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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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2관왕 ‘한 채’ 연출한 정범·허장 감독

부동산에 잠식당한 우리 사회 먹먹한 자화상… 저예산 ‘캐주얼 시네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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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3-10-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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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채’를 공동 연출한 허장(왼쪽), 정범 감독. [박해윤 기자]

    ‘한 채’를 공동 연출한 허장(왼쪽), 정범 감독. [박해윤 기자]

    10월 13일 막을 내린 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 축제다. 특히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은 뛰어난 작품성과 독창적 비전을 지닌 한국 독립영화 최신작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자리로, 역량을 갖춘 신인 감독 발굴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이 섹션에 선정된 10편 중 주목도가 단연 으뜸인 작품은 정범·허장 감독이 공동 연출한 ‘한 채(The Berefts)’다.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해 가족 행세를 하는 어느 부녀와 젊은 남자의 위태롭고 애틋한 이야기를 담았다. 욱하는 성격의 문호(임후성 분)와 지적장애를 가진 딸 고은(이수정 분), 고은과 위장 결혼을 하는 도경(이도진 분)의 관계 맺음을 통해 한국에서 집 한 채를 갖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고요한 시선으로 바라본 수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올해 신설된 ‘LG 올레드 비전상’과 시민평론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선정하는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하며 관객 및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두 감독은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영화학과 동기로, ‘한 채’는 대학원 졸업 작품이기도 하다. 정범 감독은 2019년 극단 피오르의 연극 ‘돌이 된 여자’ 조연출을 시작으로 단편 ‘가두리’(2022) 연출, 단편 ‘작전’(2022)과 ‘짐 기울다’(2022) 촬영은 물론 ‘담배 맛 기행’(2022)에 배우로도 참여하며 영화 연출뿐 아니라 연극 연출과 촬영,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허장 감독은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다큐멘터리 ‘두려워하지 마라’를 시작으로 장편 ‘목포의 눈물’(2019), ‘서울, 2019년 늦여름’(2020) 제작에 참여했고, VR영화 ‘안나, 마리2’(2019)와 장편 ‘강원도’(2021)를 제작했다. 10월 20일 두 감독을 만나 ‘한 채’ 히스토리를 들어봤다.

    ‘LG 올레드 비전상’ ‘시민평론가상’ 수상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해 가족 행세를 하는 어느 부녀와 젊은 남자의 위태롭고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 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해 가족 행세를 하는 어느 부녀와 젊은 남자의 위태롭고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 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개 상을 수상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채’가 호평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장 “영화적 언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세 인물이 존재하는 방식의 리얼리티에 집중하다 보니 대사량이 적음에도 현실·상황·정서 등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 이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호와 고은, 도경은 집 한 채를 얻으려고 위법을 저지르지만, 세 인물이 서로의 일상에 기묘하게 스며드는 모습을 통해 ‘하우스’가 아닌 ‘홈’으로서의 ‘한 채’로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유튜브 채널 감독 인사말에서 정범 감독은 “현실을 솔직하고 담대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허장 감독은 “‘집 한 채의 가치를 좀 더 다양하게 재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두 연출(감독)의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소개했다.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정범 “‘한 채’는 메시지보다 두 연출의 세상에 대한 무수한 질문에서 접근한 영화다. 세상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펼쳐놓고 두 연출의 교집합과 부분집합을 여러 방법으로 시침질하는 과정에서 집 한 채를 얻기 위해 만나 운명처럼 가족이 돼가는 문호와 고은, 도경,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탄생했다. 부동산이라는 가치에 잠식당한 ‘보금자리’에 대한 것(교집합), 어떤 아버지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부분집합), 삶의 희로애락과 고단함을 연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질문(부분집합) 같은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한국어 제목은 ‘한 채’, 영어 제목은 ‘The Berefts’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허장 “한국어 제목은 공간으로 접근했고, 영어 제목(상실)은 인물로 접근해서 지었다. 집 한 채라는 공간을 얻는 것이 삶의 최대 목표가 돼버린 세상에서 물리적인 한 채 이면에 존재하는 상실과 공허의 자리에 자신들만의 한 채를 지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두 연출의 마음을 담았다.”



    영화 속 포도농장 장면에서 문호가 도경에게 건넨 “일부러 상처를 내놓아야 가지가 뻗는다”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정범 “‘상처가 가지를 틔운다’는 포도농장 주인의 말에 세 인물이 즉시 오버랩됐다. 이들은 상처에 연연할 여유조차 없지만, 가족이 돼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머물러준다. 관객들이 이 장면을 통해 찾은 각자만의 해석과 의미가 궁금하기도 하다. 기억에 남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쿠아리움 신이다. 위장 결혼을 한 주인공들이 아쿠아리움을 방문해 물고기에게 밥을 주는 장면인데, 영화임에도 배우들이 실제 상황인 것처럼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진짜 가족처럼 보였다. 인서트로 부성애의 대명사인 해마를 넣어 부성애적인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영화학과 동기지만 공동 연출과 각본에 애로가 적잖았을 것 같은데.

    허장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폐원 이후 학교에 문화예술대학원 영화학과가 만들어진 2021년 3월 함께 대학원에 입학했다. 장편영화제작 워크숍을 포함한 강의들을 수강하면서 실습, 모니터링, 프레젠테이션 등을 함께했고 자연스럽게 장편영화를 만드는 데 뜻을 모았다. 영화 작업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사소한 일에 가끔 티격태격은 해도, 영화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와 공간·인물을 해석하는 방식에서만큼은 교집합이 많아 지난 1년여 시간을 흥미롭게 보냈다. 공동 연출 작업의 어려움을 묻는 분이 많은데, 오히려 반대로 대답하고 싶다. 영화적 지평을 더욱 넓게 하고, 지속가능한 독립영화를 만드는 데 이점이 많은 작업 방식이 아닐까.”

    영화적 지평 넓히는 공동 작업

    ‘한 채’와 관련해 국내 정식 상영이나 외국 영화제 출품 계획이 있나.

    정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제 막 한국 프리미어를 마쳤다. 해외 영화제 출품과 국내 상영 등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준비하는 다음 작품이나 향후 계획은.

    허장
    “삶의 도처에서 무수한 사건과 인물이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인간의 삶은 파고 또 파도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것 같다. 다큐멘터리적 극영화 만들기는 두 감독의 공통된 지향점이고,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따뜻함과 냉정함을 동시에 갖고 들여다보고자 한다. 제작비가 많지 않다 보니 기존 영화 제작 시스템과는 다르게 두 감독이 여러 역할을 나눠 하고 배우 대신 일반인을 등장시키는 등 ‘캐주얼 시네마’라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한 채’에 캐주얼 시네마를 적용해 가능성 있는 결과를 얻었고, 앞으로도 이 방식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정범 “캐주얼 시네마에 대해 덧붙이자면 발전하는 디지털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소규모 저예산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단국글로벌영상콘텐츠연구소(DGI)가 만든 개념이다. 격식을 갖춘(formal) 것들과 대비되는 의미로서 캐주얼(casual)은 형식적·내용적 고정관념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유의 유연성에서 출발한다. 우연, 즉흥, 관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작업하며, 아직 매우 유동적인 개념이다. 캐주얼 시네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영화를 자본 중심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예산이지만 밀도 높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영화라는 매체가 좀 더 친밀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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