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싱글 ‘APT.’를 내놓았다. [로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외국인에게 한국어 발음을 가르쳐주듯이 또박또박 짚으며 바삭바삭한 리듬감을 자아내는 “아-파트 아파트!”. 브루노 마스가 이 협업을 대번에 수락했다는 설명이 붙은 ‘한국 술자리 게임(Korean drinking game)’의 이름이다. 물론 아파트 그 자체도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지표이기도 하다. ‘APT.’마저 ‘apartment’의 축약이라기보다 한국어 ‘아파트’의 각 음절을 로마자 머리글자로 표기한 것만 같다. 한국인에게는 친숙하게 장난스럽고, 외국인에게는 경쾌하게 낯선, 그런 지점에서 노래는 출발한다.
브루노 마스의 파트가 적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곡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비중에 민감한 것은 K팝 특유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브루노 마스와 관련해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는 ‘노래를 무척 잘하는 사람이 편하게 부르는’ 듯한 목소리를 아주 멋지게 들려주고, 그것은 ‘APT.’의 표정을 결정짓는 대목 중 하나다. 곡 어디에도 무게감이라고는 없다. 정점의 월드스타들이 ‘한국 술게임’의 주술적 흥을 노래로 만드는 데 무게 잡을 만한 구석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브리지에서 로제는 앰프의 음량을 초과해 찢어지는 새튜레이션(saturation)을 여기저기 흩뿌리며 시원하게 내지르기 시작한다. 로제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인지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예의 “아파트”가 기세를 몰아 짜릿하게 돌아올 때면 브리지를 로제의 ‘가창력 전시’ 같은 것으로 느끼게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만큼이나 대단하고 멋진 팝스타 둘이 있는 힘껏 즐기는 ‘한국 술게임’이 있을 뿐이다. 뮤직비디오도 빠르게 넘어가는 프레임의 경박한 운동감과 키치한 비주얼 속에서 분방하고 장난스럽게 날뛰어댄다. 더없이 명쾌하고 반짝이는 팝송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