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자리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이 자리는 물길이 갈라지는 분수령이라 기가 흩어지는 터로 풀이된다. 동아DB
국가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인 만큼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이 들어설 자리를 직접 둘러봤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터는 건물 배치를 파악할 만큼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판단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반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2배 규모인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는 한창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라 현장을 파악하기 쉬웠다.
이곳은 뒤에 전월산(260m)을 두고 앞으로는 흘러가는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배산임수 지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종의사당 자리가 여의도 국회의사당보다 훨씬 나은 것으로 판단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1975년 준공 이래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곳이다. 최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한 비상계엄 사태로 군인들에게 점령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풍수적으로 봐도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약점이 적지 않다. 일단 여의도는 섬 자체가 배 모양이라 행주형(行舟形: 물 위를 나아가는 배 모양) 터로 분류된다. 서쪽 끝 국회의사당은 뱃머리, 동쪽 끝 제일 높은 빌딩인 63스퀘어는 돛에 해당한다. 그러니 사공(국회의원)이 뱃머리(국회의사당)에 몰려들어 자기주장만 떠들어댈 경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민의(民意)가 모이고 국론이 형성되는 장이 되기 어려운 터라는 뜻이다.
흩어지는 모래땅에 민의 모이기 어려워
여의도는 땅 자체가 단단하지도 않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지리서 ‘대동지지’와 ‘동국여지비고’는 모두 여의도를 사주(沙洲), 즉 모래땅으로 묘사한다. 모래땅은 배수가 잘 되는 장점이 있지만 모래의 흩어지는 성질 때문에 풍수에서는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나라 전체가 섬인 국가를 제외하면 입법과 민의 수렴을 담당하는 국회의사당을 모래땅 위에 세운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여의도는 과거 여름철 홍수만 나면 가라앉는 터라 ‘쓸모없는 땅’으로 천대받던 역사도 갖고 있다. ‘너 여(汝), 어조사 의(矣), 섬 도(島)’를 합쳐 지은 이름에 “너나 가져라”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여의도에서 홍수가 나도 유일하게 물에 잠기지 않는 곳이 있었다. 바로 해발 50m 높이 양마산(養馬山)이다. 조선시대에 말을 길렀다고 해서 ‘양말산’이라고도 불렀는데, 1960년대 홍수를 막고자 제방(둑) 도로인 윤중제를 만들면서 이 산을 깎아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바로 그 자리에 들어선 게 국회의사당이다. 야트막하긴 하지만 산등성이에 해당하는 국회의사당 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곳보다 지대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 능선 혹은 산등성이에 해당하는 장소를 분수령(分水嶺)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물길을 나눠 분산하는 경계 지점을 뜻하는 것으로, 풍수에서는 분수령을 기운이 흩어지는 곳으로 본다. 국회의사당처럼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터는 비가 내릴 때 물길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분수령이 된다. 이런 자리에 건물이나 집이 들어설 경우 기가 흩어져 거주자의 건강, 재물, 사회적 지위나 명예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현 국회의사당은 풍수에서 든든한 뒷배가 되는 배산(背山)이자 여의도의 뱃머리에 해당하는 양말산을 깎아서 세운 건물이다. 민의의 구심점이 되기 어려운 셈이다. 오히려 그곳에서는 정신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의견만 분분해 ‘콩가루 집안’ 분위기가 연출되기 쉽다. 반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세종의사당 부지는 분수령이 아닐 뿐 아니라, 뒤에 든든한 전월산이 자리해 입지가 탄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종합계획안.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은 향후 건축 설계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세종이 ‘한국의 워싱턴DC’ 되려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이 들어서는 세종의 미래 청사진으로 ‘한국의 워싱턴DC 모델’을 제시한다. 워싱턴DC에는 백악관과 미국 국회의사당뿐 아니라, 연방대법원도 자리하고 있다. 즉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핵심 기관이 모여 있다. 반면 현재 세종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에는 행정부와 입법부만 있고 대법원은 빠져 있는 상태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1월 25일 세종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행정수도 완성 추진 보고 대회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수도가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DC로 이동할 때마다 함께 이동했다”며 “입법·행정·사법부가 한곳에 모여야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삼권분립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사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이전 문제도 이미 국회에서 거론된 바 있다. 대법원이 대법관 증원을 논의하며 서초동에 사업비 1조4000억 원 규모의 신청사를 지어야 한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대법원 측은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약 4만9500㎡(약 1만5000평) 부지 매입비를 1조800억 원(3.3㎡당 7200만 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서초동에서 신청사 건립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고, 그 대신 3.3㎡당 350만 원 선에 부지를 구할 수 있는 세종 신청사 건립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현 서초동 대법원을 풍수적으로 보면 어떨까. 대법원 터는 풍수 지형론으로 보면 회룡고조형(回龍顧祖形: 산 지맥이 고개를 돌려 본산과 마주하는 지세)에 해당한다. 남쪽 관악산을 거쳐 우면산으로 내려오는 힘찬 지맥(地脈)이 한강을 향해 달리다가 몸을 거꾸로 획 돌려 자신의 뿌리가 되는 우면산을 바라보는 형세를 뜻한다. 할아버지(우면산) 품에 안긴 손자(대법원)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통 윗사람의 보호를 받아 매우 편안하고 안락한 자리, 즉 귀한 명당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길흉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회룡고조형 터에서는 당사자가 할아버지인 조산(祖山·우면산)을 공손하게 우러러보는 자세를 취하거나, 할아버지 눈에 거스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등 일정한 한계가 있다. 상명하복을 지키는 공공기관이나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사업체 터로 활용하기에 좋지, 독립과 권위를 갖춰야 하는 기관의 터로는 성격이 잘 맞지 않는다.
대법원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이 있는 국가기관으로, 행정부·입법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회룡고조형에서는 대법원 판사들이 국민을 보호하고자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거나, 심한 경우 권력 하수인이라는 평가를 받기 쉽다. 이런 해석은 대법원 바로 옆에 있는 대검찰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실 대법원과 대검찰청 건물은 우면산 지맥의 능선을 깎아내고 좁은 계곡 사이에 지었다. 두 기관이 입지한 터는 권위나 위엄을 갖춘 곳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건물 꼭대기가 요(凹)자 모양인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람으로 치면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함몰된 형태라 풍수적으로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영배 제공
분수령 터의 한계
건물의 가상(家相)도 풍수적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건물 꼭대기는 요(凹)자 형이다. 두 건물 사이가 뻥 뚫려 ‘계곡풍’이라는 살기 어린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으로 치면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함몰된 형태라 객관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또 대법원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처럼 흉지에 해당하는 분수령 지세도 보인다. 결국 대법원이 대법관 증원 등 새로운 체제를 갖춰야 한다면 새 터를 찾아가는 게 낫다고 보인다.국회와 대법원 터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분수령은 기업체 사옥 입지로도 좋지 않다.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분수령 터에서는 사람들이 집중과 협조 대신 분산과 분열의 기운을 일으키고, 최고경영자의 판단력에도 혼란이 야기돼 잘못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건물을 짓는 입장에서는 분수령에 해당하는 능선이나 산등성이가 배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땅이기도 할 것이다. 또 높은 지대에 건물을 지으면 현대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조망권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보다 더 큰 약점이 작동되는 곳 또한 분수령 터다. 분수령은 현대 도시 건축 프로젝트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도모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