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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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올해도 청약은 로또, 서울은 못 먹는 로또

시세보다 싸지만 현금 없인 진입장벽 높아…후분양 선택 단지도 늘어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9-01-1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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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강남구 힐스테이트 갤러리에 오픈한 디에이치라클라스 본보기집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강남구 힐스테이트 갤러리에 오픈한 디에이치라클라스 본보기집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열기가 식었다. 2019년 기해년에는 지난해와 같은 과열 양상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된 이유는 집을 사겠다는 이가 줄었기 때문. 2017년 8월 2일, 2018년 9월 13일 두 차례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2년여 만에 비로소 매수자 우위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이삿짐업체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미니신도시급 단지인 ‘헬리오시티’는 4월 1일까지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이삿짐업체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미니신도시급 단지인 ‘헬리오시티’는 4월 1일까지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뉴시스]

    올해는 대규모 입주물량과 더불어 분양물량도 예고돼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1월부터 9000가구가 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물량이 한꺼번에 풀려 앞으로 세입자와 주인을 구하는 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이 걸릴 모양새다. 헬리오시티 공급 여파는 해당 단지가 속한 송파구는 물론 신규 입주물량이 예고된 인근 강동구와 강남구 일부 지역에까지 미치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해

    이런 가운데 수도권 분양물량은 상반기부터 꾸준히 나올 것으로 보여 무주택 실수요자는 지난해와 달리 느긋해졌다. 현재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부모 집에 거주하며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부모님이 결혼보다 청약이 먼저라고 할 정도로 분양시장에 관심이 많다. 덕분에 지난해부터 구축 아파트는 포기하고 분양시장을 눈여겨봤다. 청약제도도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점점 바뀌고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도 늘어나 기대가 크다. 올해 안으로 입지가 좋은 수도권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아파트 분양물량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온라인 종합부동산포털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민영아파트 약 38만700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41만7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었으나 실제 분양은 22만2700여 가구에 그쳤다. 청약가점제가 확대되고, 분양가 9억 원 이상 중도금 집단대출이 차단된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 각종 대출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분양을 일제히 연기한 탓이다. 이로 인해 실제 분양으로 이어진 물량은 연초 예상의 5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5년간 분양 실적 가운데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올해는 지난해 미뤄진 아파트 단지들과 신규 단지가 순차적으로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11만2195가구, 서울 7만2873가구, 인천 3만9744가구 등으로 수도권에서만 22만481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부산이 3만7419가구로 가장 많고 대구 2만4779가구, 경남 2만191가구, 충남 1만6487가구, 광주 1만5951가구 등이 예정돼 있다(그래프 참조).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에서는 경기도의 분양물량이 가장 많은데 특히 신도시 위주로 공급될 예정이다. 위례신도시에는 ‘힐스테이트북위례(A3-4a)’ 1078가구, ‘위례신도시리슈빌(A1-6)’ 494가구 등이, 인천 검단신도시에는 ‘검단센트럴푸르지오(AB16)’ 1540가구, ‘검단신도시우미린더퍼스트(AB15-1)’ 1268가구 등이 분양한다. 

    서울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이 주를 이룬다. 특히 강남 4구에 재건축 분양이 대거 예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삼성동 ‘상아2차’, 역삼동 ‘개나리4차’, 강동구에서는 ‘둔촌주공’, 서초구에서는 ‘서초그랑자이’ 등이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36쪽 표 참조). 해당 단지들은 전체 가구수의 10~20%에 해당하는 물량만 일반분양하기 때문에 당첨이 쉽지 않다. 단, 둔촌주공의 경우 총 1만2000가구에서 약 5000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라 청약통장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분양지마다 미계약 나올 듯

    지방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초부터 침체를 겪고 있다. 반면, 지방이라도 유망지역 청약시장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지난해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대구 중구 ‘e편한세상남산’은 평균 경쟁률 346 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대전 서구 ‘e편한세상둔산1단지’는 평균 321 대 1, 광주 서구 ‘상무양우내안애’는 평균 105 대 1 등 주요 광역시 분양시장의 경우 수도권 못지않게 열기가 뜨거웠다. 지방 경기가 죽었다고 평가되지만 새집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올해도 청약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1월 8일 접수를 마감한 대구 달서구 ‘죽전역동화아이위시’는 244가구 모집에 1만4749명이 신청해 평균 60 대 1 경쟁률을 보였다. 대구는 현재 수성구만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외 지역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고, 중도금 집단대출도 가능해 부산과 울산, 경상도 등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까지 몰려 서울 뺨치는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서울 시내 분양은 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서울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이자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데다, 15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청약에 당첨돼도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팔지 못한다. 게다가 분양가가 대부분 9억 원 이상이라 중도금 집단대출도 불가능하다. 입주 때까지 분양가의 60~70%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수중에 현금이 없으면 청약을 넣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로 인해 분양 모집 당시에는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막상 계약일이 지나고 나면 미계약이 나오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래미안리더스원(우성1차)’은 분양가가 3.3㎡당 4450만 원에 불과해 인근 시세 대비 3.3㎡당 최소 2000만 원 이상 차익이 예상되는 ‘로또분양’이었다. 이 때문에 1순위 청약에 9671명이 접수해 평균 41.69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11월 말 진행된 계약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자금 마련이 어려운 당첨자가 계약을 앞두고 돌연 포기한 것. 여기에 중간에 청약점수를 잘못 계산해 당첨이 취소된 사례까지 생겼다. 이후 당첨 인원의 추가 80%에 달하는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했지만 최종 26가구가 남았다.

    후분양 단지도 속속 나와

    12월 5일 삼성물산은 온라인을 통해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 수도권 거주자를 대상으로 추가 입주자를 모집했다. 2만3229명이 신청했고 경쟁률은 893 대 1이었다. 삼성물산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컴퓨터 공개 추첨을 진행했고 당첨자 26명과 예비당첨자 100명을 발표했다. 결국 잔여분은 현금 부자에게 돌아간 셈이다. 

    최종적으로 미계약 물량이 소화되기는 했으나 이는 서울 청약시장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인근 지역에서 최근 분양한 가격의 110%를 넘지 못하게 규제한 탓에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대부분 인근 시세보다 70~80%가량 낮게 책정된다. 

    그러나 계약금으로 3억~4억 원을 일시 납부하고, 1년에 최소 5억 원씩 3년간 대출 없이 중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무주택 실소유자는 사실상 없다. 1주택자라 해도 현재 거주 중인 집을 팔고 저가 전세로 입주하는 등의 방편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덤벼들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올해 역시 서울 분양시장에서는 미계약분이 사업지마다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강남 한 아파트 분양에서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한 ‘디에이치라클라스(삼호가든3차)’는 1순위 청약에 5028명이 몰려 평균 24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 이후 포기자와 부적격자가 발생했고 예비당첨자에게 돌아갔지만 결국 1월 5일 전용면적 84㎡ 8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나왔다. 전부 C타입 타워형으로 판상형에 비해 인기가 떨어진 탓이다. 그렇다 해도 인근 시세에 비해 3억~4억 원 저렴한 점을 감안하면 자금이 충분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 수요자들은 이를 두고 ‘못 먹는 감’에 비유한다.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서모 씨는 “재건축 일반분양 청약에 번번이 떨어졌는데 미계약분이 발생했다고 하면 희망이 생긴다. 10개 남짓이라고는 하지만 가점이 낮고 주택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마저도 감지덕지 아니겠나. 문제는 자금 마련인데,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간 돈이 많아 중도금 납부가 여의치 않고 담보대출도 어렵다. 차라리 시세의 90%가량이라 해도 후분양에 당첨되면 기존 집을 정리하고 들어갈 수 있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조합은 후분양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은 래미안원베일리 조감도. [래미안 홈페이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조합은 후분양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은 래미안원베일리 조감도. [래미안 홈페이지]

    실제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는 아파트 완공 후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선분양할 경우 가장 최근 분양한 인근 단지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110%까지만 책정해야 한다. 연말 분양한 반포동 디에이치라클라스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4687만 원이었는데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래미안원베일리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최대 5000만 원이다. 바로 옆 단지 ‘아크로리버파크’의 올해 초 시세가 3.3㎡당 9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후분양을 선택하면 HUG의 분양가 규제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래미안원베일리를 보유한 한 조합원은 “후분양을 하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지만 추후 분양가를 제대로 받는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래미안원베일리는 한강변을 끼고 있기 때문에 선분양하면 입지 특성에 따른 프리미엄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에게 이익이 큰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래미안원베일리 후분양 여부는 6월 사업시행인가 변경 전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청약이 답”

    인근 단지들도 후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래미안원베일리와 재건축 속도가 엇비슷한 ‘신반포15차(대우건설·아파트명 미정)’는 2년 전 건설사 선정 당시 대우건설이 후분양제를 앞세워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단지는 후분양이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또 인근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조합 역시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이 올해도 순항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주희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각종 규제로 과열되지는 않겠지만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청약경쟁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분양한 단지의 경쟁률을 보면 경기 하남시 ‘위례포레자이’ 평균 130.3 대 1,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청계 센트럴포레’ 33.36 대 1, 대구 북구 ‘복현아이파크’ 280.46 대 1 등 전국적으로 높았다. 실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올해 실수요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선 연구원은 “무주택자라면 거주를 목적으로 청약을 넣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더라도 분양가는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에게도 분양물량의 25%가 돌아가는 만큼 희망을 갖고 청약을 넣어보는 것이 좋다. 청약 당첨이 어렵다면 구축 가운데 적정 가격으로 조정된 매물을 잡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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