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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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 절반이 ‘생애 첫 내 집’ 마련

금융·세제 지원 영향으로 인천·경기에 실수요자 몰려, 10년 만에 최고치

  •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입력2024-06-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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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체 주택 매매 거래에서 생애 첫 내 집 마련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래프 참조). 부동산 권리관계 공부(公簿)인 등기 변화를 집계한 법원 ‘등기정보광장’ 데이터를 필자가 분석한 결과다. 해당 데이터에 따르면 5월 수도권에서 생애 첫 주택(집합건물 기준)을 마련한 사람의 비중은 전체 매매 거래의 48.2%에 육박했다. 201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2013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데이터는 원천 자료 특성상 부동산을 구분하는 기준이 여느 통계와는 다르다. 일단 건물과 토지를 구분하고, 대지를 공유하는 방식인 집합건물을 따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 등 주택 형태에 따른 구분은 어렵지만 집합건물의 87.8%가 아파트라는 점에서 시장 대세를 분석하는 데 무리는 없어 보인다.

    2013년과 닮은 올해 부동산시장

    수도권에서도 생애 첫 주택 매입 비율이 높은 지역은 인천과 경기다. 각각 49.8%와 49.9% 비율로, 전체 거래 중 절반에 가깝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평균치보다 10%p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인천은 올해 들어 생애 최초 주택 매입 비율이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1월 48.8%, 3월 49.5%, 5월 49.8%로 지속적인 증가세다. 지방에서도 생애 최초 주택 매입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은 중구(지난해 12월 19.4%→올해 5월 76.3%)에서 생애 첫 주택 매입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인천 서구(28.7%→56.5%)가 뒤를 이었다. 경기에선 과천(22.1→81.6%)과 양주(28.5→63.3%)가 생애 첫 주택 매입 비율 1·2위였다. 다만 시군구 단위 통계는 신축 주택 입주 시 회사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는 매매등기로 급등하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만큼은 아니지만 5월 현재 비율은 40.6%로 2010년 1월~2024년 4월 평균치(36.9%) 이상이다.

    생애 최초 주택 매입 비율이 늘어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금융 지원과 세제(稅制) 지원이다. 생애 첫 주택 매입이 많았던 2013년과 올해 공히 소비자 금융 여건 완화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 있었다.

    2013년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복기해보자. 당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고 매매 거래도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2013년 초까지 주택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거나 정체 상태를 유지했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특히 큰 영향을 받아 전세 수요가 증가한 반면, 매매 수요는 줄어들었다. 주택 매매 시장이 침체되자 수요가 급증한 전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당시 정부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매입자를 대상으로 2013년 4월 1일~12월 31일 취득세·교육세 감면 혜택을 도입했다. 생애 최초 주택 매입자금 대출 이율도 2%대로 낮췄다. 당시 3%대였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1%p 이상 저렴한 수준이었다.

    최근 주택시장 환경은 2013년과 많이 닮아 있다. 우선 2022년 6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 매입자를 대상으로 취득세를 200만 원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소비자 금융 측면에선 특례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론이 지난해, 올해 각각 시행했다. 이들 정책은 생애 첫 주택을 매입할 가능성이 큰 소비자를 대상으로 입안됐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생애 최초 주택을 매입하면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 적용하는 등 직접적 혜택을 부여했다.



    단기매매 비중 감소… 회전율 저하 우려도

    생애 최초 주택 매입 비율이 증가한 가운데 단기매매 비중은 크게 줄어든 점도 주목된다. 금리인상과 주택시장 부진을 고려해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부터 거래된 아파트의 경우 당분간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묶인 매물’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 상환 스케줄이 장기화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매물이 묶인다는 것은 재고 주택발(發) 공급 물량이 부족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수요 측면에서 큰 변화가 발생할 경우 주택 공급 부족을 키울 수 있다. 단기매매 감소를 마냥 긍정적 지표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내 집 마련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부동산시장의 두 가지 시그널인 생애 최초 주택 매입 비율 증가와 단기매매 축소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시장의 투자 기대감이 약화된 가운데 매물 절반 가까이를 생애 첫 매입자가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 가격 상승 신호만 보고 매입을 서두르기보다 한 번 더 고민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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