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에 이어 올해 미국 뉴욕증시를 관통한 키워드도 인공지능(AI)이었다. 샌디스크,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 블룸에너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로고. GETTYIMAGES
비트코인 채굴 기업의 변신
금융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월 2일~1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대형주 중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종목은 샌디스크(472.7%)였다(표1 참조). 샌디스크는 USB 메모리, 메모리 카드 등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에서 핵심적인 기업용 SSD(eSSD)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SSD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자 웨스턴 디지털로부터 분사하면서 기술력이 재조명받았고, AI 인프라 기업으로 정체성이 변화했다. 가파른 실적 성장세에 11월 초고속으로 S&P500에 편입되기도 했다.
AI 전력난을 해결할 에너지 기업, 데이터 병목 및 전력 효율을 개선할 광통신 기업 주가도 약진했다. 327.6% 상승률을 보인 블룸에너지는 전력망 구축이 지연되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가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만드는 기업이다. 뒤를 잇는 오클로(311.8%)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이다. 루멘텀 홀딩스는 광통신 부품 기업으로, AI 데이터센터 내 수만 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솔루션으로 각광받으며 286.4% 급등했다. 그 밖에 우주·통신(에코스타·AST 스페이스모바일), 은 채굴(헤클라 마이닝) 관련 기업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AI 소프트웨어로 온기 확산
초대형주 주가 상승률 상위 목록도 대부분 AI 수혜주가 차지했다(표2 참조).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AI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폭발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와 D램 사이클 회복이라는 겹호재를 만나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랐다. AI 반도체 장비 기업 램 리서치(124.3%)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61%), 엔비디아 대항마인 AMD(74.5%)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건설에 투입되는 중장비 생산 기업 캐터필러는 67.3% 올랐다. 캐터필러는 24시간 전기가 끊겨서는 안 되는 데이터센터에 비상발전기도 공급한다.AI가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올해 AI 소프트웨어·플랫폼 기업 주가가 크게 뛰어올랐다.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기존 데이터 통합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며 142.7%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형주 주가 상승률 1위였던 AI 기반 광고 기업 앱플로빈은 초대형주로 덩치를 키웠고, 제미나이 성능을 대폭 개선한 알파벳 A(구글), 클라우스 사업 성장 기대감을 받는 중국 알리바바도 주가 상승률 상위 목록에 랭크됐다.
전문가들은 2년 연속 이어진 AI 중심 상승세가 내년에는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는 선거 전까지 누가 승리할지, 정책 방향성이 어떻게 달라질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이 지지부진한 경향이 있다”면서 “실적이 잘 나오는 주식도 조정받을 수 있고, 특히 AI 버블론이 재차 고개를 들며 기술주가 급락할 수 있으니 경기 방어주인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등으로 위험관리를 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고터 테마주’ 동양고속 9연속 상한가, 올해 1300% 폭등
원익홀딩스, 로보티즈… 올해 국장서 ‘텐배거’ 5종목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