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강북구 빼면 페트병 분리배출 헛수고!

12월 단독주택도 분리배출 의무화… 필요 설비 갖춘 공공선별장은 전체 6.9%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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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10-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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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입니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배출한 투명 페트병들. [동아DB]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배출한 투명 페트병들. [동아DB]

    “재활용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음료수가 담겼던 투명 페트병을 물로 한 번 헹궈요. 비닐 라벨을 뗀 다음 구겨서 부피를 줄이고 다른 플라스틱 제품과 따로 버립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대학생 김모 씨는 최근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할 때 꼼꼼히 신경 쓴다. 집에서 분리배출을 도맡기에 또래보다 ‘투명 페트병(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분리배출’에 밝다고 자부한다. 그는 “예전보다 분리배출이 번거로워지기는 했지만 환경보호 취지에 공감해 열심히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노력은 헛수고였을 공산이 크다. 환경부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투명 페트병 선별 시설을 갖춘 공공 재활용선별장(공공선별장)은 전국 187곳 중 13곳(6.9%)에 불과하다(민간선별장은 155곳 중 33곳(21%)). 공공선별장에 투명 페트병 분류 설비를 갖춘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서울 강북구, 부산 남·해운대·연제구, 대구 동·북구, 충남 당진시, 전남 나주시·고흥군, 경북 고령·성주·예천군뿐이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에도 선별 시설 부족으로 김씨 같은 주민의 노력이 상당 부분 ‘헛수고’에 그치는 것이다.

    ‘자원관리도우미’ 인건비만 922억 원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300가구 이상)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분리배출 미흡으로 적발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최대 3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올해 12월 25일 단독주택과 소규모 공동주택으로 분리배출 의무화 대상이 확대된다.



    환경부는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도울 공공근로자도 대거 투입했다. 공동·단독주택에 분리배출 요령을 안내하고 지자체 선별장에서 재활용품을 선별·세척하는 ‘자원관리도우미’ 8400명을 배치했다. ‘재활용품 품질개선 지원’ 명목으로 올해 자원관리도우미 인건비에 책정된 예산은 922억 원이다. 환경부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혈세로 인력까지 뽑았으나 정작 선별 과정에서 분리배출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대다수 시민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부가 1월 7~11일 전국 아파트 550개 단지(107만 가구)를 점검한 결과 88%(485개 단지)가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는 등 분리배출에 협조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아파트 경비원분들이 잘못 섞인 페트병을 골라내느라 고생하는 것을 자주 봤는데,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투명 페트병은 재활용률이 높아 ‘고품질 자원’으로 불린다. 사용 후 분리배출되면 파쇄·세척을 거쳐 재생 원료로 재탄생한다. 순도 등 품질에 따라 고품질(시트(sheet)·장섬유), 중·저품질(단섬유) 원료로 재활용된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고품질 원료는 의류, 신발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한국에서 한 해 생산되는 페트병 약 30만t 중 80%(24만t)가 재활용되나 그중 고품질 원료로 쓰일 수 있는 물량은 10%(2만9000t)에 불과하다. 고품질 원료 물량이 달려 올해 중국,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페트 재생 원료만 7만80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이상 환경부 집계).

    투명 페트병 활용도가 결정되는 곳은 바로 재활용선별장. 각 가정에서 분리배출한 재활용품 중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것과 폐기할 것을 선별하는 곳이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공공선별장)하거나 민간업체에 위탁한다. 공공선별장은 각 지자체가 주로 단독주택 지역에서 수집한 재활용품을 처리한다. 민간선별장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나온 재활용품을 선별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각 지자체장은 “대형폐기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활용가능자원(제품·포장재, 폐지, 고철 등)을 수집·보관·선별 및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선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폐기되거나, 폐기물이 재활용품에 혼입될 수 있다.

    투명 페트병 선별 시설이 부족한 주된 원인은 비용 문제다. 재활용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투명 페트병 분리) 시설을 갖추는 데 3억~5억 원가량 소요된다. 시설을 마련할 공간 확보도 문제다. 분리배출된 폐기물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들어올지 아직 미지수라 섣불리 투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공공선별장 고도화 사업 관련 예산을 계속 증액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 처리) 전용 라인이 없는 선별장의 경우 특정 요일은 투명 페트병만 처리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라며 “공공과 민간 모두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만약 특정 지역에서 처리가 어려울 경우 다른 지자체 소재 민간선별장에서 (재활용품 선별 작업을) 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한 재활용선별장에서 자원관리도우미가 페트병을 분류하고 있다. [동아DB]

    서울 성북구 한 재활용선별장에서 자원관리도우미가 페트병을 분류하고 있다. [동아DB]

    “과도기적 현상”

    투명 페트병 선별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재생 원료 생산도 미진한 실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1~8월 33개 선별업체와 11개 재활용업체에 반입된 투명 페트병 1만923t에서 생산한 고품질 원료는 459t이었다. 1, 3, 7, 8월에는 각각 1017t, 1401t, 1401t, 1626t이 반입됐으나 고품질 원료 생산량은 0t에 그쳤다. 선별 시설 불비로 주민들이 분리배출에 들인 공이 무위에 그치지 않을까.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그러한 우려가 있는 것도 잘 안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별업체와 재활용업체가 별도 시설을 갖추고 고품질 재생 원료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가 분리배출이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잘 이뤄진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안정적으로 보여줘야 (선별업체, 재활용업체가) 시설에 투자해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아직 1년이 안 됐으나 별도 시설을 구축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과 관련된 혼란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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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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