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의 2026년형 더 뉴 스타리아.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등 사양을 고급화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실용주의에 ‘고급’ 추가
한동안 국내 MPV 시장은 기아 카니발과 현대차 스타리아가 지키는 ‘실용주의’ 마켓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렉서스 LM이 의전과 럭셔리 수요를 끌어오고, 기아 PV5가 전기차(EV)와 목적기반차량(PBV: 사용 목적별로 맞춤 제작된 자동차)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현대차는 2026년형 더 뉴 스타리아로 시장 재정비에 나섰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공개를 예고한 VLE이 프리미엄 전기 MPV 시장을 예열하고 있다.국내시장에서 MPV 판매량은 탄탄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카니발은 약 7만8000대, 스타리아는 약 3만7000대 팔렸다. 여전히 MPV 시장을 주도하는 건 이 두 차종이다. 다만 최근 흐름이 달라졌다. 2월 국산차 판매 톱10 순위에서 PV5가 5위(3967대)를 차지했다. 카니발(3712대)보다 앞선 수치다.
특히 스타리아는 변화 가운데에 있는 차다. 2026년형 더 뉴 스타리아는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개선된 전·후륜 서스펜션, 강화된 흡차음재 등을 적용했다. 예전 스타리아 이미지가 승합차와 승용 MPV 사이를 오갔다면 2026년형 더 뉴 스타리아는 다르다. 상용 수요를 놓치지 않되 하이브리드 감각을 더해 ‘가족도 타고, 일도 하는 차’로 자리 잡으려는 전략이 읽힌다. 더 뉴 스타리아는 2월 1781대 국내 판매를 기록했다.
LM은 MPV 시장 가치를 끌어올린 모델로 평가된다. 국내 출시 가격은 6인승 이그제큐티브가 1억4800만 원, 4인승 로열은 1억9600만 원이다. 가격만 보면 미니밴이라기보다 ‘이동식 응접실’처럼 느껴지는 이 차가 한국에서 수요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573대가 팔려나갔고, 올해 2월에도 42대가 주인을 만났다. 판매 규모가 카니발과 비교될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니즈가 확실히 감지되는 수치다. 이제 한국에서 MPV가 ‘합리적인 다인승 차량’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뒷좌석 품질, 승하차 동선, 그리고 프라이버시와 정숙성을 중시하는 시장이 생긴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공개를 예고한 VLE. 프리미엄 전기 다목적차량(MPV)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자동차업계 새로운 승부처
기아 PV5도 MPV를 다시 정의한다. PV5는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첫 전용 PBV 모델로, ‘E-GMP.S(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for Servic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패신저 트림’은 71.2kWh 배터리로 주행거리가 약 358㎞다. ‘카고 롱레인지’는 약 377㎞까지 달린다. 350kW급 급속충전 시 충전율 10%에서 80%까지 올라가는 데 약 30분이 걸린다. 가격도 패신저는 세제 혜택 후 4540만 원부터, 카고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반영 시 2000만 원대 후반부터 가능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구조다. 패신저, 카고,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교통약자 대응 모델), 오픈베드, 패신저 도너 모델이 출시됐다. 향후 라이트 캠퍼와 프라임 모델까지 예고된 상태다. 즉 PV5는 일종의 틀에 가깝다. 그래서 높은 판매고는 국내시장이 다목적차를 전기차와 플랫폼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제 MPV는 짐칸이 넓은 차가 아니라, 업종별로 다르게 쓰는 도구가 되고 있다.VLE가 의미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벤츠는 VLE를 순수 전기 모델로 소개했고, 최대 8인승 구성으로 가족용 차량부터 VIP 셔틀까지 포괄한다고 밝혔다. VLE는 벤츠가 MB.OS(Mercedes-Benz Operating System)를 적용한 첫 밴 양산차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MPV를 고급 세그먼트로 본다는 뜻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한동안 럭셔리 시장 몸집을 키웠다면, 앞으로는 MPV가 그다음 자리를 노릴 전망이다.
지금 MPV 시장을 보면 몇몇 모델의 흥망성쇠보다 산업 확장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몇 인승인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화두가 됐다. 회의실처럼 쓸지, 셔틀처럼 쓸지, 가족 라운지처럼 쓸지, 배송용으로 쓸지에 따라 차 가치가 달라진다. MPV 시장이 뜨거운 이유는 신차가 많아서가 아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MPV에 미래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