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캄보디아에 제공한 장거리 로켓 시스템 PHL-03. 위키피디아
“캄보디아 GDP 60%, 범죄 조직 몫”
태국과 캄보디아는 국력을 놓고 보면 체급 차이가 크다. 태국은 한반도의 2.3배에 달하는 넓은 영토와 7000만 명 넘는 인구를 가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30위 규모다. 노르웨이(32위), 덴마크(36위)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태국과 국경을 접한 캄보디아는 명목 GDP가 세계 97위인 빈국이다. 태국과 견줘 국토는 3분의 1, 인구는 4분의 1, 경제 규모는 11분의 1에 불과한 나라다. 게다가 캄보디아 GDP의 상당 부분이 비정상적 경제 활동의 산물로 의심된다.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GDP의 60%는 범죄 조직이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각국 범죄 조직이 캄보디아로 몰려들면서 정상적인 산업이 빠르게 붕괴했기 때문이다.이번 분쟁의 표면적 발단은 양국 국경 지대에 있는 쁘레아 위히어(Preah Vihear) 사원 소유권 문제다. 이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크메르 제국이 세웠다. 두 나라는 70년 전부터 이 사원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벌였는데,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캄보디아의 소유권을 인정했고 태국도 사원에 주둔시켰던 병력을 철수했다. 최근에도 이 사원을 놓고 양국 주민이 간헐적으로 충돌하기는 했지만 전쟁으로 비화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이 꼽는 이번 충돌의 진짜 원인은 캄보디아와 중국에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캄보디아 굴지의 기업 프린스그룹은 중국 범죄 조직 삼합회 세력이 주축이다. 이 기업은 중국이 캄보디아에서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탄생했고, 총수 천즈(陳志) 회장이 캄보디아 실권자인 훈 센-마네트 부자의 고문을 역임하는 등 정권의 비호 속에서 세를 키웠다. 현재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대형 범죄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아누크빌, 바벳, 포이펫 등을 거점 삼아 태국까지 진출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캄보디아에 장거리 로켓 제공
그래서일까. 최근 무력 분쟁에서 태국은 국경 카지노들을 집중 폭격했다. 중국계 범죄 조직들이 캄보디아 정권의 보호를 받으며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설이다. 태국 하원 국가안보·국경사무·국가전략개혁위원장인 랑시만 로마 의원이 12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캄보디아 정부뿐 아니라 ‘초국가적 범죄 조직’을 해체하고, 훈 부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워야 한다”고 성토했다. 캄보디아 재무장관을 지낸 야당 지도자인 샘 랭시 구국당 대표는 “이번 무력 충돌은 태국 정부의 캄보디아 범죄 조직 소탕에 반발한 훈 부자의 의도적 도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캄보디아군의 PHL-03 로켓 공격을 받은 태국군 기지가 화염에 휩싸였다. X(옛 트위터) 캡처
이번 분쟁에서 태국은 전형적인 현대전 교리에 따라 캄보디아와 싸우고 있다.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공군과 포병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고 전차와 보병, 장갑차로 거점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캄보디아군은 공군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고 방공 전력도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태국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보병 간 근거리 전투에서도 캄보디아군은 제대로 훈련받은 태국군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포병과 포병의 화력전 상황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캄보디아군 화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태국군이 보유한 다연장 로켓 전력은 전부 긁어모아도 10문이 조금 넘는다. 자주포도 50문에 불과하다. 태국군 포병의 주력은 구형 155㎜ 견인곡사포 240문과 105㎜ 견인곡사포 350문이다. 이에 반해 캄보디아는 중국제 신형 SH-1 155㎜ 차륜형 자주포 30문과 122㎜ 다연장 로켓 400문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다연장 로켓은 BM-21 계열이다. 그중에는 체코제 신형 RM-70 같은 모델도 100문가량 있지만, 나머지는 중국제 복제·개량형인 81식이나 수출형 PHL-81, PHL-90B다. 이들 로켓은 20~40㎞ 사거리 로켓탄 40발을 20초 안에 모두 발사할 수 있다. 태국군의 주력 155㎜ 곡사포 M198이 사거리 24~30㎞에 분당 최대 4발을 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압도적 우위다.
포병 화력에서 열세인 태국은 공군력으로 캄보디아의 로켓 전력을 상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태국은 JAS-39C/D 그리펜 11대, F-16AM/BM 47대, F-5E/F 13대와 FA-50 14대 등 85대의 전투기 전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태국은 영토가 워낙 넓어 지켜야 할 영공도 광범위한 데다, 또 다른 이웃 국가 미얀마와의 관계도 좋지 않아 모든 전투기를 캄보디아 전선에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캄보디아의 로켓 전력은 1문씩 마을이나 정글에 숨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제한된 공군 전력으로 상대하기에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대북제재 무시하고 北 지원한 중국
한국은 이번 태국-캄보디아 분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우선 적잖은 우리 국민이 현지 범죄 조직에 자의 혹은 강제로 합류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아가 중국과 캄보디아의 밀착이 한반도 안보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캄보디아는 태국과의 압도적 국력 격차에도 중국이라는 뒷배를 믿고 무력 분쟁에 나섰다. 중국을 뒷배 삼아 대남 도발을 벌여온 북한과 닮은 모습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며 북한에 각종 물자와 무기를 지원했다. 그 덕에 북한은 경제난에도 주요 전력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북한은 캄보디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방사포 전력을 운용 중이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방사포 55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수도권 전역은 물론, 충청권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구경 방사포다. 북한은 이번 태국-캄보디아 분쟁에서 캄보디아군의 로켓 운용 전술을 눈여겨볼 것이다. 유사시 북한군이 우리 수도권을 겨냥해 캄보디아처럼 치고 빠지는 포병 전술을 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