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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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어닝쇼크’에도 ‘매수 추천’ 외치는 뒷북 증권사들

모건스탠리 ‘반도체 겨울론’ 반박하며 상황 오판… ‘뒷북 보고서’에 개미들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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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4-10-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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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주가가 30% 넘게 빠질 때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매수’만 외치는 국내 증권사들 너무하네요. 증권사 믿고 삼성전자 추가 매수했다가 발목 잡혔어요.”

    삼성전자 ‘어닝쇼크’가 현실이 돼 ‘5만전자’로 주저앉은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매수’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월 8일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2.8%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삼성전자 어닝쇼크가 현실이 됐지만,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당일인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증권사에서 ‘매도’ 보고서가 나온 적은 없었다. 오히려 IBK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이 기간에 보고서를 낸 증권사 14곳은 일제히 ‘매수 추천’으로 일관했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뉴스1]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뉴스1]

    삼성전자 사라? 기승전 ‘매수’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7월 10일 8만7800원을 기록한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10월 8일까지 31.32% 떨어졌다(그래프 참조). 그럼에도 이 기간 국내 증권사는 어느 한 곳도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와 맥쿼리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업황을 우려하며 주가 하락을 예측했다. 9월 15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6% 내려 잡았다. 모건스탠리는 목표주가 하향 조정 근거로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과잉과 스마트폰·개인용 컴퓨터(PC) 수요 감소에 따른 범용 D램의 가격 하락을 들었다. 이에 대해 9월 20일 국내 증권사들은 일제히 메모리 반도체의 대규모 공급 과잉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후 맥쿼리도 9월 말 보고서를 통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해 삼성전자 업황이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맥쿼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48.8% 낮추고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당시 증권사 연구원은 대부분 삼성전자에 대해 “올해 하반기 예상보다 더딘 수요 회복으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정적인 부분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는 결국 3분기 어닝쇼크로 현실이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장 변화에 미리 주목한 국내 증권사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대다수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우려가 큰데도 “일회성 비용으로 다음 분기에는 개선 여지가 있다”거나 “장기적인 투자처로 적합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투자자를 붙들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뒤늦게 목표주가를 하향한 조정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이 역시 뒷북이다. 목표주가를 내려 잡은 증권사는 iM증권(7만7000→7만6000원), DB금융투자(10만→9만 원), KB증권(9만5000→8만 원), NH투자증권(9만2000→9만 원), 유진투자증권(9만1000→8만2000원), 현대차증권(10만4000→8만6000원), 흥국증권(11만→8만8000원) 등 7곳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한다고 보고서를 낸 증권사도 7곳이나 된다. IBK투자증권(9만5000원), DS투자증권(9만3000원), 대신증권(10만 원), 신영증권(9만 원), 키움증권(9만 원), 한국투자증권(9만6000원), 한화투자증권(9만5000원) 등이다.

    개미들 한 달간 삼성전자 7조 이상 순매수

    10월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6만전자’로 주저앉았고, 장중 6만 원이 3번이나 붕괴됐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사실 예견된 수순이다. 스마트폰·PC 수요 부진으로 주력 제품인 범용 D램의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밑돌았고, 인공지능(AI) 서버에서 핵심 메모리 반도체인 HBM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를 납품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는 강한 매도세를 나타냈다. 한국증권거래소에 따르면 9월 8일부터 10월 8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8조2329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증권사들은 ‘매수’ 보고서를 쏟아냈고, 이에 영향을 받은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을 7조37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설상가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까지 급증했다. 10월 7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9236억 원으로, 9월 2일 6180억 원 대비 49.4% 늘었다.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둔 10월 4일에는 9243억 원으로 집계돼 2021년 8월 24일(9356억 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예상할 때 신용융자잔고가 증가한다. 결국 증권사의 ‘뒷북 보고서’에 개인투자자만 피해를 본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주가 하락 후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또 주가가 올라간 뒤에야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뒷북 리포트를 계속 내놓는다면 보고서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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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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