물량도 많았다. 즉 쏟아지는 북한 일꾼을 일단 잡아두고 빈 공장 건물을 싸게 사들여 회사를 설립한 뒤 곧바로 물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송환 대상 北 노동자 5만 명”

    이렇게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단둥과 둥강 일대로 들어와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는 4만5000~5만 명, 공장 수도 500여 곳에 이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또 “쏟아져 들어오는 북한 인력을 서둘러 잡으려고 빈 공장을 급하게 사들이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인들이 프리미엄을 얹어주기도 했다”며 “북한 노동자들이 들어오면서 그 많던 빈 공장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북한 인력의 불법취업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줬다. 대북제재로 코너에 몰린 북한의 숨통을 틔운 것이다. 당시 공장주의 배후에 한국인이 있는 경우도 상당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조선족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인이 배후에서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을 하는 것이다. 이들 공장에서는 다양한 한국 브랜드의 의류를 만들어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단 뒤 한국으로 수출했다. 이 가운데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꽤 유명한 브랜드도 포함됐다. 

    불법노동자를 활용해 저렴한 인건비로 공장을 운영하다 북한 경제개방의 기회까지 맞게 됐으니 단둥 일대 북한 노동자 고용주들로서는 더욱 신날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 훈풍을 타고 이들 기업은 주문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중국 당국의 철퇴가 내려지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특히 봉제업종의 경우 한창 제조 성수기인 시점에 이런 지시가 떨어져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당국의 지시를 받은 기업들은 결국 북한 노동자를 하나 둘 돌려보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시간 여유를 더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번에 50~60명씩 대여섯 번에 나눠 송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야 주문을 순차적으로 취소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중 밀착이 최고조를 향하는 시기에 중국이 갑자기 대북 압박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교묘하게 위반해 북한을 후방 지원하면서 미국에 대항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의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9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신뢰를 표시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의 대중 무역 태도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 압력을 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북한 전역에 뻗쳐 있는 중국의 손길을 본다. 중국이 북한에 (대미) 강경노선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미국은 북한이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해 정제유를 불법적으로 밀수입하고 있다 보고, 안보리에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그 배후로 지목하고 올해 남은 기간 북한에 대한 정유 제품 판매를 전면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문서에는 북한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선박끼리 이전하는 방식으로 정제유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내용이 담겼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이처럼 중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북한을 감싼다는 비난 공세가 이어지자 다급해진 중국으로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불법체류 북한 노동자 귀국 조치’라는 카드를 급히 꺼내 든 것은 아닐까. 유사한 조치로 중국은 자국민 사이에서 북한 관광 붐이 이는 시기에 갑자기 대북 신규 직항 노선에 제동을 걸며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무기한 중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직항으로 평양 등 북한 여러 지역을 가는 단체관광 상품을 팔던 현지 여행사들은 고객에게 환불해주는 등 후속 처리로 고생했다. 

    불법체류자 귀환 조치가 북·중 협의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당국의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외 노동자를 단속해왔다.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월급 가운데 적게는 60달러에서 많게는 100달러 이상 정부에 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정부로서도 수입이 적잖다. 하지만 취업비자 없이 불법으로 일하는 경우 이런 수입이 없다. 경제개방의 시기를 맞아 북한 처지에서는 인력 관리를 양성화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정부 수입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법의 테두리에서 북한 인력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으니 당연히 불법인력을 내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美 이용해 中 갖고 놀지 마라”

    6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6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조치가 북한에 보내는 중국의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외교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한국, 미국,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만나며 현란한 외교술을 펼쳤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가난하고 자그마한 나라인 북한 지도자의 외교술이 대단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런데 중국 처지에서 보면 이런 북한이 얄미운 구석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저울질하면서 중국에게 계속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 불쾌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마라. 너무 까불지는 마라. 너희의 숨통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중국이다’라는 사실을 은근히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아파할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을 수 있다.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명분도 분명하다. 5만 명이나 되는 북한 인력이 돌아온다면 아직 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미국을 이용해 중국을 갖고 놀려 하지 마라!” 이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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