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책임연구원. 박해윤 기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고점에 물린 개인투자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략·시황 분석 전문가인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도가 아니라 보유 혹은 추가 매수 전략을 추천했다. 한 연구원을 3월 16일에 만나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코스피가 전 고점인 6300을 탈환하는 것은 물론, 올해 안에 730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이유 등에 관해 물었다.
과거와는 다른 외국인 ‘셀 코리아’
3월 들어 코스피가 그야말로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올 것이 왔는데 예상보다 세게 왔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두 달간 지수가 50% 올랐다(그래프 참조). 지난해 초강세장일 때도 연간 상승률이 7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률이었고, 이에 모든 사람이 3월에는 조정받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미국-이란 전쟁이 갑작스레 발발하면서 이런 변동성 장세를 겪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3월 13일까지 코스피에서만 30조 원어치를 팔았다. 그중에서도 반도체가 27조~28조 원가량 되는데 ‘반도체를 팔았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 증시를 팔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숫자 이면을 봐야 한다. 외국인 자금 중에는 적극적으로 매매하는 액티브 자금과 지수에 투자하는 패시브 자금이 있다. 흔히 한국거래소에서 얘기하는 외국인 순매도는 액티브 자금으로, 현재 -30조 원을 기록한 상태다. 하지만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한국 지수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 한국(EWY)’에는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올해 1월부터 3월 13일까지 들어온 전체 금액이 지난해 연간 유입된 금액보다 3배 많다. 과거 외국인의 ‘셀 코리아’로 코스피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모든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 기업들 이익이 계속 좋아지는 것이 확인되고 상법 개정안 같은 정부의 정책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도 시간문제라고 본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한국 증시 상황을 “전형적인 버블 사례”라고 분석했는데.
“버블일 수 있다. 지수가 이렇게 올라갔는데 버블이 아닌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버블이 언제 터지느냐가 중요한데 아직은 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버블이 터지려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급등해 금리가 폭등하거나, 기업들 실적이 신기루처럼 실체 없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 빅테크 기업과 한국 기업 모두 계속해서 돈을 잘 벌고 있다. 지금 국제유가 때문에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관련 우려가 나오긴 해도, 미국-이란 전쟁이 수습 국면에 들어가면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서 아직은 버블이 터질 때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란 전쟁이 빠른 시일 내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렇기는 한데,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전쟁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짧다. 과거 한국 증시에 큰 타격을 입힌 전쟁으로는 1990년대 걸프전과 2020년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걸프전 때는 주가가 두 달 만에 18% 빠지고 러-우 전쟁 때는 7개월에 걸쳐 20% 하락했는데 이번에는 이틀 만에 20%가 빠졌다. 이 말은 전쟁으로 생길 수 있는 예상 가능한 악재가 일시에 반영됐다는 뜻이다. 또 그렇게 선제적으로 반영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여러 불안 요소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주식시장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조선, 방산, 금융 여전히 주도주
코스피가 5000 선까지 내려간 순간 모든 악재가 반영됐다고 보나.“그렇다. 이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 한국 주가수익비율(PER)은 코스피 장기 평균인 10배였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자 단번에 8.1배까지 내려왔고 이는 역사상 세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부정적인 기대치 한도를 일시적으로 최대한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쟁이 빨리 끝나면 V자 반등하겠지만 현재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고, W자 형태로 올라가는 그런 그림이 될 것 같다.”
코스피 전 고점인 6300 탈환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전 고점 탈환은 물론, 7300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전 고점 탈환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장이 계속 가려면 기업이익과 정부 정책, 유동성 엔진 등 3개 축이 시장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지금 그 엔진에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엔진이 꺼지지 않았다면 지난해나 올해 1~2월 같은 폭발적인 상승률은 어려워도 지수가 우상향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코스피가 조정을 거치고 있는 지금 주목해야 할 업종은.
“반도체, 조선, 방산, 금융(은행·증권)은 실적이 잘 나오고 스토리도 좋다는 점에서 더 들고 갈 만하다. 당분간 들고 가기에는 유통주도 괜찮다. 1분기는 물론 2분기 실적도 굉장히 좋을 것 같은데, 고환율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쓰는 금액이 상당해서다. 또 현재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평가 이익만 생겨도 소비에 나서는 경향이 강한 만큼 백화점주가 수혜를 볼 수 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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