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왜 우리는 지방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할까

방탄커피로 살도 빼고 주름도 빼고 혈압도 빼고

  • 김수빈 번역가·유튜브 크리에이터 mail@subinkim.com

    입력2019-01-04 1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shutterstock]

    [shutterstock]

    ‘그저 한때의 유행 아닌가?’ 

    ‘방탄커피’라는 걸 마시면 살이 빠진다니, 잠깐 반짝했다 시나브로 잊힐 다이어트 방법이 아닐까. 이런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은 그동안 어떤 다이어트 방법들이 명멸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방탄커피가 ‘유행’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5~6년 전쯤부터 미국에서 널리 퍼졌고, 최근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방탄커피 관련 제품은 내가 방탄커피를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3년 전에 비해 부쩍 늘었다. 지난해 중반기쯤부터 내 인터넷 블로그에서 매일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는 글은 방탄커피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목표 구독자 수 1000명을 2배로 초과 달성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국내 소매업계의 대응이다. 한국 편의점업계 1위 자리를 다투는 GS리테일은 지난해 말 자사 PB(자체 브랜드)제품으로 ‘버터커피’를 출시했다. 단순히 코코넛오일을 넣은 레시피가 아닌, MCT오일(중간사슬지방산)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만큼 방탄커피에 대한 기업의 이해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관심도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 모든 것 또한 한때의 유행으로 잊힐 운명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단지 내가 많은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 아니다. 방탄커피의 이론적 배경은 기존 영양학 이론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며, 앞으로 영양학은 우리가 학교에서나 언론 기사로 배워온 것과 현저히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슨 원리로 살이 빠지나

    방탄커피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방탄커피 창시자로 알려진 데이브 아스프리(Dave Asprey)가 ‘가디언’과 한 인터뷰를 읽으면서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사업가였던 아스프리는 기술, 과학을 사용해 인간의 신체와 정신도 끊임없이 ‘최적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방탄커피는 최적화를 위한 기본 도구 가운데 하나였다. 진지하게 “200세까지 살겠다”고 말하는 등 돈키호테 같은 면도 있었지만 최적화에 대한 그의 신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방탄커피와 최적화가 무슨 관계인지 알려면 방탄커피가 어떤 원리로 다이어트를 돕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인체는 기본적으로 두 종류의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하나는 포도당이고, 다른 하나는 케톤이다. 포도당은 탄수화물을, 케톤은 지방을 쓴다. 

    현대 식문화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크기 때문에 현대인은 거의 예외 없이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케톤을 쓰는 경우는 단식할 때 정도인데, 사실 단식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는 데는 몸이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전환해 쓴다는 이유도 자리한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크게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면 몸은 약간의 적응기를 거쳐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케토시스라 한다. 이 상태가 다이어트에 좋은 까닭은 몸이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체지방도 같이 태워 에너지를 충당하기 때문이다. 

    케토시스 상태를 다이어트의 근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한국에서도 한때 유행한 저탄고지(LCHF) 다이어트나 미국에서 계속 유행 중인 구석기(팔레오) 다이어트가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이런 다이어트들을 통틀어 ‘키토제닉 다이어트’라고 한다. 

    기존 영양학 이론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해롭다고 규정하면서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합을 규제하는 것이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지방이 오히려 더 좋은 영양소이며, 칼로리라고 다 같은 칼로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탄수화물로 섭취하는 칼로리와 지방으로 섭취하는 칼로리는 다르다는 것이다. 

    키토제닉 다이어트의 핵심 내용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 몸이 지방을 태우는 상태로 만드는 게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과 (감량보다 더 중요한) 감량 수준의 유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영양학 실험 결과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영양학 기본 이론이 뒤바뀌게 되리라고 믿는 이유다. 

    그런데 케토시스 상태는 단지 다이어트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포도당을 사용할 때보다 케톤을 사용할 때 에너지 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뜻이냐면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쓸 때 운동 능력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을 포함한 전반적인 퍼포먼스가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프로 운동선수들은 다이어트가 아닌 운동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하거나 혈중 케톤 농도를 높이는 외인성 케톤을 섭취하기도 한다.

    체력도 좋아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shutterstock]

    [shutterstock]

    방탄커피로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변화가 점심 이후 노곤함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레시피로 만든 방탄커피를 마시면 보통 30분에서 1시간 사이 머릿속이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난해 12월에는 휴가차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갔는데 방탄커피를 취급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그 전까지 방콕의 미식을 가득 채우는 설탕과 탄수화물에 절어 있다 간만에 제대로 된 방탄커피를 마시니 정신이 새로운 차원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경험을 한번 해보면 방탄커피를 끊기 어렵다. 

    본래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20세기 초반 간질 환자 치료용으로 시작됐다. 키토제닉 다이어트의 체중 감량 효과에 처음 주목한 사람은 로버트 앳킨스(Robert Atkins)라는 의사였는데, 우리에게도 앳킨스 다이어트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케토시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다이어트 방법 또한 더 정제됐고, 그 밖의 다양한 이점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 옹호론자들은 이 방법이 체중 감량은 물론, 당뇨 및 심혈관계통 질환을 예방하며 심지어 알츠하이머병과 암 발병률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내가 방탄커피라는 것을 처음 시도한 시기는 3년 전이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방탄커피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온 터였다. 하지만 체계적인 방법론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아메리카노에 버터를 녹여 먹는 수준이었다.

    내 체험기

    인도 전통 버터 기버터와 MCT오일을 블렌더에 넣어 믹싱한 방탄커피는 진한 두유 같은 색깔을 띤다. 맛은 진한 카페라테와 비슷하다. 사람들에게 처음 맛을 보이면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진 제공 · 김수빈]

    인도 전통 버터 기버터와 MCT오일을 블렌더에 넣어 믹싱한 방탄커피는 진한 두유 같은 색깔을 띤다. 맛은 진한 카페라테와 비슷하다. 사람들에게 처음 맛을 보이면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진 제공 · 김수빈]

    어쨌든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버터를 더 먹는 방식으로 지방 섭취를 늘렸고, 체중을 6kg가량 감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린 배를 움켜쥐며 허기를 견디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점심시간을 넘기면 흔히 말하는 ‘당이 떨어진’ 상태가 돼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인내력이 떨어지면 유혹에 굴하기도 쉽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체중 감량 자체보다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 어떤 다이어트 방법을 써도 처음 3개월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후에는 몸이 무서울 정도로 적응해간다.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지방을 축적한다. 이런 요요현상을 겪고 나면 몸 상태는 이전보다 더 안 좋아진다. 그러다 아스프리의 인터뷰를 읽고 감화를 받아 그때부터 관련 서적들을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방탄커피 레시피를 익힌 것도 이때였다.  

     제대로 만든 방탄커피는 상당한 포만감을 준다. 방탄커피에 함유된 MCT오일은 위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간에서 케톤으로 전환돼 뇌 등 여러 장기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빨리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그 상태를 오래 지속시킨다. 그래서 오후 2시까지 방탄커피를 제외한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뇌를 비롯한 신체 장기에 에너지가 공급되는 만큼 간헐적 단식이 전혀 힘들지 않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포도당 베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렙틴과 인슐린 호르몬을 자극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혈당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탄커피를 마시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에너지를 섭취하는 행위지만 간헐적 단식으로 성취한 상태를 깨트리지는 않는다. 케토시스 상태는 그대로 유지되고 혈당도 안정적인 상태다. 

    단식 상태에서는 세포가 손상된 부분을 사멸시키고 복구하는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이 좀 더 활발해진다. 일본 생물학자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는 자가포식에 대한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 자가포식의 메커니즘은 파킨슨병, 당뇨 등의 예방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또한 자가포식이 피부 주름 개선이나 근육량 증가, 혈압 안정 등의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보고도 있다. 그야말로 현대인이 바라는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단식 효과를 가장 편안히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가 바로 방탄커피다. 

    방탄커피를 사용하는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 플랜은 ‘방탄커피+저탄고지+간헐적 단식’이다. 아스프리는 오전을 방탄커피로 버티고 오후 2시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7시 이전에 저녁을 먹는 플랜을 권한다. 이렇게 하면 키토제닉 다이어트와 간헐적 단식의 이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 

    몸이 케토시스 상태에 적응된 상태에서 이 플랜에 따라 철저히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지방 섭취를 늘리면 하루에 2kg까지 감량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경험해봤고, 내 유튜브 채널에 성공 사례를 공유한 복수 인원의 경험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처음 막무가내로 뺐던 6kg에 더해 4~5kg을 추가로 감량할 수 있었다. 총 11kg 정도를 감량한 후 1년 가까이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가 아니라니까

    잘 정제된 MCT오일은 방탄커피의 효능을 크게 좌우한다. 코코넛오일은 금방 배고픔을 느끼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사진은 미국 키스마이키토에서 판매하는 고순도 MCT오일. [사진 제공 · 김수빈]

    잘 정제된 MCT오일은 방탄커피의 효능을 크게 좌우한다. 코코넛오일은 금방 배고픔을 느끼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사진은 미국 키스마이키토에서 판매하는 고순도 MCT오일. [사진 제공 · 김수빈]

    방탄커피를 활용하면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난점들은 남는다. 무엇보다 키토제닉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문제다. 

    많은 사람이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그저 고기를 많이 먹는 다이어트로 인식하는데, 실상은 그것과 많이 다르다. 고기만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앳킨스 다이어트 같은 초기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단백질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근래에는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견해가 대세다. 왜냐하면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몸이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전환시킨다(이를 포도당신생합성이라 부른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기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방 함량인데, 우리가 흔히 먹는 고기에서 지방 함량이 많은 부위는 그리 많지 않다. 

    시중에서 파는 버터도 좋지만 기버터를 쓰면 맛도 좋아지고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방탄커피를 마실 수 있다. 기버터는 해외 직구가 가능하지만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사진 제공 · 김수빈]

    시중에서 파는 버터도 좋지만 기버터를 쓰면 맛도 좋아지고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방탄커피를 마실 수 있다. 기버터는 해외 직구가 가능하지만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사진 제공 · 김수빈]

    한국 식문화에서 키토제닉 다이어트에 적합한 메뉴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샐러드는 의외로 키토제닉 다이어트에서도 중요한 메뉴인데 뉴욕, 런던 같은 외국 대도시와 달리 서울에서는 여전히 샐러드 전문점을 찾기 어렵다. 

    그 대신 외국 식문화에는 흔치 않은, 동물 뼈를 고아 만드는 메뉴가 많다는 것은 행운이다. 뼈 육수는 소, 돼지, 닭, 생선을 막론하고 지방과 콜라겐이 풍부해 키토제닉 다이어트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육수를 활용한 다이어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 점심, 저녁을 같이 먹는 것도 네트워킹의 중요한 일부인데 이때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많지 않다는 것은 좀 난감한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설명하면서 메뉴를 개척해야 한다. 감자탕이나 회가 간편한 선택이다. 버터나 육류 같은 제품이 외국보다 한국에서 더 비싸다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식료품 가격 문제는 장기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때 난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많은 난관에도 방탄커피와 이를 활용한 다이어트(아스프리는 아예 이것을 ‘방탄 다이어트’라고 명명했다)가 갖는 이점은 크다. 단지 살을 쉽게 뺄 수만 있는 게 아니라 건강이 전반적으로 개선된다. 가족은 가끔 나에게 2~3년 전보다 지금이 더 젊어 보인다고 말한다. 단지 살이 빠져서만 그런 건 아닐 터다.



    댓글 0
    닫기