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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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AI 종목 선정 서비스, 눈속임용이다”

  • 정지홍 RHT 대표 jihong@uchicago.edu

    입력2020-06-04 13: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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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증권사가 금융공학이나 인공지능 같은 키워드로 포장한 종목 선정 유료 서비스로 새로운 돈벌이에 나섰다. @최경희

    많은 증권사가 금융공학이나 인공지능 같은 키워드로 포장한 종목 선정 유료 서비스로 새로운 돈벌이에 나섰다. @최경희

    주식시장 주변에는 특별한 정보나 비법이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자극해 이익을 얻으려 하는 기생 시장이 항상 존재해왔다. 유료 정보지, 증권방송의 회원모집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제도권 증권사들마저 특별한 종목 선정 기술이 존재하는 양, 금융공학·인공지능(AI)으로 포장한 유료 ‘종목 리스트’ 장사에 나서는 것은 유감이다.

    금융공학은 주식 ‘종목 선정’과 아무 관련 없는 분야

    금융공학은 주식 종목 선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파생상품을 다루는 학문이다. 금융공학이라는 학문이 처음 생겨난 미국에서는 금융공학과 금융수학이 서로 등치 되어 쓰인다. 컴퓨터 사이언스와 수학이 많이 쓰이는 이 새로운 분야의 학과가 공대에 개설되면 금융공학과, 물리대에 개설되면 금융수학과라 이름이 붙은 데 그 유례가 있다. 

    미국의 금융공학·금융수학 대학원의 커리큘럼은 모두 파생상품에 관한 것으로 ‘금융공학을 이용한 종목 선정’을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금융공학을 이용한 종목 선정’은 아무런 학문적 배경이 없는 얘기다. 필자가 은행에서 근무하던 부서의 이름이 바로 ‘금융공학부’였다. 부서의 업무는 오직 파생상품에 관한 것으로 주식 ‘종목 선정’을 위한 방법론의 개발이나 연구는 없다. 

    금융공학은 학문적으로도, 실제 업계 내에서도 전혀 다른 분야임에도 금융에 공학을 접목한 마치 새로운 분야가 있는 것처럼 금융공학이라는 단어를 오용하고 있다.

    시장의 본성이 어떤 기술에도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AI는 어떨까? AI로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시대이니 ‘AI로 수익을 보장하는 종목 선정의 기술’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지만, 시장의 본성이 그런 기술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만 하면 항상 수익이 나는 종목 선정의 기술이 실제 개발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부터 그 기술이 선정하는 종목에 매수자가 몰려 매수 가격은 점점 올라가고 수익률은 점점 낮아져 언젠가부터 그 기술이 선정하는 종목들의 수익률은 0%로 수렴할 것이다. 2013년 노벨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교 유진 파마 교수의 ‘효율 시장 가설’의 핵심이 이점이다. 시장을 압도하는 정보나 방법이 있다면 그 기회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바로 시장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린다(Arbitraged- Away)’. 

    그렇다면 ‘10개를 선정할 경우 6개는 이익이 나고 4개는 손실이 나는–이익이 날 확률이 높은- 종목 선정 기술’을 개발하는 건 가능할까. 이 기술은 선정한 종목으로 손실이 날지, 이익이 날지를 스스로 구분하지 못하므로 언제든지 손실이 날 수 있는, 결국은 시장 상황을 따라 움직이는 아무 특별할 것 없는 기술이다.

    온라인 홈트레이딩 시스템.[사진=동아일보DB]

    온라인 홈트레이딩 시스템.[사진=동아일보DB]

    마지막으로 시장 평균보다 오늘 때 더 오르고, 내릴 때 덜 내리는 종목 선정 기술 개발은 가능할까? 개별 주식과 시장 평균 ‘두 개의’ 상대 수익률을 정확히 예측할 정도의 기술이 존재한다면, 그 기술은 개별주식 ‘하나의’ 수익률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 절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을 압도하는 기술을 시장이 가만둘 리 없으므로 그 즉시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기술이 된다. 

    금융공학이나 경제학에서 혹은 금융업계에서 절대·상대 수익이 가능한 ‘종목 선정의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비웃음을 살 일이다. 아무도 이런 연구를 하지 않는다.

    의미 없다고 판명 난 시도와 기술의 과장

    절대·상대 수익을 보장하는 기술은 물론이고 사람보다 우월한 종목 선정 기술조차 가능하지 않다. 공학적, 통계적으로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연구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한 시도들을 최대한 단순화한 형태는 아래와 같다.

    주가(t) =x1변수1(t-1) + x2변수2(t-1) + .............. + xn변수n(t-1) +........

    수식이 복잡해 보이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다. t라는 날짜의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 어떤 변수가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 각각의 상수를 찾는 것이다. 변수들의 개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자유도가 높아져 과거 주가 변동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변수와 상수의 조합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가 지금보다 훨씬 귀했던 과거에는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드는 연구였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오히려 ‘주가의 미래 움직임은 과거 움직임과 상관없는 불규칙성이 본질(Random Walk)’이라는 정설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현재의 빅데이터 기반 AI는 더 많은 변수를 사용할 수 있고, 조합을 찾는 과정을 더 쉽고 빠르게 할 뿐이지 접근 방법에서 특별한 것이 없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특정 조건의 종목을 찾아내는 기술이나 신경과학에 기반을 두고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려는 시도도 있다고 들었지만, 모두 그 본질은 모두 지나간 시장 상황에 대한 데이터 피팅으로 특별한 것이 없다. 

    한 증권사가 ‘이 AI를 활용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76.2%의 높은 정확도로 각 주가의 등락을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광고하는 것을 보았다. 아무 의미 없는 얘기다. ‘더 긴 기간에 대해 더 높은 설명도(정확도)를 보인 연구 결과’도 미래 주가 예측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비즈니스 윤리적으로 결함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증권사들이 추천 종목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은 증권업계의 의무이자 전통처럼 계승돼온 서비스다. 그런데 이제 별도의 종목 리스트를 투자자들에게 유로로 팔겠다고 하는 것은 무료로 제공되는 리서치센터의 추천 종목은 B급 리스트라는 의미인가. 

    모든 증권사는 회사 규모에 따라 작게는 수백억 원에서 크게는 수조 원대의 자기자본 투자를 한다. 광고하듯이 특별한 종목 선정의 기술이 있다면, 이 기술을 자기자본 투자에 적용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은 없다. 왜 자신도 믿지 못하는 수준의 기술을 핫키워드로 포장하여 기생 시장에서나 행해지는 종목 리스트 장사를 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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