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리는 쥐꼬리만 하고 부동산에 투자하자니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주식, 펀드에 돈을 넣자니 증시가 고점은 아닐까 망설여집니다. 목돈을 안정적으로 굴릴 만한 투자처 어디 없나요?”
저축은행·중소형 증권사들 발행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주부 김미영(가명·52) 씨는 요즘 재테크 고민에 빠졌다. 최근에 만기가 돌아온 적금과 여유자금 6000만 원가량을 굴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이다. 그러던 차에 은행금리보다 수익률이 2배 가까이 높은 후순위채권(subordinated bonds)에 투자하라는 증권사 직원의 권유에 귀가 솔깃해졌다. 김씨는 사흘을 고민한 끝에 결국 종잣돈 6000만 원을 한 증권사가 발행한 후순위채권에 투자했다.
최근 저축은행과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금융기관이 늘고 있다. 이들은 6%대 이상의 높은 세후 수익률과 주식 대비 안정성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혹한다. 목돈 굴리기가 여의치 않은 장년층, 연금생활자들을 중심으로 후순위채권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는 모습이다. 동부저축은행은 11월 2~3일 이틀간 3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의 발행과 청약에 나섰다. 채권 금리는 7.7%로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5년 3개월물이다. 경기저축은행은 10월 3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연금리가 8.0%에 이르는 이 채권은 5년 3개월물로 역시 1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한국저축은행도 9월 140억 원 규모의 연금리 8.0%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후순위채권 발행도 줄을 잇고 있다. 동부증권은 8월 말 8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 2.1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채권은 연금리 7%의 5년물로 청약을 앞두고 기관과 투자자의 선주문이 600억 원을 일찌감치 돌파했다. 유진투자증권도 10월 600억 원 규모의 연금리 7.1% 후순위채권을 발행, 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유진투자증권 측은 “총 1억 원의 자금을 펀드나 정기적금에 투자할 경우 약정한 기간이 끝나야만 약속한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면에 이 채권은 세전 기준 매달 약 59만 원씩을 5년 6개월간 지급받을 수 있어 펀드 등에 재투자도 가능하다”고 장점을 부각했다. 후순위채권은 채권발행기관이 부도를 내거나 파산했을 때 담보 및 무담보 사채, 은행차입금 등 채권자들에게 진 빚을 모두 갚은 후에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을 뜻한다. 선순위채권과 달리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발행한 채권 가운데 가장 위험도가 높은 채권인 셈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채권 특성상 주식시장에서 주주들이 소유한 보통주, 우선주보다 변제순위에서 앞선다. 때문에 주식에 비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아 부도나 파산 시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은 주식과 유사하다.
후순위채권은 유사시 변제순위에서 뒤처지는 데다 매매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한 번 투자하면 만기까지 보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우량기관에 장기투자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채권 전문가들은 고금리 후순위채권에 투자할 때 발행기관의 재무상황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관마다 채권 발행 배경과 목적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채권크레디트 부문 김종민 차장은 “저축은행은 기본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다”며 “고객의 예금을 받아 대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대출자산이 얼마나 건전한지가 채권 투자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대출자산의 건전성은 부실자산비율로 가늠할 수 있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평균 부실자산비율은 9.34%다. 만약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저축은행의 부실자산비율이 이보다 높다면 해당 후순위채권의 투자위험도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척도인 BIS 자기자본비율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평균인 9.36%보다 낮을 경우 투자를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저축은행이 후순위채권을 많이 발행한다는 것은 자기자본이 업계 평균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종민 차장은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을 상대로 후순위채권보다는 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통상 후순위채권은 대주주의 자금여력이 떨어졌을 때 유상증자 다음으로 고려하는 대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후자금 운용이 목적이라면 후순위채권에는 전체 자산의 10%가량만을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장기적 실익 계산은 꼼꼼히
저축은행을 둘러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PF 부실에 따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부실 저축은행 상당수가 최근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어 투자자 손실이 우려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선숙 의원에 따르면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저축은행 28곳 가운데 12곳이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박선숙 의원은 “6월 자산관리공사에 부실PF 채권을 매각한 일부 저축은행이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자본잠식 상태인 저축은행이 예금자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확충을 목적으로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기자본 증가는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의 후순위채권 발행이 저축은행과 다른 점은 외형 확대에 따른 자기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8월 8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동부증권 측은 “2009년 전 부문에 걸쳐 회사가 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이 4조 원에 육박하고 영업규모가 커져 NCR 확충이 필요했다”고 채권 발행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금융공공실 김정현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평균 NCR 비율은 530.0%로 전분기말 대비 49.5%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의 위험완충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수치인 잉여자본은 전분기말 대비 9295억 원 줄어든 22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김정현 책임연구원은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레버리지도 6월 말 전체 증권사 기준 5.7배로 2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며 “투자자 예수금 및 CMA, ELS 등 고객 대상 부채 증가에 따른 외형 확대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사가 발행한 후순위채권도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잠재부실 가능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후순위채권이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충분한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증권사에서 주로 발행되는 탓이다. 우리투자증권 채권크레디트 부문 신환종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대규모 딜(거래)을 준비한다거나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외형 확대의 이유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향후 대형사에서도 채권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개별 발행사의 상황을 고려해 장기적인 실익을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중소형 증권사들 발행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주부 김미영(가명·52) 씨는 요즘 재테크 고민에 빠졌다. 최근에 만기가 돌아온 적금과 여유자금 6000만 원가량을 굴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이다. 그러던 차에 은행금리보다 수익률이 2배 가까이 높은 후순위채권(subordinated bonds)에 투자하라는 증권사 직원의 권유에 귀가 솔깃해졌다. 김씨는 사흘을 고민한 끝에 결국 종잣돈 6000만 원을 한 증권사가 발행한 후순위채권에 투자했다.
최근 저축은행과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금융기관이 늘고 있다. 이들은 6%대 이상의 높은 세후 수익률과 주식 대비 안정성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혹한다. 목돈 굴리기가 여의치 않은 장년층, 연금생활자들을 중심으로 후순위채권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는 모습이다. 동부저축은행은 11월 2~3일 이틀간 3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의 발행과 청약에 나섰다. 채권 금리는 7.7%로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5년 3개월물이다. 경기저축은행은 10월 3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연금리가 8.0%에 이르는 이 채권은 5년 3개월물로 역시 1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한국저축은행도 9월 140억 원 규모의 연금리 8.0%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후순위채권 발행도 줄을 잇고 있다. 동부증권은 8월 말 8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 2.1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채권은 연금리 7%의 5년물로 청약을 앞두고 기관과 투자자의 선주문이 600억 원을 일찌감치 돌파했다. 유진투자증권도 10월 600억 원 규모의 연금리 7.1% 후순위채권을 발행, 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유진투자증권 측은 “총 1억 원의 자금을 펀드나 정기적금에 투자할 경우 약정한 기간이 끝나야만 약속한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면에 이 채권은 세전 기준 매달 약 59만 원씩을 5년 6개월간 지급받을 수 있어 펀드 등에 재투자도 가능하다”고 장점을 부각했다. 후순위채권은 채권발행기관이 부도를 내거나 파산했을 때 담보 및 무담보 사채, 은행차입금 등 채권자들에게 진 빚을 모두 갚은 후에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을 뜻한다. 선순위채권과 달리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발행한 채권 가운데 가장 위험도가 높은 채권인 셈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채권 특성상 주식시장에서 주주들이 소유한 보통주, 우선주보다 변제순위에서 앞선다. 때문에 주식에 비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아 부도나 파산 시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은 주식과 유사하다.
후순위채권은 유사시 변제순위에서 뒤처지는 데다 매매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한 번 투자하면 만기까지 보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우량기관에 장기투자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채권 전문가들은 고금리 후순위채권에 투자할 때 발행기관의 재무상황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관마다 채권 발행 배경과 목적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채권크레디트 부문 김종민 차장은 “저축은행은 기본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다”며 “고객의 예금을 받아 대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대출자산이 얼마나 건전한지가 채권 투자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대출자산의 건전성은 부실자산비율로 가늠할 수 있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평균 부실자산비율은 9.34%다. 만약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저축은행의 부실자산비율이 이보다 높다면 해당 후순위채권의 투자위험도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척도인 BIS 자기자본비율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평균인 9.36%보다 낮을 경우 투자를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저축은행이 후순위채권을 많이 발행한다는 것은 자기자본이 업계 평균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종민 차장은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을 상대로 후순위채권보다는 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통상 후순위채권은 대주주의 자금여력이 떨어졌을 때 유상증자 다음으로 고려하는 대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후자금 운용이 목적이라면 후순위채권에는 전체 자산의 10%가량만을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장기적 실익 계산은 꼼꼼히
저축은행을 둘러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PF 부실에 따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부실 저축은행 상당수가 최근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어 투자자 손실이 우려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선숙 의원에 따르면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저축은행 28곳 가운데 12곳이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박선숙 의원은 “6월 자산관리공사에 부실PF 채권을 매각한 일부 저축은행이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자본잠식 상태인 저축은행이 예금자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확충을 목적으로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기자본 증가는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의 후순위채권 발행이 저축은행과 다른 점은 외형 확대에 따른 자기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8월 8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동부증권 측은 “2009년 전 부문에 걸쳐 회사가 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이 4조 원에 육박하고 영업규모가 커져 NCR 확충이 필요했다”고 채권 발행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금융공공실 김정현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평균 NCR 비율은 530.0%로 전분기말 대비 49.5%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의 위험완충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수치인 잉여자본은 전분기말 대비 9295억 원 줄어든 22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김정현 책임연구원은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레버리지도 6월 말 전체 증권사 기준 5.7배로 2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며 “투자자 예수금 및 CMA, ELS 등 고객 대상 부채 증가에 따른 외형 확대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사가 발행한 후순위채권도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잠재부실 가능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후순위채권이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충분한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증권사에서 주로 발행되는 탓이다. 우리투자증권 채권크레디트 부문 신환종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대규모 딜(거래)을 준비한다거나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외형 확대의 이유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향후 대형사에서도 채권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개별 발행사의 상황을 고려해 장기적인 실익을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