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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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고려아연 이사 선임 ‘의결권 미행사’… “국가 기간산업 방관” 논란

경영권 분쟁 핵심 안건서 판단 유보 결정… 노동계·학계 “기술 주권 외면한 기계적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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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6-03-23 13: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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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주주확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주주확인을 하고 있다.  뉴스1

    3월 24일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경영권 향방을 가를 핵심 안건인 이사 후보 선임과 관련해 현 경영진 측 후보들에 대해 ‘의결권 미행사’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수책위가 재무제표 승인 등 일반 안건에는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지만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이사회 구성에서는 발을 빼면서 ‘기계적 중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의결권 미행사 결정과 관련해 내부 지침과 절차적 정당성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수책위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침묵을 선택한 것은 거시적인 산업 안보 대신 내부 규정에만 집착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 세계 1위 제련 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의 ‘기술 주권’이 걸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노조 “약탈적 경영 방치”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즉각 발발했다. 이번 결정이 내려진 3월 22일 입장문을 내고 “투기적 사모펀드와 영풍 연합이 입성해 수익만을 쥐어짜는 ‘약탈적 경영’을 펼칠 때, 노동자의 삶과 일터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정작 그 구성원인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생존권을 외면한 채, 중립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로 숨어버렸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과 기술 주권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적인 주주 가치만을 고려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인수 측인 MBK파트너스의 과거 자산 매각 전력과 영풍의 환경·안전 사고 이력 등 경영 적격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이 판단을 피한 것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책임 있는 소명임을 강조한다. 갈등의 국면에서 한 발 물러나는 미행사 결정이 자칫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지 신중히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MBK 소속 임원 이사 선임 찬성표

    앞서 국민연금기금 수책위는 고려아연 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7곳이 모두 반대한 MBK파트너스 소속 임원의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모두 4명의 이사 후보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고려아연과 미국 제련소를 짓는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과 함께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들 선임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이중 한 후보는 MBK 소속 임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국내외 7개 의결권 자문사는 해당 후보에 대해 모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특정 주주 이해를 과도하게 대변할 우려가 있고, MBK·영풍 측 기타비상무이사 2명이 이미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결정이다. 현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MBK·영풍 측에서 추천한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해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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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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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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