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데미풀은 낯설다. 산림보호법에 희귀식물로 정해두고 보호할 정도로 드문 풀이다. 우리나라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 설악산, 소백산, 점봉산 등에 분포하는데 워낙 이른 봄에 꽃이 피고, 깊은 숲 속 물가 혹은 습한 지역에서 피어나는 진짜 우리 꽃 가운데 하나다. 오염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깊은 산골에서 아주 드물게 모습을 보인다.
모데미란 이름 또한 그 유래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낯설다. 지리산 자락인 남원군 운봉면 모데미 마을 개울가에서 처음 발견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동네 이름도, 이 동네에 살았던 모데미풀도 지금은 찾기 어려워졌다.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모데미풀은 긴 잎자루 끝에서 잎이 3개로 완전히 갈라진 후 다시 2~3개로 뻗어나간다. 잎 자체는 또다시 톱니모양을 이루거나 잎 가장자리가 깊이 패어 들어가는 결각이 생기는 매우 독특한 모양을 가진다. 봄에 피는 꽃은 꽃자루가 다 올라오면 그 높이가 한 뼘쯤 된다. 줄기 끝에 백색 꽃잎(꽃받침잎) 5장과 노란 수술을 가진 꽃송이가 달리고, 이 꽃이 지면 열매가 골돌(여러 개 씨방으로 이뤄져 익으면 벌어짐)처럼 달리는데, 별빛 같은 조각들이 방사상으로 매달린 모습이 마치 우주 신비를 담은 듯 특별하다. 이 부지런한 식물은 벌어진 열매 사이로 튀어나온 종자를 멀리 보내고 다른 식물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할 무렵, 벌써 한해살이를 마무리하곤 한다.

잘 만나기조차 어려운 작은 꽃이지만 모데미풀은 참 아름답고 의미 있는 꽃이다. 그냥 놓아두면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잘 찾아내 보전해야 하는 그런 꽃이다.
새해엔 모데미풀을 되살리듯, 우리의 둔함으로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그것이 자연이든, 역사든, 스쳐간 인연이든, 물건이든 그 의미를 알아보고 소중히 하는 그런 따뜻한 한 해였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