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가 작품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향은 특히 이 작품에서 도드라진다. 팬은 배우의 애칭 앞글자를 따 각 공연 헤드윅을 ‘○드윅’이라고 부른다. 올해 공연은 10주년답게 초연 멤버인 조승우, 송용진, 김다현부터 박건형, 최재웅, 김동완, 손승원까지 신구 헤드윅이 조화를 이뤄 캐스팅됐다. 따라서 섬세한 연기부터 폭발적인 록 발성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대로 골라 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1961년 동독에서 태어난 소년 한셀은 자유의 땅 미국에 가려고 이름을 엄마 이름인 헤드윅으로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수술이 잘못돼 그의 몸엔 1인치의 살덩어리가 남고, 미국 남자와 결혼했지만 1년 만에 버려진다. 이후 진정한 반쪽이라 여기던 토미를 만나지만, 진짜 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다시 버림받는다. 이후 헤드윅은 록밴드 앵그리인치와 함께 떠돌이이자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아픈 삶을 노래한다.

‘헤드윅’의 또 다른 배우는 바로 관객. 객석 분위기가 공연 전반과 커튼콜의 느낌까지 바꿔놓는다. 여성 관객 비율이 높기에 화려한 드래그퀸의 특별한 ‘카 워시’(드래그퀸이 객석으로 가서 추는 랩댄스) 세례를 받는 행운은 언제나 1층 남자 관객 몫. 목석처럼 서서 박수 치는 게 리액션의 전부인 사람도 커튼콜에서 펄쩍펄쩍 뛰게 하는 신비한 마력이 있는 작품이다. 10월 19일까지,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