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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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인프라는 AI 핵심 동맥… 슈퍼사이클 기회 잡은 K-전력”

조홍종 단국대 교수 “美 데이터센터發 전력 수요, 유럽·아시아로 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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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6-05-15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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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해윤 기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해윤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잠깐이라도 전기가 끊기면 데이터 손실과 함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다.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붙여 짓는 콜로케이션(collocation)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안정성을 위해 이중·삼중 선로를 기본으로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그만큼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인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이다. AI 시대 핵심 병목은 반도체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력 인프라 기업은 과거 한국전력 등에 납품해 수익을 거두는 구조였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가도 폭등세다. 변압기를 만드는 효성중공업은 1년 사이 8배 넘게 주가가 뛰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3사의 올해 1분기 수주잔고는 32조2000억 원에 달한다.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대한전선과 가온전선(모회사 LS전선) 역시 한 달 만에 주가가 각각 약 2배, 5배 상승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美 40년 된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 폭발

    조 교수는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되는 한 전력 인프라 기업 실적도 좋아질 전망”이라고 말한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산업통상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전력수급계획 총괄위원 등을 역임한 에너지 및 자원 분야 경제학자다. 그에게 AI 시대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과 한국 전선·전력 기업에 수주가 몰리는 이유를 물었다.

    AI가 전기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나. 

    “구글 검색을 하면 AI 답변이 함께 나오는데, 많게는 기존 검색보다 30배 가까운 전력을 사용한다. 대규모 연산과 추론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2030년 미국에 있는 데이터센터만 500TWh(테라와트시)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 전체 연간 전력 사용량인 약 550TWh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글로벌로 넓히면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945TWh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AI 확산은 IT(정보기술) 산업의 성장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전력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왜 미국에서 전력 부족 문제가 대두되나.

    “미국 산업 구조 변화가 원인이다. 오랫동안 제조업 비중이 감소하면서 전력 수요 자체가 정체돼 있었다.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지 않다 보니 발전소와 송전망 투자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에는 40년 된 송전망이 허다해 정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 경쟁으로 막대한 양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해진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53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앞으로 계획 중인 규모는 그 2배인 100GW에 이른다.”

    그래서 한국 전력 인프라 기업의 수주가 늘어난 것인가.

    “한국은 발전부터 송배전까지 ‘토털 패키지’를 보유한 국가다. 변압기, 차단기, 변전기 같은 중전기기부터 송전 선로, 가스터빈, 연료전지, 그리고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이 차단기와 변압기 시장을 주도하고, 대한전선과 LS전선이 송전로 건설을 맡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만든 초고압 변압기가 미국 송전망에 설치돼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이 만든 초고압 변압기가 미국 송전망에 설치돼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전력 설비투자 유지한 한국에 수혜

    미국에도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이 있는데, 왜 한국에 수주를 맡기나.

    “미국 전력 기자재 기업은 2000년대 초반 증설을 했다가 수요 예측 실패로 큰 타격을 입은 뒤 이후 생산설비를 늘리지 않았다. 한국은 GDP(국내총생산)의 30%가 제조업인 국가라 반도체 공장 등에 전기를 공급하고자 꾸준히 전력 설비 생산을 유지해왔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려면 한국 기업에 수주를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하는 기업이 있나.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다.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결정체로 불린다. 내부 온도가 1600도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견딜 합금 기술, 세라믹 코팅, 공기 코팅 기술이 필수적이고 또한 분당 3600번(3600rpm) 도는 축이 미세하게 흔들려서도 안 된다. 그동안 GE, 지멘스, 미쓰비시 등 단 3개 업체만 보유하던 기술을 우리가 확보한 것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도 계약을 맺는 등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이다. 여기에 SMR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케일 같은 기업이 설계를 가져오면 이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 기술과 제조 공장을 가진 파운드리 기업이 된 것이다. 향후 두산에너빌리티는 ‘SMR계의 TSMC’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대한전선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은 왜 주목받고 있나.

    “전력이 발전소에서 실제로 필요한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로 이동하려면 송전망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내륙을 통과하는 송전망은 주민 반대 등 갈등 요소가 많다. 그래서 해저케이블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또 탄소중립으로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많이 지어지는데, 대개 실제 전력 사용처와 거리가 떨어져 있다. 먼 거리에서 전력을 갖고 오려면 해저케이블이 적합한 것이다.”

    중국이 서구권 시장 진입하면 위기

    전력 인프라 기업 주가가 크게 올랐다. 앞으로도 호황이 지속될까. 

    “주가를 밸류에이션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수주가 이미 2030년까지 꽉 차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AI 데이터센터 건립 경쟁이 미국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데이터 보안을 위해 여타 기업도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설 것이다. 국가 단위 소버린 AI도 필요하다. 유럽은 아직 시작도 안 했고, 아시아와 남미까지 수요가 퍼진다면 전력 인프라 시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AI 데이터센터 외에 탄소중립 역시 전력 인프라 수요를 끌어올린다. 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전원으로 바꾸려면 전력망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전력 인프라 기업의 실적은 빅테크의 자본적 지출(CAPEX)에 달렸다고 보면 되나.

    “그렇다. 문제는 1GW급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 전력 설비와 반도체까지 포함하면 약 70조 원 수준의 자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자금 조달 문제와 수익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결국 금융시장 유동성이 중요하다. 현재 빅테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회사채 발행 등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AI 생존 경쟁이 계속되려면 자본시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 다른 리스크는 없나.

    “기술력 자체가 선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수요가 너무 많아 수혜를 받는 것일 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만약 제조업을 바탕으로 전력 인프라를 탄탄하게 성장시켜온 중국이 서구권 전력 시장에 진입하면 한국 기업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실리를 따지는 인물이 중국 전력 시장을 받아들일 경우 한국 기업은 곧바로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수주가 보장된 상황에서 착실하게 기술 개발을 해나가야 한다.”

    한국 전력망은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나.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한국 전력망은 세계적으로도 정전 빈도가 매우 낮고 전력 품질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송전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한국 발전설비는 5.3배 증가했지만 송전망은 1.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밀양 송전탑 반대 이후 전국적으로 송전망 건설 반대가 심해져 적기에 건설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건립될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송전망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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