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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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렉라자, 국산 신약 최초 연매출 1조 원 ‘블록버스터’ 기대주

국산 항암제 중 첫 美 FDA 승인으로 신고가 행진… 부작용 극복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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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4-09-0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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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제약사 항암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한국 제약사 항암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주가에 불이 붙었다. 7월 이후 줄곧 9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8월 21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8월 28일 장중 13만900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이날 하루 동안 유한양행 거래대금이 2조5000억 원까지 몰리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9800억 원)와 SK하이닉스(7300억 원) 거래 규모를 뛰어넘었다. 우선주인 유한양행우도 장중 15만75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자료 | 네이버증권

    자료 | 네이버증권

    ‌이 같은 주가 약진은 유한양행이 한국 제약사를 새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8월 20일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 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항암제로는 사상 처음으로 FDA 허가를 받은 것이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얀센과 손잡고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공략

    매년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180만 명에 이르는 폐암은 암세포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의 80~85%를 차지하며, 여러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유형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 위치에 따라 엑손 18~21번 변이로 구분된다. 그중 엑손 19번과 21번 변이가 전체의 90%, 20번 변이는 5% 미만의 비율을 차지한다.

    원래 EGFR은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세포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변이가 발생할 경우 과도한 성장을 초래해 암을 유발한다. 렉라자는 바로 EGFR을 표적해 종양세포로 성장하는 것을 억제한다. 즉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이면서 동시에 EGFR 변이를 동반한 경우에 적용되며, 세부적으로는 엑손 19, 엑손 21번 변이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된다.

    유한양행이 한국 제약사를 다시 쓰게 된 서막은 2015년에 열렸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신약 개발 후보물질을 찾다가 국내 바이오테크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코스가 개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사들인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렉라자 임상 1상을 진행하던 2018년 J&J 자회사 얀센에 한국을 제외한 렉라자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12억5500만 달러(약 1조67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J&J가 렉라자에 손을 내민 것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자체 개발해 올해 3월 초 먼저 FDA로부터 유일한 희귀 유전자 변이 폐암 표적치료제로 허가받은 리브리반트가 지닌 한계 때문이다. EGFR 엑손 20번 변이 2차 치료제인 리브리반트는 세포독성항암제 2종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 요법으로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20번 변이 치료제 시장 규모가 작다는 데 있었고, 유한양행과 손잡음으로써 치료 범위를 19~21번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의 강자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다.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효소(티로신키나제)를 차단하는 원리인 표적치료제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58억 달러(약 7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돼 현재는 90% 수준까지 처방 비중이 확대됐다.

    J&J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가 매년 50억 달러(약 6조6700억 원) 이상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 9월과 10월 진행한 임상 3상 과정에서 보여준 치료제의 우수성 때문이다. J&J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 요법이 타그리소 단독 요법보다 사망 위험과 암 진행률을 30% 낮춘 것은 물론, 암 진행 없이 생존하는 무진행 생존 기간(PFS)도 9개월 더 길었다”고 발표했다.

    투약 부작용 줄인 피하주사제형 승인도 대기

    유한양행은 이번 허가로 800억 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는다. 제품 판매가 본격화하면 10% 넘는 로열티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산 신약 최초로 글로벌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그리소 단독 요법 대비 약효가 우수하다는 데이터가 나오긴 했지만 부작용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의 중증 부작용 비율이 75%로 43%인 타그리소보다 높게 나왔다”며 “특히 정맥혈전색전증 이슈가 있어 4개월간 예방적 항응고제 투약이 권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뒤바뀔 여지는 있다. 현재 정맥주사(IV)제형으로 승인된 리브리반트가 피하주사(SC)제형으로 출시되면 투약 관련 부작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월 세계 최대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리브리반트 SC 제형과 렉라자의 효능 및 안정성 연구 결과가 ‘베스트 오브 아스코’에 선정됐다”며 “제형을 바꾼 것만으로 사망 위험률이 28%, 부작용이 53% 감소하는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아미반타맙 SC 제형과 레이저티닙의 병용 요법에 대한 미 FDA의 시판 승인 심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에 나온다.

    렉라자의 미국 출시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신약 허가를 받은 치료제가 일반적으로 2~3개월 내 출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렉라자 역시 이와 유사한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J&J는 지난해 말 FDA와 함께 유럽의약품청(EMA)에도 렉라자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승인 신청을 했으며, 올해 초 중국과 일본에도 신청한 상태다.

    J&J는 9월 7~10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 요법과 렉라자 단독 요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점은 처음으로 렉라자와 타그리소를 비교한 임상 데이터가 발표된다는 것이다. 임상연구에 따르면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유사한 결과를 보였고, 고위험군에서는 렉라자가 타그리소에 비해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데이터 발표 이후 J&J가 렉라자 단독 요법 승인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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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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