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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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공연장 ‘얼굴패스’ 도입 논란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1-1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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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가 2월 14~1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투어스(TWS·위) 팬미팅 행사에서 ‘얼굴패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하이브가 2월 14~1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투어스(TWS·위) 팬미팅 행사에서 ‘얼굴패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K팝 업계가 공연장 ‘얼굴패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 예매 시 구매자 얼굴을 등록하게 해 콘서트 현장에서 본인인증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승을 부리는 암표 문제를 ‘원천적으로’ 근절할 대책이라고 한다. 암표가 K팝 공연 산업을 좀먹는 문제로 여겨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얼굴패스에 대한 팬덤 여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얼굴패스의 핵심은 인증된 최초 구매자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합리적이다. 단 양도 형식으로 거래되는 암표에 대한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양도 과정에서 어차피 인증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작 이 정도를 하려고 얼굴이라는 초민감 생체정보를 사기업에 맡겨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이 다른 업계에서 일어났다면 도입에 실패하거나 기업이 고객을 놓치는 결말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는 K팝 산업과 관련된 일이다. 팬과 아티스트 관계는 매우 복잡한 역학을 갖지만, 어떤 순간에 팬은 ‘주최 측’의 확실한 ‘을’이다. 주최 측은 팬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부당한 조치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일도 일어나곤 한다.

    팬덤과 K팝 산업 동반자적 관계 돼야

    암표 문제가 발생한 건 최근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암표 공급 차단 방법은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 대신 수요를 막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불편은 K팝 팬들의 일상이 됐다. 나란히 이어지는 좌석을 예매할 수 없게 해 어린이 팬이 보호자 없이 공연장에 입장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외에도 추첨 구매제를 시행해 예매를 운에 맡기게 한다든지, 어느 공연이든 자연스레 발생하는 티켓 양도를 한없이 불편한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게 한다든지, 본인인증을 매우 까다롭게 하고 때로는 과도한 서류 지참까지 요구한다든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쯤 되면 이건 ‘암표 수요 차단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팬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암표상도 팬들만큼 괴롭지는 않을 것이다. K팝 산업에는 “팬들만 불이익을 받고 모두가 행복한 선택지가 있다면 그것을 고른다”는 강령이라도 있는 걸까.

    K팝 팬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그들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제법 많은 것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생체정보까지 기꺼이 제공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그럴 의사가 없는 팬들마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날 수 있는 곳이 K팝 업계라는 데 있다.

    훗날 얼굴패스 논란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무리 문제적 조치라도 아이돌이 볼모인 한 팬들은 응할 수밖에 없다는 사례로? 역시 K팝 산업은 팬들을 존중하거나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는 불신의 사례로? 이번만큼은 팬덤과 산업의 동반자적 관계 발전을 위한 건설적이고 신중한 결정 사례가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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